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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1000만 돌파, 샴페인 따기가 조심스러운 이유

입력
2023.12.24 19: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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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다양성 확보 없는 극장의 불안한 미래

편집자주

K컬처의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김윤하, 성상민 두 대중문화 평론가가 콘텐츠와 산업을 가로질러 격주로 살펴봅니다.


영화 '너와 나' 한 장면. 필름영 제공

영화 '너와 나' 한 장면. 필름영 제공

영화 '서울의 봄'이 1,000만 관객을 돌파했지만 한국 영화 시장은 아직 살얼음판이다. 2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기준으로 올해 100만 관객 이상을 기록한 영화는 국내외를 통틀어 25편에 불과하다. 2019년 100만 관객을 넘었던 작품이 50편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반토막이 난 셈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뒤 극장으로 다시 향하는 관객들이 발길이 어느 정도 이어질 줄 알았던 희망은 그렇게 식고 있었다.

영화 시장이 좀처럼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자 그 원인에 대한 분석도 다각도로 쏟아졌다. 멀티플렉스 체인들이 너무 티켓 가격을 올려서 극장 문턱을 높였다는 비판도 제기됐고,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OTT) 득세 탓이란 의견도 나왔다. 저마다 일리가 있지만 현재의 위기를 설명하기엔 부족한 측면이 없지 않다. 영화 티켓 가격은 올랐지만 비슷한 시기에 함께 가격을 올린 OTT 구독자는 썰물처럼 빠져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등 10개국(미국영화협회 기준·미국 제외)의 박스오피스 관객수를 찾아 비교해 보니 감소 폭은 한국에서 가장 컸다. 한국 영화가 블록버스터와 예술 영화 가리지 않고 외면받는 '암흑기'에 진입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는 배경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 김장하' 한 장면. 시네마 달 제공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 김장하' 한 장면. 시네마 달 제공

'서울의 봄' 관객 1,000만 돌파와 '노량:죽음의 바다'의 선전이 관객들을 극장으로 다시 불러 모으는 징후라고 보고 샴페인을 터트리기엔 시기상조다. 영화 한두 편 흥행으로 돌파할 수 있는 위기가 아니다.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게 먼저다. 대형 영화사를 통해 배급되는 극소수의 작품이 스크린을 점령하는 '독과점 현상'은 2010년대부터 심화하고 있다. 거대 자본의 힘을 빌린 영화들이 극장을 싹쓸이하면서 관객들은 영화관에 점점 발길을 끊기 시작했다. OTT처럼 콘텐츠의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그나마 팬데믹 때는 블록버스터 영화 개봉이 줄줄이 밀리면서 멀티플렉스 체인들이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영화에 문을 열었지만, 올해는 다시 그 문을 닫는 분위기다. 대형 영화 한두 편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화 상영 횟수가 500회를 넘기는 것도 버거운 실정이다. 매주 영화 시간표를 확인해도 동네 극장엔 많아야 서너 작품 정도만 걸려 있다. 1, 2주 만에 극장에서 내려가는 영화도 많아졌다. 이 시대에 사라진 '진짜 어른'의 의미를 되새기며 반향을 낳은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 김장하'와 세월호 사건의 아픔을 청소년의 시각으로 전해 깊은 울림을 준 독립 영화 '너와 나'도 극장에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관객들에게 새로운 관점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영화들이 극장에서 사라지면서 극장은 유명 가수들의 라이브 공연을 다시 보는 공간으로 변해갔다. 공연장이 된 극장이라니, 아이러니다.

영화 혹은 극장 위기의 해법은 관객들에게 OTT처럼 '다양한 선택지'를 주는 것이다. 이미 OTT의 다양한 콘텐츠에 익숙해진 관객들이 획일적인 영화만을 상영관에 거는 극장에 꾸준히 눈길을 줄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극장은 다양성과 상상력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려면 멀티플렉스 체인도 관객들이 영화관에 매주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극장이 '영화를 위한 공간'으로 부활하지 않는다면 영화 그리고 극장의 미래는 앞으로도 불투명하다.

성상민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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