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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령 '맑은 물 상생 협약' 또 원점… 33년째 답 없는 '식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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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령 '맑은 물 상생 협약' 또 원점… 33년째 답 없는 '식수 전쟁'

입력
2024.05.01 16:03
수정
2024.05.01 16:1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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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군, '주민 반발' 협약 2주 만에 해지 통보
1991년 페놀 사태 이후 맑은 물 확보 안간힘
사업 추진·중단 반복에 행정력 낭비 지적도
"내부 의견 조율이 우선… 적극 공론화해야"

박형준(왼쪽) 부산시장과 오태완 경남 의령군수가 지난달 12일 의령군청에서 '낙동강 유역 맑은 물 공급체계 구축사업' 관련 상생협약을 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박형준(왼쪽) 부산시장과 오태완 경남 의령군수가 지난달 12일 의령군청에서 '낙동강 유역 맑은 물 공급체계 구축사업' 관련 상생협약을 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부산시와 경남 의령군이 합의한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식수 확보 문제를 놓고 30년 넘게 지자체 간 합의와 철회가 반복되면서 행정 불신만 자초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일 부산시와 경남 의령군에 따르면 의령군은 지난달 26일 부산시에 낙동강 유역 맑은 물 공급체계 구축사업(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을 위한 상생발전 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오태완 의령군수가 4월 12일 의령군청에서 만나 협약서에 서명한 지 불과 2주 만이다.

협약서에는 의령군이 지역 낙동강 강변여과수를 하루 22만t 취수해 부산과 동부경남에 공급하고, 부산시는 한 해 200억 원 규모의 의령 농산물을 구매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의령군이 주민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협약부터 체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상생은커녕 갈등의 씨앗이 됐다. 취수구역 주민들은 “부산에 물을 주면 낙동강 지하수 수위가 낮아져 농업용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될 뿐 아니라 취수 구역과 그 주변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재산권 행사 등에도 지장이 생긴다”며 반발했다.

이에 의령군 측은 결국 “추진 과정에서 군민들에게 충분한 사전 설명이 이뤄지지 못해 여러 걱정과 오해를 초래한 점 사과드린다”며 “영농 피해 등에 대한 세부적 대책을 면밀히 검토해 군민 동의 여부에 따라 사업 시행을 결정하겠다”고 물러섰다. 사실상 뒤통수를 맞은 부산시는 아직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간 낙동강 물을 상수원으로 사용해온 부산, 울산, 경남, 대구, 경북 등 영남권 광역단체는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 사태 이후 30년 넘게 취수원 다변화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번번이 협약으로 시작해서 철회로 끝나는 수순을 밟았다. 2022년 8월 대구와 경북 구미가 ‘맑은물 나눔과 상생 발전에 관한 협정’을 백지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대구는 기존 식수원인 청도 운문댐 물을 울산과 나누고, 대신 구미 해평취수장 물을 공동 취수하기로 합의했지만 새로운 단체장 취임 후 없던 일이 됐다. 시민과 시의회 동의를 거치지 않았고, 임기 말 단체장 간 체결은 효력이 없다는 이유였다.

전문가들은 내부 구성원 간 충분한 논의가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앞서 광역상수도 사업, 남강댐물 공급, 지리산댐 건설 등 각종 취수원 다변화 사업도 주민들의 반대로 중단된 적이 있다.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은 “공정한 논의 공간을 만들어 주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면 내부 구성원끼리 현명한 판단을 한다”며 “행정이 정하면 따라오라는 방식에서 벗어나 예민한 문제일수록 갈등을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 공론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령=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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