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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만 바꾼’ 청년정치에 그치지 않으려면

입력
2023.02.04 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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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자기 주장만 펼치는 시대 ‘내부를 들여다보는 관찰력’(인사이트)이 아닌 ‘기존 틀을 깨는 새로운 관점’(아웃사이트)이 필요합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이 격주로 여러 현안에 대해 보수와 진보의 고정관념을 넘은 새로운 관점의 글쓰기에 나섭니다.


우리는 지난번 글(1월 7일자ㆍ세 번째 세대교체 물결이 다가온다)을 통해 세대교체에 관해 크게 세 가지를 살펴봤다. 첫째, 세대효과와 연령효과의 개념. 둘째, 세대교체 30년 주기 패턴. 셋째, 세대효과를 고려할 때 유권자 3분법과 유권자별 특성이다.

세대효과 개념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20대 때 형성된 세계관이 평생 지속되는’ 경향이다. 세대교체 개념에 의하면, 현재 한국의 유권자 그룹은 크게 세 덩어리로 구분할 수 있다. ①6070 이상 세대 ②4050 세대 ③2030 세대다. 세대별 유권자 특성은 한국 현대사에서 이들이 살았던 20대가 어떤 시절이었는지를 분석하는 것과 직결된다.

예컨대 6070 이상 세대가 살았던 20대는 1960~1970년대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북한의 남침 위협을 막아내고, 가난을 극복하는 산업화였다. 지금까지도 6070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북한과 가난이다. 4050 세대가 살았던 20대는 1980~1990년대다. 이들이 겪었던 가장 중요한 사건은 1980년 광주, 1987년 6월 항쟁,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였다.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민주화와 권위주의 세력과의 투쟁이다. 세대효과에 기반한, 유권자의 세대별 특성을 정리하면 표와 같다.

세대교체는 항상 바람직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해, 그렇지 않다. 단순히 ‘밥그릇을 바꾸는’ 청년 정치도 있고, ‘시대를 바꾸는’ 세대교체가 있기 때문이다.


‘밥그릇을 바꾸는’ 청년정치 노선

19대 국회(2012년 총선) 이후부터 현재 21대 국회(2020년 총선)에 이르기까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그리고 정의당에서 2030세대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국회의원이 된 청년들이 여럿 있다.

현재 시점에서 중간평가를 해본다면, 2030 청년세대가 주도해서 한국 정치의 품질을 개선했다고 볼 수 있을까? 혹은 한국 정치의 품질 개선을 주도하고 있는 2030 청년 정치인으로 생각나는 사람이 있는가? 그간의 청년정치에 대해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고, 바람직한 세대교체는 어떤 경우일까?

정치는 ‘대국민 공공 서비스업’의 성격을 갖는다. 정치는 정치 플레이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국민들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대국민 공공 서비스업의 관점에서 볼 때, 청년정치는 크게 3가지 노선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청년할당제 노선이다. 둘째, 선출 횟수 제한 혹은 연령차별 노선이다. 셋째, 시대교체 노선이다. 앞의 두 개는 ‘밥그릇을 교체하는’ 청년정치에 불과하다. 한국 정치의 품질 개선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 앞의 두 가지 노선을 먼저 살펴보자.

첫째, 청년 할당제 노선이다. 청년 할당제 노선에는 다음과 같은 생각이 깔려 있다. “형님들도 별 거 없고 나도 별 거 없는데, 왜 형님들만 독식하느냐, 우리 함께 나눠 먹읍시다”라는 입장이다. 청년 할당제 노선의 바탕에는 ‘너도 무능하고, 나도 무능하니, 우리 함께 나눠먹자’는 세계관이 깔려 있다.

둘째, 선출 횟수(選數) 제한 노선 혹은 연령차별 노선이다. 예컨대, 현재 민주당 일각의 청년들이 주장하는 “3선 이상은 같은 지역구에 출마하지 마라”는 입장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선출 횟수 제한 노선의 바탕에는 ‘연령차별 노선’이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몇 살 이상 나이 먹은 노인네들은 정치를 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선출 횟수 제한 노선과 연령차별 노선의 부적절함을 잘 보여주는 반례는 미국 정치에서 찾을 수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대표적이다. 바이든 대통령(1941년생)은 82세다. 1973년부터 2009년까지 델라웨어주에서 연방 상원의원을 했다. 상원의원을 했던 기간만 36년이다. 연방 상원의원 임기는 6년인데, 같은 지역구에서 7선을 했다. 2009년부터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을 했다. 2020년 대선에서 당선됐다.

최근까지 하원의장을 했던 낸시 펠로시(1940년생)는 83세다. 1987년부터 현재까지 연방 하원의원을 하고 있다. 기간은 36년이다. 연방 하원의원의 임기는 2년이다. 낸시 펠로시는 같은 지역구에서 무려 19선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 정치에서도 노익장(老益壯)으로 최고의 정치 품질을 보여줬던 정치인이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1924년생)과 김영삼 전 대통령(1927년생)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역구 4선, 전국구 2선을 포함해서 총 6선의 국회의원을 했다. 대통령 선거는 세 번 떨어졌고, 네 번째 당선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역구 8선, 전국구 1선을 포함해서 총 9선을 했다. 대통령 선거는 한 번 떨어졌고, 두 번째 당선됐다.

현재 민주당 일각의 청년들이 주장하는 “3선 이상 같은 지역구 출마 금지”에 의하면, 조 바이든, 낸시 펠로시 같은 사람은 정치를 진작 그만뒀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같은 정치인도 배출되지 못했을 것이다. 선출 횟수 제한 노선과 연령차별 노선은 청년들 스스로가 자신들이 내세울 것은 ‘경험 없음’과 ‘나이 적음’밖에 없다고 고백하는 꼴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 허드슨 터널 프로젝트 현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82세에도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 허드슨 터널 프로젝트 현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82세에도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시대를 바꾸는’ 세대교체 노선

세 번째는, 시대교체 노선이다. ‘시대를 바꾸는’ 청년정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청년정치의 약점과 강점을 분석하는 것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 청년정치는 두 가지 약점이 있다. 자원이 부족하고, 경험이 부족하다. 청년 할당제, 선출 횟수 제한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기에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반면, 청년정치는 두 가지 강점을 갖고 있다. 하나는 변화 지향성이다. 이는 청년이 ‘비주류’인 것에서 연유한다. 다른 하나는 ‘요즘 문제’에 가장 관심이 많은 세대다. 이 지점이 가장 중요하다.

6070 이상 세대의 최대 관심사는 지금도 북한과 가난이다. 4050 세대의 최대 관심사는 지금도 민주화와 권위주의 세력과의 투쟁이다. 이들이 한국 현대사에서 겪었던 ‘20대 시절’에서 비롯된 것이다. 세대효과 개념은 현재 주류 세대가 ‘아직도, 20대 시절의 과거와 싸우고 있음’을 의미한다. 6070 이상 세대는 지금도 김일성과 싸우고 있고, 4050세대는 지금도 전두환과 싸우고 있는 중이다.

청년정치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요즘 문제’와 싸우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과거에는 덜 중요했는데, 최근에 와서 더 중요해진 문제이면서도, 국민 다수가 관심을 갖는 문제와 대결해야 한다. 그런 것이 무엇이 있을까? 크게 7가지 이슈를 꼽아볼 수 있다. ①젠더 ②중국 ③글로벌 가치사슬(GVC)을 포함한 경제환경의 근본적 변화 ④기후위기ㆍ탄소중립ㆍ에너지 전환 ⑤외교안보 환경의 근본적 변화 ⑥저출산ㆍ초고령화 ⑦지방소멸ㆍ지역격차 확대가 여기에 해당한다. 2022년 대선 국면에서 청년정치를 선도했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박지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경우, 이 중에서 ‘젠더 보수’와 ‘젠더 진보’를 상징했던 사람들이다.

물론 7가지 이슈의 중요도가 엔분의 일(1/N)로 같은 비중인 것은 아니다. 통상적으로 국민 다수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경제와 안보다. ②중국 ③글로벌 가치사슬(GVC)을 포함한 경제환경의 근본적 변화 ④기후위기ㆍ탄소중립ㆍ에너지 전환 ⑤외교안보 환경의 근본적 변화 ⑥저출산ㆍ초고령화는 모두 경제 및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들이다. 경제와 안보는 과거에도 중요했다. 문제는 국제적 상황변화 등의 ‘요즘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한국일보 연합뉴스 자료사진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한국일보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점 한국’의 비극이 시작되지 않으려면

세대론의 관점에서 한국 정치사를 복기해보면, 앞선 세대들은 각각의 업적이 있었다. 독립과 건국, 산업화, 민주화였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2021년 만장일치로 한국을 선진국으로 지정했다. 식민지 경험이 있는 국가 중 유일한 경우다. 경이로운 일이다.

현재 세계질서와 대외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북한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됐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은 강화되고, 중국의 추격으로 산업 경쟁력은 낮아졌다. 무역적자는 11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2025년부터 노인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화 국가가 된다.

지금도 김일성과 싸우고, 지금도 전두환과 싸우는 한국 정치가 계속된다면, 2023년이 대한민국 최고의 순간이고 앞으로는 추락할 일만 남게 될 것이다. 피크 재팬, 피크 차이나가 아니라, 피크 코리아(Peak Korea)의 비극이 시작될 것이다. 성공하는 세대교체의 유일한 방법은, 2023년 현재, 대한민국이 당면한 ‘요즘 문제’와 대결하는 것이다.

최병천 좋은 불평등 저자,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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