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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반출된 '백제의 미소' 금동관음보살입상, 95년 만에 한국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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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반출된 '백제의 미소' 금동관음보살입상, 95년 만에 한국서 볼 수 있다

입력
2024.03.25 19: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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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시 출품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에 전시된 '금동관음보살입상'. 이혜미 기자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에 전시된 '금동관음보살입상'. 이혜미 기자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보살은 그 자체로 '부처의 자비'를 상징하는 존재다. 당당하게 서있는 자세와 달리 얼굴에 띤 인자하고 온화한 미소는 보는 이를 압도한다. '백제의 미소'라 불리는 금동관음보살입상 이야기다.

7세기 중반에 제작된 금동관음보살입상은 금동반가사유상(국보 78, 83호)과 더불어 고대 불상 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해방 이후 일본으로 반출된 불상은 1929년 마지막으로 대구에서 전시된 이후 95년간 고국 땅을 밟지 못했다. 그런 불상이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에서 이달 27일부터 열리는 동아시아 불교미술 전시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에 나와 국내 관객들을 만난다.

높이 26.7cm인 불상은 머리에는 삼면보관(보살상 머리장식의 한 형식)을 쓰고, 왼손에는 정병을 들고 있다. 계란형의 얼굴로 코가 오뚝하고 인중이 짧다. 천의는 부드럽게 늘어져 있고, 어깨와 허리를 살짝 비튼 '삼곡 자세'를 취한 모습이 여유롭고 우아하다. 뒤태까지 몸체의 굴곡과 옷주름의 음영까지 세밀하게 세공한 점에서 백제시대 조형예술의 정점으로 평가받는다.

1907년 충남 부여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지는 이 불상은 1922년 일본인 의사 이치다 지로가 사들였고, 해방 뒤 일본으로 떠나면서 가지고 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행방이 묘연했으나 2018년 문화유산회복재단이 1970년대 이치다로부터 불상을 사들인 소장자와 연결되면서 존재가 다시 드러났다. 이후 문화재청이 환수 협상에 나섰으나 감정가에 대한 입장 차로 결렬된 바 있다. 1907년 함께 발견된 불상은 국보 293호로 지정돼 국립부여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2017년 일본으로 가서 금동관음보살입상의 진품 여부를 감정한 정은우 부산미술관 관장은 25일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시 사전 공개회에서 불상과 다시 만났다. 그는 "국보급 이상의 문화유산"이라면서 "웃을 때 함께 올라가는 안면 근육을 자연스럽고 우아하게 표현해 '완벽한 백제의 미소'를 보여주는 7세기 최고의 불상"이라고 말했다. 해외 반출된 불상 가운데 이 불상처럼 출토지와 반출 경로, 소장처 등 내력을 정확히 알 수 있는 불상이 거의 없다는 것이 정 관장의 설명이다.

25일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에서 열린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이 금동관음보살입상을 살펴보고 있다. 이혜미 기자

25일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에서 열린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이 금동관음보살입상을 살펴보고 있다. 이혜미 기자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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