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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칼로 도려내는 듯한’ 군발두통, 산소 치료가 큰 효과

입력
2024.05.05 07:00
수정
2024.05.05 10:5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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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진단에만 5.7년 걸려… 우울증·자살 충동 시달려

하루 몇 차례씩 한쪽 눈 주변이나 머리 옆쪽에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군발두통이 생기면 불안이나 우울증으로 이어지기 쉽다. 게티이미지뱅크

하루 몇 차례씩 한쪽 눈 주변이나 머리 옆쪽에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군발두통이 생기면 불안이나 우울증으로 이어지기 쉽다. 게티이미지뱅크

‘눈을 칼로 도려내는 듯하게 아프다’ ‘차라리 머리를 벽에 찧는 것이 나을 듯하게 고통스럽다’….

‘군발(群發·cluster)두통’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이다. 군발두통은 한쪽 눈 주변이나 측두부의 극심한 통증과 함께 눈물·눈 충혈·코막힘·땀 같은 자율신경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두통은 보통 3시간 정도 지속되고 하루 8회까지 발생한다. 야간 발작을 포함하는 특정 시간대에 두통 발작이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다.

군발두통은 20, 30대의 비교적 젊은 성인 연령에서 발병한다. 환자들은 보통 수개월 동안 두통 발작이 거의 매일 발생하는 군발기를 1~2년 주기로 겪는다.

두통 발작이 발생하는 군발기 동안에는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두통 관련 장애를 경험하므로 신속히 전문 진료를 받고 두통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군발두통 치료는 군발기 동안 두통 발작 빈도를 줄이고 두통 발작 강도를 완화하는 군발두통 예방 치료와 두통 발작 자체를 완화하는 급성기 치료로 구성된다.

군발두통 예방 치료는 후두부 신경 차단 주사, 스테로이드 제제 투약, 리튬 및 베라파밀 같은 경구약 등을 사용할 수 있다. 항CGRP항체 주사 치료(갈카네주맙)가 편두통에 이어 군발두통 임상 시험에서도 군발두통 예방 치료 효과가 입증되면서 진료 현장에서 사용 중이다.

군발두통 발작이 발생하면 산소 치료가 효과적이지만 병원 외부에서는 개인 차원에서 사용하기 쉽지 않은 편이다. 산소 치료는 100% 산소를 15분간 흡입하는 것으로 군발두통 통증을 개선할 수 있다. 문제는 산소 치료 효능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없어 전 세계의 50% 국가에서만 이 치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조수진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교수와 이상화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신경과 교수 등 공동 연구팀은 2021년 11월~2022년 11월 군발두통 환자 32명을 대상으로 18명에게 산소 치료(가정용 산소 농축기 2개 연결) 후 약물 치료(졸미트립탄)를, 나머지 14명에게는 약물 치료만 시행해 그 효과를 비교했다.

통증 정도는 각각 치료 시작 15분, 30분, 60분, 120분 후에 평가했는데, ‘통증이 완화됐다’고 답한 비율은 산소 치료와 약물 치료에서 각각 15분 후 31.7% 대 12.9%, 30분 후 57.1% 대 38.7%, 60분 후 87.3% 대 67.7%, 120분 후 92.1% 대 87.1%로 산소 치료 그룹에서 통증 완화 효과가 컸다.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답한 비율도 산소 치료와 약물 치료에서 각각 15분 후 12.7% 대 8.1%, 30분 후 31.7% 대 14.5%, 60분 후 66.7% 대 43.5%, 120분 후 81% 대 71%로 산소 치료 그룹이 높았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산소 치료와 약물 치료 그룹의 치료 효과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 특히 치료 30분과 60분 후에 산소 치료 그룹은 약물 치료 그룹보다 통증 개선 효과가 더 있었다.

문제는 군발두통이 너무 늦게 진단돼 환자가 우울증과 자살 충동에 시달린다는 점이다. 군발두통 환자가 발병 후 첫 진단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5.7년으로 전체 환자 중 69%가 발병 후 진단까지 1년 이상, 36%는 7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병수 분당제생병원 과장·조수진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교수 연구팀이 2016년 9월~2020년 12월 15개 대학병원에서 진료받은 군발두통 환자 445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군발두통 진단이 늦어지면 우울증과 자살 충동이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진단 지연 기간이 7~10년인 환자군에서는 자살 충동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36.3%나 될 정도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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