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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가 만드는 비파괴적 블루오션

입력
2024.02.21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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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석권
나석권사회적가치연구원장

편집자주

지속가능한 생태계, 건전한 자본주의를 만들어 가기 위한 ESG적 시각에서의 이슈 탐구와 혁신 사례 소개

피치마켓. 한국일보 자료사진

피치마켓. 한국일보 자료사진

손자병법에 이르길, 전쟁에서 최상책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라고 한다. 전장에서 군사와 자원을 잃고 이기는 것은 하수라는 것이다. 이런 논리를 현대 경영학에 적용해 보면, 기업 간 경쟁에서 최상의 방책은 경쟁자가 산적한 레드오션이 아니라, 새로운 블루오션 시장을 만들어 경쟁 없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아닐까. 이 논리가 바로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김위찬 교수가 2005년 발표한 블루오션 전략의 요체다.

블루오션 전략은 한층 업그레이드되어 2023년에는 “비파괴적 블루오션 창조” 전략이 제시됐다. 블루오션 전략은 새 시장이 어디에서 생기느냐에 따라, 파괴적 창조와 비파괴적 창조로 나뉘는데, 기존 산업경계 ‘외부’에 시장이 만들어지는 비파괴적 성장이 보다 비교우위적이라는 것이다. 파괴적 성장은 '제로섬' 결과를 전제로 사후적으로 사회적 조정비용을 유발하지만, 비파괴적 성장은 포지티브섬이라는 결과를 사회적 조정비용 없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대표적 예로, 소셜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Kickstarter)'를 들고 있다. 킥스타터는 자본이 부족한 창작자를 위한 새로운 소셜펀딩 시장을 만들어내었고, 기존 금융업을 해치지 않으면서 포지티브섬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킥스타터로 인해 약 30만 명의 일자리가 창출됐고, 예술인 커뮤니티를 번성케 함으로써 사회적 조정비용도 수반하지 않았다. 또 다른 사례로 해외 유학생의 학자금을 지원해주는 프로디지 파이낸스(Prodigy Finance)를 들었다. 은행대출업은 채무평가 목적상 재산 검증이 용이해야 하는데, 검증이 어려운 외국에서의 유학자금대출은 고위험으로 평가했었다. 이에 최상위 대학원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신용 및 재무적 책임감이 높다고 판단하여, 입학 학교의 명성과 졸업 후 소득데이터 확보를 통해 학자금을 지원하는 새로운 대출시장을 만든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혁신사례를 보면서, 우리 주위의 다양한 사회적기업 혹은 소셜벤처의 비즈니스 면면이 이와 그리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필자가 몸담고 있는 사회적가치연구원이 선발한 “사회성과인센티브기업” 중에는 비파괴적 신시장을 찾아서, ESG적 가치를 창출해내는 다수의 기업이 포함됐다.

“피치마켓”은 학습 속도가 느린 학습자를 위한 도서 및 교육 콘텐츠 제작을 통해 실질 문맹률을 개선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에 존재했지만 해결되지 못한 ‘느린 학습자’라는 신시장을 타깃으로 비파괴적 창조의 방법을 통해 실질 문맹 문제에 집중한 것이다. “파라스트 엔터테인먼트”라는 기업은 장애아티스트를 발굴 육성하는 전문 엔터테인먼트 회사이다. 장애 예술인이라는 새로운 이슈를 타깃으로 장애 방송인을 발굴·육성함으로써 장애인 연예산업의 틀을 구축하는 한편, 배리어프리 콘텐츠도 적극 만들어가고 있다.

김위찬 교수의 업그레이드된 블루오션 전략인 비파괴적 창조전략은 ESG의 시각으로 기존 시장과 이해관계자를 보게 되면, 손쉽게 성공 포인트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리가 사회적 기업, 소셜 벤처의 비즈모델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머지않아 사회적 기업들의 비파괴적 혁신활동에서 다수의 성공사례가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나석권 SK사회적가치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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