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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동물원과 열린 공존

입력
2024.02.21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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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편집자주

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지난 1월 16일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 동물원에서 킹펭귄들이 운동을 위해 산책하고 있다. 이 펭귄들은 오는 봄까지 매일 산책에 나선다. 캘거리=AP 뉴시스

지난 1월 16일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 동물원에서 킹펭귄들이 운동을 위해 산책하고 있다. 이 펭귄들은 오는 봄까지 매일 산책에 나선다. 캘거리=AP 뉴시스

야생동물을 소유물로 두고 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동물원을 만들었다. 이 욕망을 순수하게 생명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이라거나, 자연에 대한 정복욕이나 수집욕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동물의 입장에서 보면 동물원으로 유입되어 전시되는 과정은 극복할 수 없는 고통의 역사였다.

지난주 오산시에서 멸종위기종인 붉은여우가 포획되었다. 시내의 체험동물원에서 사육하던 여우가 탈출한 경우였다. 체험동물원이나 야생동물카페는 제한된 실내외 공간에 동물을 가두고 관람객을 들여 동물을 만져 보고 함께 사진도 찍을 수 있는 곳이다. 사람의 손길이 두려운 야생동물과,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태도를 배워야 할 어린 관람객 모두에게 위험한 체험이다. 붉은여우에게 적절한 환경을 제공했을 리도 만무하다. 여우의 탈출은 관리소홀을 의미한다. 작년 말 야생생물법 개정으로 이런 시설은 2027년까지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 야생동물을 전시할 수 있는 곳은 동물원으로 제한된다.

지난해 말 김해시 부경동물원에서 백호와 흑표범이 죽었다. 파산 상태인 동물원 대표는 동물을 굶겨왔고 그가 운영하는 대구의 다른 동물원도 마찬가지 상태라 시민들의 도움으로 동물들에게 먹이를 공급해오고 있었다. 작년부터 시행되는 동물원수족관법에 의해 이제 동물원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동물에게 적절한 환경과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증명하고 국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름을 바꿔가며 동물원을 개업하고 영업 부진을 이유로 폐업하기를 반복하며 사육동물을 비참하게 굶겨왔던 이름뿐인 동물원들의 폐해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 이 동물을 통해 오랜 시간 수익을 올렸던 업체가, 문을 닫는 동물카페나 동물원에 남은 동물을 책임지고 돌보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일부는 외래유기동물보호소나 기존의 공립동물원과 같은 시설로 이주될 것이다. 한 예로, 부경동물원의 사자 바람이는 갈 곳 없는 동물원 동물의 생크추어리를 자청한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환경부, 지자체, 시민사회가 함께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동물들이 삶을 마칠 때까지 지내기에 적절한 공간과 돌봄을 제공하기가 쉽지는 않다. 마련한 공간이 적절한 피난처가 되어 이곳에서 동물이 자연스러운 습성을 회복하고 공포를 극복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그러나 이 동물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돌보는 것은 인간의 욕망이 다른 존재들에게 줄 수 있는 고통과 그 결과에 대한 자각과 반성의 과정이다. 그래서 이런 위험하고 부조리한 동물 관행을 더 이상 만들어내지 않기 위해 우리 모두는 이 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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