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민희진 사태로 드러난 멀티레이블 맹점, 업계 시선은

알림

민희진 사태로 드러난 멀티레이블 맹점, 업계 시선은

입력
2024.05.05 11:01
수정
2024.05.05 11:13
0 0

민희진 어도어 대표, 모회사 하이브와 경영권 분쟁
경영권 다툼 속 드러난 멀티레이블 맹점..예견된 문제?
문제 발생시 모회사의 중재 능력·내부 소통 부재가 가장 큰 문제

최근 하이브는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 민희진 대표와 경영권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용산구 하이브 사옥. 뉴스1

최근 하이브는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 민희진 대표와 경영권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용산구 하이브 사옥. 뉴스1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모회사인 하이브의 경영권 분쟁이 최근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 안팎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갈등은 점차 격화되는 모양새다. 모회사와 산하 레이블 간에 불거진 이번 분쟁 속 하이브가 고수해 온 멀티레이블 시스템의 맹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모회사를 기반으로 다수의 산하 레이블을 두는 멀티레이블 시스템은 하이브가 2021년 본격적인 하이브의 출범을 알린 뒤 3년여 만에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형 엔터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당초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 출발했던 하이브는 소속 가수인 방탄소년단(BTS)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뒤 하이브를 출범시키며 사세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멀티레이블 시스템을 전면 도입했다. 방탄소년단이 소속된 빅히트 뮤직을 필두로 빌리프랩, 쏘스뮤직,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KOZ엔터테인먼트, 어도어, 이타카홀딩스 등 각 레이블을 산하에 둔 구조를 통해 동시다발적인 콘텐츠 생산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현재 하이브가 보유한 국내외 레이블은 무려 11개에 달한다.

이미 소속 아티스트들을 갖춘 소속사를 인수 혹은 편입시키는 방식으로 멀티레이블 시스템을 구축한 하이브는 회사가 보유한 메인 아티스트 IP가 방탄소년단 뿐이라는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빠르게 대형 기획사로 사세를 확장할 수 있었다. 결과 역시 성공적이었다. 매년 매출을 키워나간 하이브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자산 규모 5조 원을 넘어서며 엔터업계 최초로 대기업집단 지정을 앞두게 됐다.

하지만 하이브에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던 멀티레이블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의 경영권 분쟁 속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시스템이 갖고 있는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탓이다.

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멀티레이블 체제가 원활하게 이어지기 위해서는 모회사인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의 소통이나 각 레이블 간의 소통이 가장 중요한데, 하이브 내에서는 이러한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보인다"라며 "민 대표와의 갈등으로 이러한 문제점이 드러나긴 했지만, 이번 사태가 아니었더라도 언젠가 터졌을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하이브는 산하 레이블들의 시너지 창출보다 각 레이블의 성과 창출에 대한 압박이 높은 편이다. 성과에 대한 압박 속 각 레이블 간의 경쟁이 과열된 상황에서 이를 중재해 줄 모회사(하이브)가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하이브에 속한 레이블 중 해외 레이블을 제외하고는 모두 K팝 시장에서 경쟁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속, 각 레이블들의 경쟁 과열은 예견된 결과였다. 이러한 상황 속 모회사인 하이브가 '컨트롤 타워'로서 각 레이블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과도한 경쟁을 중재해야 할 필요가 있었으나, 하이브 내에 이같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체제는 미비한 수준이었다.

경계가 모호한 '레이블의 독립성'도 문제였다. 하이브는 소속 아티스트 관리나 음악 등 콘텐츠 기획 전반에 있어 각 레이블에게 자율성을 보장했으나, 이를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에 있어서는 레이블 고유의 권리를 인정하기보다 '하이브 레이블즈'가 자유롭게 참고 및 재생산 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물론 멀티레이블 시스템의 특성상, 특정 레이블의 성공 사례 속 노하우를 공유하며 다른 레이블들이 동반 성장을 꾀하는 방식은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방식이 타 레이블 고유의 색채나 음악을 따라가는 형태로 진행될 경우, 이는 레이블 간의 갈등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러한 사태를 미연에 견제하고 중재해야 할 모회사가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민 대표가 제기한 '뉴진스 베끼기'와 같은 문제가 다른 레이블에서 또 다시 제기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멀티레이블 시스템 속 하이브와 어도어 간의 갈등은 시작에 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처럼 레이블의 확장과 각 레이블의 성과에만 집중하는 방식으로 멀티레이블 체제가 이어진다면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 간의 분쟁은 이후에도 줄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러한 시선을 의식한 듯 하이브 박지원 CEO는 지난 2일 진행된 하이브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기업 컨퍼런스콜에서 멀티레이블의 개선 방안 모색을 언급했다. 박 CEO는 "멀티 레이블은 시행착오를 겪고 이를 극복하고 성장해왔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안을 통해 멀티레이블에 의문 가질 수 있겠지만, 고도화를 위해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고민하며 지속해서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멀티레이블 시스템이 새로운 기로 앞에 섰다. 과연 이번 사태를 매듭지은 하이브가 시스템의 맹점을 전면 개선하며 더 큰 도약을 이룰 수 있을지, 하이브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시점이다.

홍혜민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