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저격! 행동주의 펀드]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 인터뷰
"막 시작하는 행동주의 싹 밟아선 안 돼
방어장치 도입 말하는 재계, 엄살 심하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가 13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기 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모든 펀드 매니저는 행동주의자가 돼야 합니다. 돈 받은 만큼 투자자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죠. 대주주들이 정당하지 않게 하고 있다면 얘기해서 고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3년 차 신생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를 이끄는 이창환(37) 대표의 지론이다. 이 대표는 단 1.1%의 지분으로 소액주주를 결집, 엔터 공룡 SM엔터테인먼트(SM)의 지배구조를 뒤흔들면서 시장의 키플레이어로 부상했다. ‘주인 없는 회사’인 금융지주를 압박해 주주환원율을 30%대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그에게 행동주의 전면에 나선 이유를 묻자 ‘심플’한 답이 돌아왔다. “수익을 내는 좋은 투자 전략이니까요.”
“지배구조 개선하면 코스피 6000도 가능”
13일 여의도 얼라인파트너스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후진적 지배구조 탓에 국내 증시가 저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행동주의 펀드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의 이기심이 시장을 효율적으로 돌아가게 한다는 애덤 스미스 이론처럼, 수익률을 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기업을 긴장시켜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최근 몇 년간 주식투자 인구가 급증하고 이해도도 높아지면서 환경이 무르익었다”며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관계 불일치 문제가 해소되면 코스피는 대만 수준을 넘어 6,000까지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행동주의 펀드를 향한 ‘기업사냥꾼’, ‘먹튀’ 비판은 “기업의 잘못된 방어 프레임”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행동주의가 과하게 발달하다 보니 그런 사례도 나오지만, 우리나라 행동주의는 이제 시작 단계”라며 “바로 싹을 밟아버리려 할 게 아니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 개입에 대항해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이나 차등의결권 등 방어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재계 주장에 대해서도 “엄살이 심하다”고 꼬집었다. “상식에 맞게 주주들을 조금만 배려해도 웬만한 회사에선 SM 사태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면서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SM서도 결자해지할 것... 운용자산 1조 목표”
얼라인의 경우 ‘장기 투자’가 원칙이기 때문에 먹튀 논란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부각했다. 애초에 SM과 금융지주를 타깃으로 정한 것도 △장기 투자가 가능하면서 △저평가돼 있고 △원인을 고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금융지주들이 주주환원 정책을 이행하는지 감시하고 지키지 않으면 주주 제안에 나서는 과정을 앞으로 몇 년간 이어갈 예정”이라며 “책임지고 장기간 투자하면서 먹튀하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SM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주주행동도 시간을 두고 끈질기게 관철하겠다고 강조했다. 내달 주총을 통해 아예 직접 이사회에 들어가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결자해지, 무겁게 책임지는 자세로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겠다는 결심을 했다”며 “대주주 대항용 보호막 역할을 하면서 SM 3.0 전략을 잘 실행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12만 원은 터무니없다는 주장도 이어갔다. “이번에 실패해도 하이브는 다시 공개매수에 나설 수밖에 없고, 기업가치는 더 올라갈 텐데 밀당에 넘어가면 안 된다”고 했다. 공개매수에 응해 하이브에 의결권을 몰아주지 말아 달라는 호소다.

13일 서울 영등포구 얼라인파트너스 사무실에서 이창환 대표가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행동은 일단 주가 상승을 이끌며 수익성을 증명했다. 이 대표는 “현재 3,000억 원 정도인 운용자산을 연말까지 1조 원으로 늘리는 게 목표”라며 “투자를 통해 많은 기업의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싶다”고 말했다. SM 이후 다음 타깃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다만 “이미 후보군은 다 추렸다. 그중 우리가 뛰어드는 시점에 주가가 싼 기업이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글 싣는 순서
① "주당 12만 원? SM3.0 성공하면 3년 뒤 30만 원"... 행동주의 펀드의 확신 (https://c11.kr/1ar2h)
② 이창환 "SM엔터 책임지고 장기 투자... '먹튀' 안 해요" (https://c11.kr/1ar2j)
③ "'나 혼자 컸다' 아직 착각 속에 사는 기업"... 강성부의 일침 (https://c11.kr/1ar2o)
④ '먹튀→주주자본주의' 이미지 개선...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 (https://c11.kr/1ar2t)
관련 이슈태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