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난방비 인상에 극우 지지 증가… 불공정한 기후 정책, 유럽 우경화 부추겨"

알림

"난방비 인상에 극우 지지 증가… 불공정한 기후 정책, 유럽 우경화 부추겨"

입력
2024.05.02 17:00
13면
0 0

취약계층에 탄소 저감 비용 전가하는 정책
네덜란드서 반발 확산… 극우 지지 6%p↑
"정치 양극화 우려… 비용 배분 공정해야"

네덜란드 시위대가 지난해 11월 암스테르담에서 정부에 기후변화 대응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암스테르담=EPA 연합뉴스

네덜란드 시위대가 지난해 11월 암스테르담에서 정부에 기후변화 대응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암스테르담=EPA 연합뉴스

유럽 기후 정책이 극우 정당 지지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탄소 저감 비용을 취약 계층에 전가하는 정책 설계가 반(反)환경 여론을 부추겼다는 논지였다.

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에릭 푸텐 미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지난 3월 11일 이 같은 내용의 연구 보고서를 국제학술지 '세이지저널'에 게재했다.

네덜란드 "난방 가스비 과세해 재생E 확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주택에 지난달 21일 태양광 발전 패널이 울타리 대신 설치돼 있다. 암스테르담=AFP 연합뉴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주택에 지난달 21일 태양광 발전 패널이 울타리 대신 설치돼 있다. 암스테르담=AFP 연합뉴스

푸텐 교수는 네덜란드의 가정용 난방 탄소 저감 정책을 분석했다. 네덜란드 정부가 2013년부터 추진한 가정용 액화천연가스(LNG) 환경세 인상 정책이 대상이다. 당시 정부는 국가 배출량의 12%를 차지하는 주거 부문 배출량을 줄이겠다며 이 같은 증세 계획을 발표했다. 재정 수입을 태양광 패널 설치 보조금으로 사용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이 정책은 일부 효과를 거뒀다. 2022년 기준 네덜란드 주택의 20%가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2013년 약 2%에서 18%포인트가량 증가한 것으로, 유럽 내에서 비율이 가장 높았다. 1,000리터당 0.19유로(약 280원)였던 LNG 환경세는 2020년 0.33유로(486원)까지 올랐고, 가정용 LNG 가격도 1.5배가량 뛰었다. LNG 사용에 과세해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인 셈이다.

'난방비 직격' 세입자 반발

그러나 세입자들에게 이 정책은 부당하게 느껴졌다. 자신들이 낸 난방비가 집주인의 태양광 패널 설치에 쓰인 꼴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단열 설비를 교체하거나 고효율 보일러를 구매하는 등 난방비를 줄일 권한도 없었다. 네덜란드 극우 정당인 자유당(PVV)은 "비용이 가난한 가정에 부과된다"며 집중 포화를 쏟아냈다.

PVV의 주장은 특히 월세와 관리비를 별도로 지불하는 세입자들에게 호소력을 얻었다. 월세만 내는 임차인 역시 간접적으로 유탄을 맞았지만, 매달 고지서를 뜬눈으로 확인하는 이들만큼 정책 여파를 피부로 느끼지는 못했다. 실제 푸텐 교수의 분석 결과, 관리비를 별도로 내는 임차인 가구의 극우 정당 지지율은 월세만 내는 경우보다 5, 6%포인트나 높게 나타났다. 두 세입자 집단이 이주민 문제 등 다른 영역에서는 의견 차를 보이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에너지 정책이 난방비를 직접 내는 세입자들의 우경화를 이끈 것이라고 푸텐 교수는 해석했다.

그는 네덜란드 가정의 수입·정치 성향·주거 형태 등을 포괄적으로 조사하는 ‘사회과학을위한종단인터넷연구(LISS)' 패널 데이터를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 연구가 '책임 분배'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탄소 저감 비용을 취약 계층이 부담하도록 정책이 설계되면 기후 정책 자체에 대한 반발이 확산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환경단체 ‘깨끗한공기대책위원회(CATF)'의 리 벡 중동·유럽 담당국장은 WP에 “기후 문제의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현종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