4박 5일 촬영 뒤 결혼까지..."대본 없다"는 '나는 솔로'

'9기 광수를 사이에 둔 영숙과 옥순의 기싸움.' '10기 영수와 정숙의 김치찌개 전쟁.' ENA와 SBS Plus에서 방영하는 연애 예능 '나는 솔로'의 시청자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장면들이다. 가명의 영수, 영호, 영식, 영철, 광수, 상철, 영숙, 정숙, 순자, 영자, 옥순, 현숙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파동을 지켜보다 보면 어느덧 과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솔로'는 2021년 7월 첫 방송 후 1년 반 만에 케이블 채널로는 이례적으로 4%대 시청률까지 찍으며 수요 예능의 최강자로 떠올랐다. 지금까지 방송을 통해 결혼에 골인한 커플만도 6쌍. 매 기수마다 4박 5일 또는 5박 6일간 촬영하는데 이렇게 짧은 기간, 그것도 방송을 통해 만났다가 결혼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의아할 수도 있다. 최근 서울 양천구의 '나는 솔로' 제작사 사무실에서 만난 남규홍 PD는 "(짝을 찾기 위한) 한 가지 목표를 위해 사람들이 달려간다면 4박 5일은 굉장히 긴 시간"이라며 "만나는 시간의 농도나 밀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는 솔로'는 '극사실주의 데이팅 프로그램'을 표방한다. 일반인 출연진으로 예능 프로그램의 분량을 뽑아내기가 쉽지 않을 텐데, 재미를 위한 제작진의 개입은 없을까. 남 PD는 "대본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우리는 관찰자로서 감정을 안내하고 물꼬를 터주는 역할만 한다"며 "자연스러운 감정을 우리가 인위적으로 컨트롤하거나 끌어갈 수도 없고 그러면 재미도 없고 가짜가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있는 그대로, 상식선에서 정직하게 편집한다는 원칙이 있다"고 강조했다. 방송 초반에는 제작진이 섭외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본인의 신청에 의존한다. 면접은 보통 출연진(여성 6명, 남성 6명)의 2, 3배에서 최대 5배수까지 본다. PD가 직접 밝힌 출연료는 100만 원. 조정도 가능하다. 일반인이 출연하는 예능은 검증된 연예인에 비해 그만큼 제작진이 떠안아야 할 위험 부담이 크다. 아무리 가명으로 출연한다 한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개인 신상이 노출되는 건 순식간이다. 남 PD는 "방송에 출연하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는데, 가급적 이런 소리에 잘 흔들리지 않는 사람들을 뽑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얼마 전에는 악플과 인신공격 탓에 프로그램 실시간 채팅방인 '네이버 TALK'를 닫아야 했다. 출연진이 재력가, 전문직 등 지나치게 '고스펙' 위주로 등장한다는 비판도 있다. 남 PD는 이에 대해 "제작진이 사법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직업이나 개인 신상이 뚜렷한 사람들을 선발하려다 보니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다"며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을 뽑는 거지 스펙을 따지는 건 결코 아니다. 양복 입은 침팬지가 얼마나 많냐"고 부인했다. 그는 제작사를 차려 독립하기 전까지 SBS에서 일했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원류인 SBS의 '짝'을 3년간 연출했다. 연출자로서 경력을 말할 때 '사랑'과 '연애', '결혼'이라는 주제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게 됐다. "인생 기껏 살아봐야 사랑 몇 번 못 하거든요. 다채로운 사랑을 해 보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예요. '나는 솔로'가 다양한 사랑과 인간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사랑이라는 본질적인 감정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10, 20년 후에 다시 꺼내봐도 재미있을 거라고 자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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