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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글 대표의 자신감 "AI 선생님 나와도, 사람은 사람에게 배울 겁니다"

입력
2023.06.2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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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배우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한 번은 '링글'(Ringle)을 들어봤을 가능성이 크다. 하버드, 스탠퍼드, 케임브리지 같은 영미권 명문대생과 학생을 일대일로 이어주는 화상 영어학습 플랫폼으로, 정부가 인정한 '미래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이 넘는 비상장기업)이다.

링글은 최근 1년 넘게 개선을 요구해 왔던 정부 규제가 풀리면서 서비스 확대를 위한 족쇄를 벗었다.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가 '대졸 이상'으로 한정했던 외국인 학원강사의 학력 요건을 온라인 강의에 한해 '대학 3학년 재학 이상 또는 전문대졸'로 개선하라고 지난달 교육부에 권고한 것이다. 이에 따라 링글은 강의 대상을 10대 학생들로까지 확대할 수 있게 됐다.


[곧, 유니콘] 이승훈 링글 대표

2015년 이성파 대표와 함께 링글을 창업한 이승훈(41) 공동대표는 이처럼 현실과 부딪혀 가며 한발씩 성장하는 게 스타트업의 어려움이자 매력이라고 했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이 대표에게 링글과 그의 성장기를 들어봤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링글 사무실에서 만난 이승훈 대표가 활짝 웃고 있다. 실리콘밸리=이서희 특파원

14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링글 사무실에서 만난 이승훈 대표가 활짝 웃고 있다. 실리콘밸리=이서희 특파원



'창업가 정신'.

1년 반, 미국 대학원 생활을 통해 배운 것


이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 진학했다. 이전에도 창업에 관심이 있었지만, 그는 스탠퍼드에 오고 나서야 진짜 창업과 창업가 마인드가 무엇인지 알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스탠퍼드는 매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창업가를 배출하는 대학이다.

"한국도 창업을 많이 하긴 하지만 '창업가들의 세상'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그런데 스탠퍼드에 오니까 에어비앤비, 우버, 젯블루 같은 회사들의 창업 멤버가 불과 30명짜리 수업에도 와서 자기 경험담과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학생들과 질문을 주고받는 거예요. 그들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 때의 철학, 팀을 구축하는 노하우 등을 정말 많이 배웠죠. 그런 생활을 1년 반을 하고 나니까 배움이 문신처럼 남았어요."

창업가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정신은 '사람'과 '문제 해결'로 압축됐다고 그는 말했다. "한국에선 창업을 하겠다고 하면 '아이디어는 뭐고, 돈은 있는지'를 묻는 경우가 많은데, 실리콘밸리는 '누구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 같이 풀 사람은 있는지'를 먼저 궁금해해요. 창업은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뭔지를 치열하게 고민했고, 그 결과 찾은 답이 링글이었다. "저는 초·중·고 때 좋은 원어민을 많이 만나지 못해서 영어 실력이 화석처럼 굳어 버렸고, 그 때문에 커리어를 펼쳐 나가는 데 제약이 있다고 늘 스스로를 옥좼던 것 같아요. 제가 겪은 문제였지만 지금도 지방에 사는 아이들이 똑같이 겪고 있을 문제죠. 어디서 태어나고 성장했든 누구나 글로벌 무대로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이승훈 대표가 이성파 대표와 2015년 세운 링글은 명문대 출신 영어 원어민 튜터와 학생을 화상으로 연결하는 영어 학습 플랫폼이다. 링글 홈페이지 캡처

이승훈 대표가 이성파 대표와 2015년 세운 링글은 명문대 출신 영어 원어민 튜터와 학생을 화상으로 연결하는 영어 학습 플랫폼이다. 링글 홈페이지 캡처


'튜터에 의한, 튜터를 위한'.

링글에 '학생'만큼 중요한 존재

처음부터 10대 교육에 관심이 있었지만, 일단 '나와 비슷한 사람의 문제부터 해결해 보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예 영어 초보는 아닌데 실력 향상에 어려움을 겪는 성인들을 위한 서비스를 2015년 내놨다.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이들이 링글로 몰려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좋은 튜터'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 이 대표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이 때문에 링글은 공모를 하는 대신 기존 튜터의 추천을 받아 튜터를 뽑는다. "지원서는 얼마나 성실하게 작성했느냐를 기준으로 봐요. 여기서 통과하면 일단 링글 직원 등을 상대로 시범 수업을 해야 해요. 괜찮은 튜터다 싶으면 실전에 투입하는데, 초반 수업 10번은 면밀하게 모니터링합니다."

링글의 튜터 담당 팀원들은 튜터들과 수시로 소통한다. 어려운 점은 없는지, 더 잘 가르치기 위해서 필요한 건 없는지 등을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다. 최근엔 미국 보스턴 하버드대 정문 앞에 큰 사무실도 마련했다. 일종의 튜터를 위한 센터로, 튜터들이 자유롭게 방문해 튜터팀 혹은 다른 튜터들과 소통하고 노하우를 나눈다고 한다.

"튜터들한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몇 명을 뽑아 한국으로 초청도 하고 있어요. 한국에서 직접 유저분들을 만나고, 유저들의 회사를 방문하기도 하죠." 이런 노력에 힘입어 현재 링글 플랫폼에는 약 2,000명의 강사가 활동하고 있다고 이 대표는 전했다. 최근 한 달 내 최소 한 번 이상 수업한 강사의 수가 그 정도라고 한다.

이승훈(왼쪽), 이성파 링글 공동대표.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승훈(왼쪽), 이성파 링글 공동대표. 한국일보 자료사진


'사람'.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해도 대체할 수 없는 것

테크업계에선 놀라운 속도로 발전 중인 생성 인공지능(AI)이 머지않아 강사들의 자리도 빼앗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른바 'AI 튜터'의 등장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링글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AI 튜터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사람 튜터를 100%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단언한다. AI 챗봇이 아무리 사람처럼 말해도 내 옆의 진짜 친구를 대체하기 어렵고, 'AI 엄마'나 'AI 아빠'가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AI 튜터가 채워주지 못하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AI 튜터가 사람 튜터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가질 수는 있겠죠. 하지만 저는 사람은 사람으로부터 배운다고 믿어요. 기원전에도 그랬고, 200년 뒤에도 사람은 사람에게만 배울 수 있는 게 분명히 있을 겁니다." 다만 링글도 사람 튜터를 도와주는 방향으로 AI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 대표에게 끝으로 목표를 물었다. 지금은 모든 사람이 영어를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이들을 튜터와 연결하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미국에 살지 않아도, 한국에서만 노력해도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언젠가는 미국 사람들이 한국말 잘하는 것도 보고 싶습니다."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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