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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K 공포, 과장되지 않았다고?

입력
2023.06.09 04:30
수정
2023.06.09 08:5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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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악마는 잠들지 않는다

악마는 잠들지 않는다ㆍ줄리엣 카이엠 지음ㆍ김효석 이승배 류종기 옮김ㆍ민음사 발행ㆍ308쪽ㆍ1만8,000원

악마는 잠들지 않는다ㆍ줄리엣 카이엠 지음ㆍ김효석 이승배 류종기 옮김ㆍ민음사 발행ㆍ308쪽ㆍ1만8,000원

“악마는 다음에도, 그다음에도, 그리고 그 후에도 계속 올 것이다. 이 교훈은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다. 기업 최고경영자, 정부 지도자, 교사와 학생, 소상공인과 중간 관리자, 엄마와 아빠인 우리 모두 스스로를 재난 관리자라고 생각해야 한다.”

대형 재난에서 책임 소재를 가릴 때 누구 한 사람을 지목해 ‘그가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고 희생양 삼는 일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그렇게 넘어가 버리면 감정은 해소될지언정 우리에게 남는 교훈은 아무것도 없다. 세월호 참사를, 강남역 침수를, 이태원 참사를 생각해 보면 안다. 현대사회의 복잡하고 거대한 재난은 누구 한 명의 실패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리더십 부재, 대응 시스템의 미비, 관련자들의 안일함 등이 복잡하게 뒤엉켜 일어난다는 것을.

저자 줄리엣 카이엠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미국 국토안보부 차관보를 역임한 그는 정부, 학계, 언론을 누비며 국가 재난 관리 체계 등 거시적 재난 대응 구조와 시스템을 설계하고 실행한 전문가다. ⓒ Sam Williams

저자 줄리엣 카이엠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미국 국토안보부 차관보를 역임한 그는 정부, 학계, 언론을 누비며 국가 재난 관리 체계 등 거시적 재난 대응 구조와 시스템을 설계하고 실행한 전문가다. ⓒ Sam Williams

그렇다면 무엇을 논의해야 하나. 책 ‘악마는 잠들지 않는다’의 저자 줄리엣 카이엠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의 주장은 명쾌하다. “위기 자체는 막을 수 없다. 그러나 그 피해와 손실을 최소화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재난이 반드시 발생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예방 이상으로 결과 최소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재난 대응 프레임의 전환이다. 코로나19가 국경을 넘어오는 일을 막을 수는 없지만, 마스크를 쓰고 백신을 맞는 일은 할 수 있는 것처럼.

재난 대비의 제1원칙. ‘준비의 역설’을 극복해야 한다. 어떤 재난에 성공적으로 대비해 재난을 피하면 ‘괜히 겁먹었네’라며 사전 대비를 위한 노력을 깎아내리는 목소리가 나온다. 1999년 전 세계를 덮친 Y2K 공포 때도 그랬다. 컴퓨터가 2000년을 인식하지 못해 교통, 운송, 의료 시스템이 마비될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새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과장된 공포였을까. 사람들은 잘 모른다. 미국 정부가 1998년 말부터 기업들이 Y2K에 대비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컴퓨터 시스템 중단을 막는 방법을 공유하기 위해 관련 법률도 통과시켰다는 사실을. 기업들이 Y2K 대비를 위해 쓴 예산은 최대 6,000억 달러에 달한다는 사실을.

2021년 미국 켄터키주를 덮친 토네이도로 무너진 집 앞에 가족이 망연자실 서 있다. 출판사 제공

2021년 미국 켄터키주를 덮친 토네이도로 무너진 집 앞에 가족이 망연자실 서 있다. 출판사 제공

또 있다. ‘최악의 원전 사고’로 기록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같은 지역에는 오나가와 원자력 발전소가 있었다. 3ㆍ11 동일본 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자력은 녹아내렸지만 오나가와 원자력은 안전하게 가동을 멈췄다. 꾸준한 설비 투자와 안전을 강조하던 내부 문화로 손실을 최소화했지만, 오나가와 사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저자는 주장한다. “우리가 지금 여기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성공이다.”

재난 경고를 무시하면 어떻게 되나. 2018년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에서, 2019년 에티오피아항공에서 비행기가 추락해 총 346명이 사망했다. 모두 보잉 737 맥스 기종이었다. 보잉 경영진이 경쟁사 에어버스를 따돌리기 위해 내부 경고를 무시하고 결함이 있는 항공기를 출시한 탓이다. 저자는 캘리포니아 산불, 챌린저호 폭발, 샘플레인 타워스 사우스 건물 붕괴, 아이폰4 안테나 수신 불량 등 수많은 사례를 통해 증명한다. 시기만 모를 뿐, 재난의 얼굴을 한 악마는 우리를 찾아온다. 오직 재난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준비, 끈기 있는 실천만이 악마를 쫓는 횃불이 되어줄 것이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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