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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플라스틱으로 다시 만든 플라스틱 컵...한국맥도날드는 왜 무모한 도전에 나섰을까

입력
2024.04.17 12:00
수정
2024.04.17 14:5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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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내년까지 모든 포장재 재활용 소재로
아이스크림 컵 이어 커피 컵도 '재생페트 100%'
비용 20% 더 들지만..."우린 친환경에 진심"

경기 안성시 상진기업에서 만드는 한국맥도날드의 100% 재생페트 플라스틱 컵. 한국맥도날드 제공

경기 안성시 상진기업에서 만드는 한국맥도날드의 100% 재생페트 플라스틱 컵. 한국맥도날드 제공


16일 찾은 경기 안성시 상진기업 공장에선 맥도날드 로고 등이 새겨진 650ml 커피 컵을 만드는 공정이 한창이었다. 언뜻 보면 일반 플라스틱 컵과 다르지 않지만 생산비는 20% 가까이 더 든다. 모두 재생페트(r-PET)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 크기 컵엔 500ml 페트병 약 3.4개가 쓰인다. 상진기업은 7년 전부터 한국맥도날드와 손 잡고 재생 플라스틱 용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날 기자가 직접 지켜본 생산 과정은 의외로 간단했다. 우선 ①투명 페트병 등 폐플라스틱에서 뽑아 낸 재생페트 칩을 150~200도에서 녹여 ②얇은 시트로 가공한다. ③이 원단에 전보다 더 높은 열을 가해서 흐물하게 만든 뒤 ④금형을 이용해 재가공하면 이른바 '플라스틱으로 만든 플라스틱 컵'이 완성된다.


"2025년까지 매장 내 모든 포장재 재사용·재활용 소재로"

재생페트 칩으로 만든 시트. 칩을 녹여 만든 시트에 한 번 더 열을 가해 금형으로 재가공하면 컵을 만들 수 있다. 한국맥도날드 제공

재생페트 칩으로 만든 시트. 칩을 녹여 만든 시트에 한 번 더 열을 가해 금형으로 재가공하면 컵을 만들 수 있다. 한국맥도날드 제공


맥도날드 본사는 2018년 '용감한' 목표를 내놨다. 2025년까지 매장 내 모든 포장재를 재활용·재사용이 가능한 소재로 만들겠다는 것. 회사는 플라스틱 사용 최소화, 다회용 컵 사용 확대, 재활용 소재 활용 등 세 갈래로 친환경 경영 전략을 차근차근 펼쳐나가고 있다.

한국맥도날드는 한술 더 떴다. 2020년엔 빨대가 필요 없는 음료 뚜껑인 뚜껑이를 도입했고 지난해 직원들이 매장에서 나온 플라스틱을 충전재로 가공한 유니폼을 입게 했다. 올해 초부턴 대표 메뉴 '선데이 아이스크림'의 컵과 뚜껑(리드)을 100% 재생페트로 만들고 일부 매장에서 이를 쓰고 있다. 커피 컵 역시 재생페트만을 활용해 만든 뒤 이를 하반기 내에 도입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모두 업계 최초다.



100% 재생페트, 한국맥도날드가 유일

2022년 2월 23일 환경부가 고시한 '식품용기 재생원료 관리체계'의 검증 과정. 환경부 홈페이지 캡쳐

2022년 2월 23일 환경부가 고시한 '식품용기 재생원료 관리체계'의 검증 과정. 환경부 홈페이지 캡쳐


원래 플라스틱을 물리적으로 가공한 소재로 식품용기를 만드는 건 규정 상 불가능했다. 그러나 환경부가 2022년 2월 '식품용기 재생원료 기준'을 고쳐 물리적 재활용에 대한 규제를 풀었고 한국맥도날드가 협력사와 머리를 맞대고 제품 개발에 나설 수 있었다.

특히 100% 재생페트로 만든 플라스틱을 쓰는 곳은 전 세계 맥도날드 법인을 통틀어도 한국맥도날드 뿐이다. 글로벌 음료 기업들을 둘러봐도 드물다. 환경부에 따르면 코카콜라와 펩시는 2030년까지 포장재 등에 재생원료를 사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그 비율이 50% 정도다.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버려진 플라스틱을 모아 살균, 세척, 가공한 뒤 잘게 부숴 재활용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니 돈이 많이 들고 그 영향으로 일반 플라스틱 컵보다 가격이 훨씬 높다. 게다가 국내에서 식품의약안전처 허가를 받은 재생페트 칩을 만드는 업체는 아직까지 단 한 곳뿐이다. 한국맥도날드는 왜 굳이 '웃돈'을 주고 이런 컵을 만들까.


"재활용 노력 없인 지속가능한 미래 어려워"

김한일 한국맥도날드 SCM 전무가 16일 경기 평택시 한 맥도날드 점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맥도날드 제공

김한일 한국맥도날드 SCM 전무가 16일 경기 평택시 한 맥도날드 점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맥도날드 제공


한국맥도날드의 친환경 경영 전략을 총괄하는 김한일 전무는 "맥도날드는 친환경에 진심인 기업"이라고 답했다. 그에 따르면 맥도날드 본사 측은 내년까지 모든 포장재를 재활용이나 재사용할 수 있는 소재로 대체하겠다는 약속을 발표하면서 "논네고셔블(non-negotiable·협상 불가능)"이라고 못박았다. 어떻게든 이뤄내야 한다는 의미였다. 김 전무는 "현재 85% 정도 마쳤다"고 말했다.

여러 글로벌 기업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전략을 살펴본 그는 "대한민국은 친환경 선도 사회"라고 말했다. 플라스틱을 재사용하려면 분리수거가 잘 돼야 하는데 20년 넘게 해외에서 지낸 그가 보기에 한국 만큼 철저히 하는 곳이 거의 없다는 거다. "전 세계 어느 맥도날드에서도 하지 못하는 100% 재생페트 컵 도입을 우리나라가 처음 했다는 점도 굉장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김 전무는 'ESG 선순환'을 굳게 믿는다. 맥도날드가 이처럼 다양한 자원순환 활동을 이어나간다면 소비자의 인식도 좋아지고 다른 기업들도 힘을 보태지 않겠느냐는 기대다. 재활용·재사용 기반 산업도 자연스럽게 발전할 터. "많은 기업들이 재생페트 사용에 함께해서 시장이 넓어지고 비용 부담이 줄어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김 전무는 "플라스틱 빨대 같은 작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들은 재활용이 어렵다보니 강과 바다로 흘러 들어가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이어 그는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를 말하는 시대에 재활용 노력 없이 지속가능한 지구와 미래를 말하긴 어렵다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밝히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친환경 활동들이 증가해 지구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안성= 최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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