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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가슴살만 먹으면 몸짱이 될까?

입력
2024.04.14 19: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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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시대별로 세태를 반영하는 용어들이 있다. ‘닭 가슴살’은 요즘 세태를 반영하는 용어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과거에는 ‘퍽퍽 살’로도 불리며 별로 인기 없었던 닭 가슴살이 요즘은 근육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애호하는 식품으로 바뀌었다.

근육을 만들고 싶어서 대량 주문해 둔 닭 가슴살을 부지런히 챙겨 먹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식품 회사들도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다양한 닭 가슴살 제품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이런 ‘닭 가슴살 열풍(?)’을 타고 단백질 섭취에 대한 잘못된 상식이 퍼지고 있는 게 안타깝다. 근육의 주성분이 단백질이므로, 몸짱이 되려면 단백질을 집중적으로 섭취해야 한다는 생각도 그중의 하나다.

그래서 닭 가슴살, 달걀흰자, 단백질 보충제 등을 위주로 식사하면서 탄수화물과 지방은 먹지 않거나, 아주 조금만 먹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는 근육을 만들고 싶은 목표 달성을 어렵게 하는 것은 물론 전신 건강까지 해칠 수 있다.

그 이유를 알려면 ‘포도당 생성 아미노산(glucogenic amino acid)’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인체에 필요한 3대 영양소는 탄수화물·지방·단백질이다.

인간 생존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은 포도당이다. 포도당은 주로 밥·빵·과일 등 탄수화물 형태로 섭취한다. 그런데 탄수화물 섭취를 극도로 줄이거나 끊으면 먼저 몸속에 저장해 두었던 지방을 포도당으로 바꾸어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이 때문에 밥을 먹지 않으면, 뱃살(지방)이 빠지고 체중도 감소한다.

탄수화물 부족이 더 오래돼 지방까지 고갈되면 우리 몸은 근육 안에 들어 있는 단백질까지 꺼내 포도당으로 바꿔 사용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팔다리가 가늘어지고, 엉덩이가 홀쭉해지는 등 ‘근육 감소 현상’이 발생한다. 단백질을 먹고 근육을 늘려 ‘몸짱’이 되려는 계획과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평소 탄수화물·지방·단백질 등을 골고루 섭취할 때는 몸속에서는 단백질이 포도당으로 바뀌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있더라도 아주 적은 양에 불과하다.

하지만 장기간 저탄수화물-저지방-고단백질 식사를 지속하면 단백질을 포도당으로 전환하는 양이 증가한다. 이때에는 단백질을 의도적으로 많이 섭취한다고 해도 우선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므로 정작 근육을 늘리는 데에 쓸 여력이 없다. 인체는 근육보다 생존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탄수화물이나 지방은 몸속에서 곧바로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단백질을 포도당으로 전환하는 데는 별도의 에너지를 써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도 거쳐야 하므로 비효율적이다.

과도하게 섭취한 단백질이 대사를 하면 요산이 많이 만들어져 ‘고요산혈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는 통풍 원인이 된다. 또한 단백질 부산물을 소변으로 내보내는 과정에서 콩팥에 가해지는 부담도 커진다.

전문적인 운동선수들도 단백질 식사만 하지 않는다. 탄수화물·지방·단백질 등 3대 영양소 섭취 비율을 5:3:2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 체중을 줄이고 근육량을 늘리려면 이 비율을 유지하되 전체 먹는 양을 조절하고 운동량을 늘려야 한다. 근육 만들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닭 가슴살이 아니라 균형 잡힌 식사와 올바른 운동이다.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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