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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북한의 동상이몽 물밑 접촉

입력
2024.02.26 00: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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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
남성욱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북일 접근은 계속된 물밑접촉의 결과물
北 '한미일 균열', 日 '납치자 문제' 주력
동상이몽 수준이지만, 동향파악은 필요

2002년 9월 17일 평양을 방문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2002년 9월 17일 평양을 방문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국제정치도 국내정치처럼 생물이다. 만물이 유전하듯이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되는 것이 정글 국제정치의 생리다. 총부리를 겨누지만 한쪽에서는 적과의 동침을 시도한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일본이 전향적인 결단을 한다면 일본 총리가 평양을 방문할 수도 있는 등 북일관계가 급진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새해 초 김정은 위원장이 일본 지진에 대해 위문 전문을 보내며 북일 간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인 데 이어 2탄이다. 생뚱맞아 보이는 김여정의 제안은 시간적으로는 한국과 쿠바 수교에 대한 외교적 고립을 타개하기 위한 물타기 전략일 수도 있지만, 짧지 않은 물밑접촉의 산물이다. 지난 5일 기시다 총리는 중의원에 출석해 김정은의 전문에 대해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북일 협상을 진행한다는 관점에서 김정은의 의도를 신중하게 분석할 것"이라며 긍정도 부정도 아닌 묘한 반응을 보였다.

양측이 외교적인 수사로 입장을 포장하지만 도쿄의 속내는 납치문제의 해결이다. 반면 평양의 목표는 한미일의 공조를 이완시키며 북핵 용인과 북일 수교에 따른 일본으로부터의 경제적 지원 등이다.

양측의 연결고리인 납치문제의 쟁점은 숫자 맞추기다. 일본의 공식 납치 피해자 수는 12건에 17명이지만 일본 민간단체들은 '700명 이상의 실종 사건'이 북한과 관련이 있다고 의심해왔다. 반면 북한은 13명의 납치를 인정하면서 이 중 8명은 사망하고, 5명을 일본으로 돌려보냈으며, 4명은 북한에 입국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의 문을 다시 두드리고 있다. 지난해 5월 기시다 총리가 김정은과 만나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길 원한다고 하자, 북한 박상길 외무성 부상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이틀 뒤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호응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북한 외무성 발표 다음 날 북일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일본과의 대화를 언급한 것은 2016년 북한의 납치문제 재조사 중지 선언 이후 처음이다. 일본 언론들은 이를 북·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협상 재개의 신호로 해석하였다. 지난해 6월 이후 일본의 국가안전보장국과 북한의 외무성 관계자가 중국과 싱가포르 등에서 2차례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실무 회동에서 주요 사안들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진 못했지만 향후 양측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 고위급 협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통적으로 양 기관은 핫라인을 유지하며 과거에도 제3국에서 회동을 가졌다.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내각정보관은 2018년 7월과 2019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베트남 등지에서 북한의 통전부 김성혜 실장과 비밀 회동을 가졌다. 북일 간에는 다양한 핫라인이 가동되며 조총련 등이 중계역할을 하기도 한다. 2002년과 2004년 고이즈미 총리의 두 차례 전격 방북은 비선이 움직인 결과였다.

북한이 일본과의 핫라인을 가동하는 것은 한·미·일 3각 협력 고리를 약화시키고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서다. 특히 납북문제 해결을 원하는 일본을 통해 워싱턴 선언 구상에 균열을 시도한다. 반면 일본은 메이지 유신(1868년) 이후 어느 국가를 상대로도 '결코 늦지 않는 외교'를 추진해왔다. 일본은 1972년 닉슨의 핑퐁 외교 이후 신속하게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국교를 정상화해서 시장 선점에 주력해왔다. 2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는 기시다 수상의 돌파구 전략일지도 모르지만 일본 벚꽃 외교의 특성상 평양과의 물밑접촉은 지속될 것이다. 반면 한·쿠바 수교 및 외교공관의 축소로 위축된 북한 외교는 일본 열도를 통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양측의 동상이몽으로 수교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지만 정확한 동향 파악은 불가피하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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