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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심판론' 충돌, 철저히 심판하라

입력
2024.03.29 18: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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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결정타, 한달 전 ‘김혜경 법카’
4·10 총선 한달 전엔 "이종섭 호주 도피"
조국당 태풍 시 '윤석열·이재명 이중심판'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한동훈(왼쪽 사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영권 기자

한동훈(왼쪽 사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영권 기자

4·10 총선은 뚜렷한 ‘심판선거’다. 선거 주체들이 서로 상대를 지목해 제시했고, 진영화된 우리 국민도 동조하고 있다. 총선 결과에 따른 파장은 명확히 정해져 있다. ‘정권심판론’이 먹힌다면 정부 여당은 난맥으로 비판되는 국정에 브레이크가 걸리게 된다. 전면적인 국정기조 전환은 불가피해진다. 근대화와 민주화를 당대에 이룩한 대한민국 공동체가 짧은 기간에 무력화된 느낌을 상당수 국민이 받고 있다. 159명의 젊음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에 대해 국가를 대표한 윤석열 대통령이 뒤늦게라도 사과하라는 압력도 커질 수 있다. 경찰 10명만 있어도 막았을 참사의 진실을 밝히려는 '이태원특별법'에 행정부 수반이 거부권을 행사한 비상식을 되돌리는 액션도 필요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정권심판론이 통한다면 민주주의 후퇴와 '역사 퇴행' 아집을 버리라는 호소일 것이다. 1980년 해직 언론인들이 최근 “윤 정권 2년도 안 돼 독재 전환국으로 전락했다”는 성명을 냈다. 사실 적지 않은 국민이 전두환 신군부 시대를 떠올리는 건 놀랄 만한 고통이다. ‘이념전쟁’의 첨병이던 박민식 전 보훈부 장관이 총선 출마 뒤 “나는 홍범도 흉상 이전을 반대했다”고 항변할 지경이니 출발부터 잘못된 게 자명하다.

만에 하나 보수언론이 진단한 ‘범야권 200석론’이 현실화하면 ‘탄핵’이란 금기어가 일상에 등장하는 정치적 패닉에 빠진다. 이에 대한 허들이 낮아진 건 여권이 자초했다. 국정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제1 야당 대표와의 회담을 한 번도 안 한 여유, ‘이재명 야당 복’에만 매달려온 초유의 ‘역(逆)기생정치’가 낳은 총체적 결과일 것이다.

반대로 ’이재명·조국 심판론’이 먹히면 어떻게 될까. 부자가 망해도 삼대는 간다고 했나. 문재인 정부를 심판한 국민이 아직도 이 진영에 대한 분노가 가시지 않은 것이다. 특히 두 사람은 우리 사회에서 정치 자체에 대한 신뢰를 깨뜨린 점부터 책임져야 한다. 대선과 지방선거, 총선까지 3연속 패한 이재명 대표에겐 퇴출론이 닥칠 것이다.

그런데 친명세력의 독특한 위치가 상수로 작용할 수 있다. 민주당에는 3개의 두터운 기득권이 존재한다. 김대중과 호남, 친노무현, 586 세력이다. 이 구조적 벽을 수년간에 걸친 내부투쟁으로 뚫고 올라온 친명계의 그 ‘에너지’는 민주당 역사상 드문 일이다. 친명, 친문, 친노가 뒤섞여 엄청난 싸움판이 벌어질 것이다. 여기에 조국혁신당의 돌풍 수위로 방향타가 설정될 수 있다. 의석수와 관계없이 내용적으로 민주당보다 앞선 평가가 내려지면, 정권심판에 더해 ‘이재명 민주당’에 대한 ‘이중 심판’이 된다.

그럼 선거판에서 대세는 언제 결정될까. 지난 대선 때 앞서가던 윤석열 후보가 승리의 쐐기를 박은 건 이재명 후보 부인 김혜경씨의 ‘황제 의전·법카 논란’이었다. 김씨가 대국민 사과를 한 시점은 대선 29일 전이다. 이번 총선의 한 달 전엔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해병대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돼 신임장 원본도 없이 출국한 날이 3월 10일이다. 사흘 뒤엔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회칼테러 협박’ 발언이 나왔다.

총선은 사실상 일주일 남았다. 사전투표가 4월 5, 6일이다. 많은 사람들은 마음을 정했을 것이다. 대중은 가장 크고 절실한 한 가지 분노에 좌우된다. 다중적 감정 분류에 익숙지 않다. 다만 우리 유권자들은 늘 전략적 투표를 창출한다. 열린우리당 광풍이 불었던 17대 총선 당시 정동영 노인폄하 발언이 언론을 도배한 게 투표 2주 전이다. 그 열흘 전 ‘박근혜 천막당사’가 차려졌다. 이번엔 민심이 어떻게 한국의 미래를 정해줄지 모두가 궁금해하고 있다.

박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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