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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도 교육도 부실"... '사각지대' 아동 간 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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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도 교육도 부실"... '사각지대' 아동 간 성범죄

입력
2024.04.24 04: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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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년 초등생 여아 상대 성추행 시도
아동 간 성폭력은 통계도, 교육도 부실
"가해 아동 및 부모 교육도 서둘러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초등학생이 가해자가 된 강제추행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최근 성인 못지않게 '아동 간 성범죄'도 잇따르고 있지만, 대응책이나 관리 방안은 미흡하기만 하다. 가해자를 형사처벌 할 수 없는 데다 관련 통계, 성(性)교육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져 '성범죄 사각지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낮 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초등학생 5학년 남학생 A(11)군이 8세, 10세 여아 3명을 상대로 성추행을 시도했다. 해당 아파트 공지문에는 A군이 여학생들을 따라다니며 "성관계 놀이를 하자, 돈 주겠다, 얼마면 되냐"라고 회유한 내용이 담겨 있다. 피해자들이 "왜 이러냐"고 하자 "다른 애들은 엄마들이랑 같이 다녀서 안 된다. 너희가 딱이다"라고 말했다.

범행이 미수에 그친 뒤 A군은 학원 차량에 내린 8세 여아를 놀이터로 유인해 성기를 내보이며 "네 것도 보자"라고 했다. 이후 공동현관으로 따라 들어가 재차 성기를 노출했다. 피해자 부모는 경찰에 신고하고,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도 피해 내용을 공지했다. 사건은 현재 서울경찰청이 수사 중이다.

아동 간 강제추행 등 성범죄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021년 7월에는 강동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6세 남아가 여아의 바지와 속옷을 벗긴 후 들여다봤고, 2019년 11월에는 경기 성남시에서 어린이집에 다니는 5세 여아가 동료 원생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성폭력 피해자를 돕는 해바라기센터 통계를 봐도, 0~12세 피해자가 △2020년 3,128명 △ 2021년 3,313명 △ 2022년 3,206명 등 매년 전체 이용자의 약 18.0%를 차지할 만큼 수가 적지 않다.

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게재한 초등생 성추행 관련 공지 내용.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게재한 초등생 성추행 관련 공지 내용.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피해자 측 보호자들은 가해자 처벌이 불가한 점을 문제로 꼽고 있다. 피의자가 대부분 범법소년이거나 촉법소년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10세 미만은 범법소년으로 분류돼 형사처벌은 물론 보호처분도 내릴 수 없다. 수사도 '참고인' 신분으로만 가능하다.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촉법소년도 소년법원이 보호처분만 할 수 있고, 행동치료 명령 등 법원이 가해 아동에게 부과하는 조치 역시 10세 미만은 법적 근거가 없어 불가하다. 게다가 경찰청 성범죄 통계에 14세 미만 가해자는 집계도 되지 않는다. 법률사무소 청년의 박인숙 변호사는 "아동·청소년은 본인의 행동이 범죄임을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피해 학부모들이 보상을 받기 위해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성범죄 재발을 방지하거나 사전에 막는 성교육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학교에서는 대부분 성폭력을 학교폭력 범주 안에서 다뤄 상담교사 등에 의한 조사나 개별 상담에 머무르고 있다. 가해 학생에게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지, 정부가 정한 표준조차 없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하는 성폭력 예방 교육도 내용과 적절성 여부를 관리·감독하지 않아 형식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교육·법조계에서는 아동·청소년 범죄의 경우 처벌이 능사는 아닌만큼, 피해자 보호 못지않게 성폭력 가해 아동 교육에도 힘써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 변호사는 "가·피해자 분리에만 신경 쓰기보다 아이에게 성범죄를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시키고, 부모도 제대로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심 숭실사이버대 아동학과 교수는 "미디어 노출로 성적 호기심은 커졌지만, 민감한 문제인 탓에 교사들도 교육을 꺼리고 있다"며 "아동·청소년 성범죄 피의자에 대한 현황을 정확히 분석해 심리 상담, 치료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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