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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망치는 '홀드 백' 규제 확대

입력
2024.01.31 00: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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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린다며 제시된 OTT 규제 확대
소비자 이익 침해할 뿐 대기업만 이익
반시장적 규제의 부작용 경계해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서 시민들이 영화를 예매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서 시민들이 영화를 예매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영화관들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영화관들의 보호와 영화 보호를 위해, 개봉 영화의 OTT 채널 상영을 미루는 이른바 '홀드 백' 기간을 6개월까지 확대하는 제도가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영화 보호라는 명분 아래 추진되는 것 같은데, 이런 제한이 오히려 영화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면에서 우려되는 부분이다. 필자는 이와 같은 규제에 대한 반대 이유를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가장 중요한 것은 외면되는 소비자의 권리이다. 양보해서 최소한의 홀드 백은 인정한다 하더라도 6개월 연장은 정말 문제이다. 디지털 시대에 인기 영화를 영화관이 아니면 6개월을 볼 수 없다는 것이 맞는 일일까. 많이 잡아도 1개월 정도면 OTT 채널에서 시청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와 같은 규제는 과거 '타다' 사태를 연상케 한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회사들의 이익 보호를 위해 쓰지 못하게 하는 결정인 것이다. 국민의 대다수가 좋아하는 서비스를, 소수의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중단시키는 게 옳을까. 최소한의 산업 생존을 위한 보호는 모르지만, 소비자의 막대한 불편은 막아야 한다. 앞으로 소비자들이 점점 더 영화관을 가지 않게 전체 소비 행태를 바꾸고 있는 것일 수 있는데 이러한 변화를 거스르려는 행위는 지속될 수 없다.

둘째, 소비자 입장에서 한 달 정도의 기간이면 영화관에서 영화를 소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충분한 기회가 있지 않았을까? 그 정도 기간에도 영화관에 가지 않았다면, 온라인에서 영화가 나와야 보지 어차피 오프라인으로 볼 의도는 없는 사람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셋째는 영화 제작사, 배급사의 피해이다. 시차에 의해 영화관에서 영화를 소비할 최고 구매 용의를 가진 사용자에게 최대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시간을 주는 홀드 백은 더 길어질 필요가 없다. 일종의 가격차별 전략 매출 증대효과는 생각보다 짧은 홀드 백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홀드 백 규제에 의해 6개월 정도 영화의 OTT 공개 시간이 지난다고 가정하자.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지 않은 소비자의 경우 시청 가치는 1개월 이후 서비스 때는 1만5,000원 정도 수준이 예상되지만, 6개월 후에는 5,000원 이하로 떨어질 것이다. 5개월 경과로 주 대상 시청자들의 영화에 대한 소비 가치가 떨어져 많은 사용자에게서 1만 원 이상의 영화 매출이 줄어드는 효과를 줄 것이다. 이와 같은 긴 기간의 홀드 백에 의한 가치의 감소는 고스란히 제작사, 배급사의 손실이 된다. 이익을 얻는 쪽은 영화관 체인을 가진 소수의 대기업들뿐이다.

넷째, 최근 많이 정리되었던 불법 영화 콘텐츠의 재창궐 가능성이다. 영화를 볼 수 없는 불편이 6개월 홀드 백과 같이 커진다면 많이 줄어들고 있던 불법 영화 다운로드가 다시 늘어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영화 수입은 지하경제로 가게 되고 영화업계는 큰 손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국민과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반시장적 규제들이 자꾸 생겨나고, 이것이 결국 국민들에게 더 큰 피해를 일으키는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그럴 가능성을 쉽게 무시하는 많은 공공기관은 이 피해들을 사후적이라도 꼭 측정해 보기 바란다. 이미 많은 규제가 우리 기업들과 산업들의 가치를 줄이면서, 국민들에게 불편을 안겨왔다. 이런 측면에서 늦었지만 최근 대형마트 주말 영업과 영업시간 제한 폐지는 매우 반가운 사례이다. 현 정부는 시장경제 중심 민간 참여라는 방향성을 일관되게 지켜야만 한국 경제를 더욱 부흥시킬 수 있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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