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포함이 절실한 '윤석열표' 이중구조 개선방안

입력
2023.05.08 04:30
수정
2023.05.25 11:06
25면
0 0

편집자주

오래전부터 우리사회 최대 숙제였지만 이해관계 집단의 대치와 일부의 기득권 유지 행태로 지연과 미봉을 반복했던 노동·연금·교육개혁. 지속가능한 대한민국과 미래세대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3대 개혁>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모색한다.

노동개혁: <5> 격차해소 위한 제도개선-2

AI 기술의 확산, 자동차산업 무게 중심의 전기차로의 이동 등 산업흐름이 급변하면서 정부 정책도 이런 변화에 대한 노동자들의 적응을 돕는 쪽에 맞춰져야 한다. 독일 자동차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공정에 필요한 교육을 받은 노동자들이 조립작업을 벌이고 있다. ⓒAFP

AI 기술의 확산, 자동차산업 무게 중심의 전기차로의 이동 등 산업흐름이 급변하면서 정부 정책도 이런 변화에 대한 노동자들의 적응을 돕는 쪽에 맞춰져야 한다. 독일 자동차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공정에 필요한 교육을 받은 노동자들이 조립작업을 벌이고 있다. ⓒAFP


주요국 핵심 노동정책으로 부상한 양극화 대응
우리 정부는 차별시정과 플랫폼 노동자에 중점
산업구조 변동 맞춰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필요

기술혁신에 따른 노동시장 양극화(고숙련자 및 저숙련자의 양적 증가와 중간 숙련자의 감소)와 서비스 산업화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저숙련자가 증가하고 있다. 증가하는 저숙련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거나 전환하기 어려워짐에 따라 어느 나라든 비정규직은 불가피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정규직은 한 사회의 고용구조에서 상당한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현재 진행 중인 노동시장의 구조변동은 비정규직의 경력 경로와 소득에 한층 더 불안정성을 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이중구조를 줄이려는 주요국 정부의 다양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2010년대 이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축소하기 위해 유럽 각국에서 추진된 가장 대표적인 정책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고용보호의 격차를 줄이려는 정책이다. 정부의 이데올로기적 색깔과 관계없이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네덜란드, 프랑스 등에서 경영상의 이유로 인한 정리해고 절차를 단순하게 수정하고, 정당한 해고의 사유는 더 명료하게 정의했으며, 정규직 해고비용을 축소했다.

그래픽=강준구기자

그래픽=강준구기자

두 번째 정책은 비정규직의 사회경제적 상황을 개선하는 것인데, 대표적인 정책은 정규직의 안정적 고용상황을 전제로 만들어진 실업급여를 비롯한 사회보장제도를 개혁하는 것이다. 근속기간이 짧고 빈번하게 이동하는 비정규직에 실업급여 준거기간의 확대와 기여기간의 단축은 실업급여 수급권을 용이하게 하여 실업 시 비정규직의 생활안정을 지원한다.

세 번째 정책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통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갖게 하는 정책이다.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양질의 일자리로의 이동을 의미하는, 이른바 '좋은 이행'(transition)을 지원하는 제도의 구축인데, 고용서비스와 직업훈련 개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래픽=강준구기자

그래픽=강준구기자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시장 개혁은 어떤 내용인가. 우선 정규직의 고용보호 정도를 완화시키는 조치는 포함하고 있지 않다. 비정규직에 유리하게 실업급여 제도를 수정하는 정책도 포함하고 있지 않다. 그 대신 정부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를 축소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는 것은 비정규직의 사회경제적 상황을 개선하는 정책에 해당하는 '차별시정제도'이다. 정부는 노동시장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구조적인 근로조건 격차 문제를 논의하고, 고용형태만을 이유로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행 차별시정제도의 한계로 지적되는 협소한 비교대상 판단 범위, 동일 가치의 직무 판단에 대한 구체적 기준에 대한 제도개선 방안을 상생임금위원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그다음으로는 경사노위 이중구조개선연구회 사회적 약자 보호 분과에서 특고·플랫폼 종사자 등 새로운 고용형태의 노무제공자 권리보장을 위한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 특고·플랫폼 종사자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전통적 고용관계를 회피하는 대표적인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사회적 약자 보호 분과는 노무제공자 및 그 상대방의 범위 및 개념, 현황 및 제도화 필요성, 보장해야 할 권리의 종류 등을 논의하고 있다.

그래픽=강준구기자

그래픽=강준구기자

세 번째 정책에 해당하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은 미래노동시장 연구회의 권고문에는 포함되어 있으나 경사노위의 연구회 과제가 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제조업 일자리가 대량으로 감소하고 전문기술 및 저임금 서비스업종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직업구조가 변동하고 구숙련이 급속하게 부식하고 있는 최근의 산업구조 변동을 고려한다면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노동시장개혁의 주 과제 속에 포함시킬 필요가 절실하다. 비정규직의 상향 이동을 위해서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의 재설계와 업그레이드, 투자가 요구되고 있다.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의 재설계란 직접일자리에서 구직지원, 맞춤식 직업훈련, 경력상담으로 자원을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요컨대 윤석열 정부의 정규-비정규 간 격차해소 정책의 성격은 정규직의 고용보호를 축소하는 정책은 포함하지 않은 '약한 유연성'과,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시정제도 개선에 중점을 두고 실업급여제도 및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은 아직까지 개혁과제 속에 포함하지 않은 '약한 안정성'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싣는 순서-노동개혁

<1> 왜 노동개혁인가? (정승국)
<2> 근로시간제 개선 (김기선)
<3> 임금체계 개선 (정승국)
<4> 격차해소 위한 제도개선-1 (권혁)
<5> 격차해소 위한 제도개선-2 (정승국)
<6> 미래지향적 노동법제 (권혁)
<7> 자율·책임 노사관계 (박지순)
<8> 노동시장 활력 정책 (고혜원)
<9> 노사법치주의 강화 (권혁)


정승국 고려대 노동대학원 객원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