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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에 비친 윤석열

입력
2024.03.15 16:30
수정
2024.03.15 17: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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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지대서 조국혁신당 돌풍
진영성 강화된 정권심판 성격
3년여 전 윤석열 바람과 흡사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2019년 7월 조국(오른쪽) 당시 민정수석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청와대에서 열린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 전 차담회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019년 7월 조국(오른쪽) 당시 민정수석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청와대에서 열린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 전 차담회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번 총선, 제3지대에서 바람이 불긴 했으나 그 주역은 뜻밖이라면 뜻밖이다. 제3지대 빅텐트를 논의했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나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 등이 아니라 지난달 2심 재판에서도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다. 상식적 환경이라면 정치 활동 자체가 어려운 그가 이번 총선판을 흔드는 메기로 떠오른 게 어떤 이들에겐 뜻밖 정도가 아니라 기괴하게 느껴질 터다. 상식을 벗어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제3지대 바람이라면 양당에 대한 염증과 변화에 대한 열망에서 비롯되는 게 통상적이다. 과거 고건, 안철수, 반기문 바람이 그랬다. 제3지대 빅텐트를 논의했던 여러 세력들도 양당 체제를 싸잡아 비판하고 변화를 얘기하면서 이런 바람이 다시 불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이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에서 오는 바람이기에 희망적인 색채를 띠기 마련이다. 우후죽순 등장한 제3지대 신당들의 이름에 ‘미래’ ‘새로운’ 등의 용어가 붙었던 것도 그래서다. 다만 이런 바람은 확실한 실체가 없어 뜬구름 잡기로 끝나는 경우도 많았다.

이번 총선에서 부는 조국혁신당의 바람은 이와 다르다. 그 원천은 따지자면 미래가 아니라 과거다. 자신들이 당했던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다. 형체 없는 수증기가 아니라 분명한 목적과 방향을 가진 바람이란 얘기다. 그 타깃은 바로 윤석열 정권이다. 거두절미하고 ‘검찰독재정권 조기 종식’이 조국혁신당이 내건 깃발이다. 조국 대표가 발표한 1호 공약도 이 정권의 2인자이자 이번 선거를 이끄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정면 겨냥한 ‘한동훈 특검법’이다. 그러니까 이 바람에 실린 정념은 반윤(反尹)의 살기등등한 비장함이다. 적대적인 양당 체제 바깥에서 불어온 바람이라면 양당 진영을 벗어나거나 극복하는 게 이상적일 텐데, 오히려 진영의 색채가 더 강하다. 요컨대 제3지대에서 더 센 게 출몰한 것이다.

상식을 벗어난 제3지대 바람은 돌아보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국 바람이 그토록 타도하고자 한 윤석열 대통령이 이런 유의 원조 격이다. 2020년 하반기 이른바 ‘추윤 갈등’ 속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 1위에 올라 ‘윤석열 현상’을 낳았을 때 그 바람의 성격이 지금과 흡사했다. 양당 체제 바깥에 있었던 윤 총장이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려는 반문(反文) 민심에 올라탄 형국이었다. 나는 당시 ‘윤석열 대선 출마, 반문 민심 수위에 달렸다’ 기사에서 “그간의 제3후보 바람이 기성 정치판에 대한 염증과 신선한 인물에 대한 모호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윤 총장 현상은 정권 심판이라는 분명한 목표와 타깃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말하자면 당시 문재인 정권의 실책과 무도함, 상대를 향한 적대성이 윤석열 현상을 낳았고, 이와 마찬가지로 윤석열 정권이 똑같은 모습으로 조국 현상을 낳고 있는 것이다. 조국 바람은 3년여 전 윤석열 바람의 데칼코마니이자 거울상이다.

세상은 시나브로 바뀌었다. 양당 체제 바깥은 이젠 거의 사라진 것 같다. 적대적 진영 논리로 무장된 양당 체제를 극복하려는 숨통과 맥박은 소멸했다. 양당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이 많아 제3지대 공간은 넓어 보이지만, 이제 그곳은 진영의 예비 전력이 모인 대기소가 된 듯하다. 이는 한국 사회가 저 밑바닥에서부터 진영화됐다는 뜻일 것이다. 심리적인 적대감과 편 가르기, 증오와 원한이 우리의 일상일지도 모른다.



송용창 뉴스1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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