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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라는 서버

입력
2024.03.06 00: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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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화면 캡처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화면 캡처

21세기 한국인의 민속놀이는 무엇일까? 자치기와 윷놀이 등 어릴 적 즐기던 추억의 놀이들이 생각나지만, 지금 그 수식어에는 스타크래프트가 가장 어울린다. 1990년 말에 출시한 게임이 2024년에도 인터넷 방송계의 핵심 콘텐츠로 군림하고, 정식 리그까지 여전히 운영될 줄 누가 알았을까.

모두가 오랫동안 즐겼기에 민속놀이의 지위를 가졌지만 정작 스타크래프트 배틀넷에는 고수가 없다. 모든 방들의 제목에 '초보만'이라는 글귀가 붙어 있다. 믿어선 안 된다. 10년 넘게 스타크래프트만 판 고수들도 스스로를 초보라고 부르니까 진짜 초보들은 쓴맛만 보고 나오기 일쑤다. 그래서 스타크래프트는 보는 사람이 더 많다. 고인물들의 세상이다.

특이하게도 스타크래프트는 게이머가 편의성을 높인 패치의 출시를 싫어했다. 제작사인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출시에 대해 전 프로게이머들의 의견을 수렴했는데 대다수가 기초적인 버그 개선 및 편의성 패치에도 반대했다고 한다. 결국 구식 인터페이스가 주는 불편함은 게임의 일부가 됐고 진입 장벽은 낮아지지 않았다.

한국 사회와 닮았다. 한국 사회는 한국인으로 하여금 질려서 떠나가게 만들고 있다. 몸은 한국에 있을지언정 사회에 대한 관심은 영(0)에 수렴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그 원인 중 하나는 갈등 해결 역량 부족이다. 의료개혁을 보자. 대한의사협회와 정부는 몇 주 동안 강대강 대치를 반복하고 있다. 마치 내전 중인 듯한 강한 도발과 협박 속에서 국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지역 의료 격차와 필수 의료 절벽이라는 본질은 화두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역사 논쟁도 한몫한다. 이전 정권은 갑자기 같은 자유무역세계의 이웃 국가를 극복하자고 주장하더니, 지금 정권은 광복절과 삼일절에 반공을 외쳤다. 역사는 중요하지만 매몰돼선 안 된다는 게 상식이다. 당장 내일의 생계가 막막한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아직도 과거에 매몰된 사람들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념 논쟁보다 '먹고사니즘'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표를 얻기 위한 쇼잉은 화룡점정이다. 지난 몇 주 동안 한국의 주식시장을 들었다 놓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그 주인공이다.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정책을 강구하겠다고 했으나, 정작 내놓은 것은 맹물이었다. 올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 거래소에서 소액 주주를 위한 방향으로 상법을 개정하겠다고 했으나 감감무소식이다. 완벽한 선거용 멘트였다.

염증 같은 현실 속에서 사회는 닫히고 있다. 출산율은 매번 최저 기록을 경신하고, 사회적 신뢰도는 꾸준히 우하향하고 있다. 국민들의 지갑도 미국과 일본 자본 시장으로 옮겨지고 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입을 닫으니 다음 세대가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스타크래프트는 편의성 패치를 거부했고, 결국 신규 사용자가 없는 닫힌 게임이 됐다. 게임이 종료되면 다음 게임을 찾으면 된다. 하지만 대한민국이라는 서버가 종료되면 이 안에 있는 사용자들은 갈 곳이 없다. 출산율 0.6이라는 숫자 앞에서 우리는 좌절하고 고인물만의 서버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미래의 '뉴비'(신규 유저를 뜻하는 게임 용어)를 고려한 열린 사회가 될 것인가. 고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고 우리는 내일도 여기에서 살아가야 하기에 더 답답하다.


구현모 뉴스레터 어거스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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