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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는 인터넷 글쓰기 규칙

입력
2024.03.20 00: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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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과거에 인터넷에 쓴 글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추잡한 집착, 광기, 하여튼 남에게 썩 보이기 좋지 않은 것이 드러나 부끄러움을 겪거나 멸망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솔직히 말해 이런 것에 대한 통계를 본 적은 없으나, 어쨌든 당신도 그런 사례들을 꽤 많이 보아왔을 것이다. 마침 총선 기간이라 파국적인 사례가 더더욱 늘어나는 듯하다.

세상에 있는 모든 데이터 센터에 불을 지르지 않는 이상 인터넷에 남긴 자신의 글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힘든 일이니, 소박한 대책으로 여기 나는 인터넷 글쓰기에 대한 규칙 몇 가지를 남긴다. 인터넷에 글을 쓰기 전에 이 규칙을 읽으면 어쩌면 비극을 막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인터넷에 글쓰기의 첫 번째 규칙. 그것은 인터넷에 글을 쓰지 않는 것이다. 앞서서도 말했지만 인터넷에 글을 남기는 것은 굉장히 비가역적인 일이다. 누가 딱히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인터넷에 대체 왜 글을 써서 나중에 책잡힐 일을 만드는가? 시간은 모두에게 한정된 매우 귀중한 자원이고 그 시간을 소중하게 보낼 방법은 많다. 이 글은 한국일보 인터넷 지면에 올라갈 텐데, 나는 고료를 받고 이 글을 쓴다는 것을 밝힌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자기표현의 욕구는 있게 마련이다. 혹은 진짜로 누가 돈을 줄 수도 있다. 첫 번째 규칙을 지킬 수 없다면 두 번째 규칙이라도 지키자. 그것은 익명으로 쓰는 것이다. 적어도 현실의 자신과 웹상의 자신은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 닉네임으로 현실의 자신을 유추할 수 없도록 하자. 장충동냉면포식자 같은 식의 닉네임은 나쁘고, liiillili 같은 닉네임이 좋다. 대문자 I와 소문자 L을 구분할 수 없는 폰트를 쓰는 사이트에서 특히 완벽하다. 가상사설망(VPN) 등을 사용해 기술적인 추적을 회피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런데 익명으로도 글을 쓸 수가 없는 경우가 있다. 플랫폼의 규칙이 그럴 수도 있고, 신문 지면에 이름을 걸고 글을 쓰는 경우라 어쩔 수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런 이들을 위해 세 번째 규칙이 있다. 바로 자기주장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규칙은 이해하기 쉽다. 주장을 하지 않고 '물은 물이다' 같은 확실히 참인 문장만 쓴다면 책잡힐 염려가 없다.

그러나 우리 마음속에 들끓는 상념을 어디에라도 내놓지 않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그것만 해도 수도승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세 번째 규칙을 지킬 수가 없다면, 마지막 규칙이라도 지키라. 정말 인터넷에 뭐라도 말해야겠다면 아주 길고 만연하게 쓰자. 현대 인터넷의 문화는 극히 소모적이고 단편적이다. 100페이지로 누구를 욕하면 인터넷 사람들은 아예 조회도 안 할 것이다.

인터넷에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자, 실명으로 어떻게든 글이라도 쓰고 싶다고? 그리고 간명하고 짧은 글로 강력한 인상을 남기고 싶다고? 그러면 당신은 규칙을 다 어긴 것이다. 이제 그 글이 업보가 돼 당신에게 돌아올지 모른다. 그때가 오면 이런 변명이라도 하시라.

"문학의 가장 중요한 교훈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인간은 몹시 입체적이고 모순적이면서도 또 시간이 흐르면 변하는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제가 그 글을 쓴 건 사실입니다만, 저는 이제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제 다른 사람이라고요."

그럼, 건투를 빈다.

심너울 SF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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