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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경우

입력
2023.07.03 00: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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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이상돈중앙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대통령 수사한 특검이 '범죄 혐의자'
박영수 특검, 국회·청와대 반성해야
명예 지킨 미국의 특검 사례 본받아야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해서 기소한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 대한 영장 청구가 예상을 뒤엎고 기각됐다. 법원은 이번에도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며 사실적 법률적 다툼이 있다는 상투적 이유를 들었다. 구속 여부를 떠나서 박영수씨와 관련해서 드러난 혐의는 그가 특검으로 임명되기 전에 있었던 사안이라는 점에서 가볍게 지나칠 일이 아니다. 만일에 박영수씨가 유죄판결을 받는다면 국정농단 등으로 기소돼서 재판을 받고 감옥을 간 사람들은 그들 못지않거나 그들보다 더 큰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의해 기소가 된 것이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선 박영수씨가 특검이 된 경위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2016년 가을 촛불시위 정국에서 국회를 통과한 국정농단특검법은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특검후보를 한 명씩 추천하고 그중 한 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여당을 배제한 이 같은 특검법에 대해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겠지만 당시는 여당 내에서도 대통령 퇴진론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이 같은 비상한 시국이라 하더라도 국회가 특검 후보자 2인을 얼마나 신중하게 선정했는지는 의문이다. 국회는 특검 후보자 본인 그리고 그가 속한 로펌이 다루는 사건이라든가, 후보자가 사외이사 같은 지위에서 했던 활동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검 중수부장을 역임한 박영수 변호사를 특검으로 임명했다. 그것이 과연 박 대통령의 의지였는지, 아니면 공황상태에 빠져 있는 박 대통령을 대신해서 민정수석이 사실상 결정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당시 특검을 임명한 과정은 통상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많았다. 청와대가 국회가 추천한 두 후보자를 제대로 검증했다면 로펌 대표와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지낸 박영수씨가 특검이 됐을지는 의문이다.

박영수 특검은 2016년 12월 1일부터 일을 시작했고, 국회는 12월 9일에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이듬해 2월 28일 특검은 수사를 마무리했고,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박 대통령을 파면했다. 박영수 특검의 수사는 헌법재판소의 심리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2022년 대선 과정에서 대장동 사건이 드러났고, 박영수씨가 이에 연루되어 있음도 드러났다. 문제가 되고 있는 우리은행의 대장동 사업 참여 및 본인의 화천대유 간여 문제는 2014~2015년에 있었던 일이라서 이러한 혐의가 유죄판결로 확정된다면 그 여파는 간단하지 않다.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사임을 불러온 워터게이트 사건을 수사한 특별검사는 아치볼드 콕스와 리언 자워스키였다. 콕스는 하버드 로스쿨 교수였고, 자워스키는 미국변호사협회 회장을 지낸 변호사였다. 닉슨에 의해 중도에 해임된 콕스는 다시 대학으로 돌아갔고, 특검 임기를 마친 자워스키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하원 윤리위원회 법률고문으로 박동선 로비사건을 다루었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연루된 여러 스캔들을 조사한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는 연방항소법원 판사와 법무부 고위직을 지낸 탁월한 법률가였다. 특검을 마친 후 스타는 로스쿨 학장과 대학총장을 지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조사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는 법무부 차관과 FBI 국장을 지낸 유능한 검사이며 존경받는 법률가였다. 특검을 마친 뮬러도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조용히 지냈다. 특검을 그만둔 후에도 품위를 지킨 이들은 자신들의 이름을 역사에 남겼다. 반면 우리는 대통령을 기소한 특별검사가 범죄 혐의자였으며, 업자와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에 엮이는 수준의 인물임이 드러났으니 이게 도무지 나라인지 알 수가 없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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