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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웹툰이 일깨운 한국과 태국의 소중한 인연

입력
2022.12.25 12: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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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모두 성취한 대한민국이 글로벌 문화강국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K컬처가 현지문화와 융합해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가는 현장을 지키는 해외문화홍보원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웹툰 '어느 날, 내가 사랑하는 아이돌 그룹 리더가 사라졌다'. 한국문화원 제공

웹툰 '어느 날, 내가 사랑하는 아이돌 그룹 리더가 사라졌다'. 한국문화원 제공

한국과 태국은 양국 젊은이들이 서로 가장 방문하고 싶어 하는 나라다. 코로나 이전 연간 190만 명의 한국인들이 태국을 방문했고 57만 명의 태국인이 한국을 찾았다. 많은 태국인들이 K팝, K드라마, 한식을 좋아하며 한국인들도 태국 음식과 관광을 선호하지만 태국의 한국전쟁 참전과 식량 지원 사실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문화원장으로 근무하며 한국 홍보를 위해 태국 정부 관계자나 기자를 만나면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부러워하면서도 자녀들이 한국드라마와 K팝에 빠져서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한탄한다. 아직은 중국어와 일본어가 취업에 더 도움이 되는 태국 경제 상황을 알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한국전 당시 아시아 최초로 파병을 결정하고 참전한 태국 용사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자유를 누리는 한국과 K팝 스타들이 있다고 말하면 중장년의 태국인들은 잊고 있던 사실을 일깨워줘 고맙다며 비로소 미소 짓는다.

문화원을 찾는 태국의 젊은 한류 팬들은 그들 할아버지 세대의 한국전 참전 사실을 대부분 모른다. 1950년 11월 낯선 한국에 도착한 6,326명의 태국 용사들은 처음 겪는 매서운 추위를 극복하고 연전연승하여 '리틀 타이거'로 불렸다. 이 같은 양국의 소중한 인연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문화원이 스토리를 구성하고 작년 6월에 태국에 웹툰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참전용사 소재 웹툰 공동 제작을 제안했다. 이후 18개월간 한국인 글작가와 태국인 그림작가가 협업한 '어느 날, 내가 사랑하는 아이돌 그룹 리더가 사라졌다' 웹툰이 지난 9월 24일 선보였다.

웹툰 '어느 날, 내가 사랑하는 아이돌 그룹 리더가 사라졌다'. 한국문화원 제공

웹툰 '어느 날, 내가 사랑하는 아이돌 그룹 리더가 사라졌다'. 한국문화원 제공

웹툰은 K팝 아이돌 그룹 '리틀 타이거'의 리더 '케이'가 돌연 모든 이의 기억에서 사라졌지만 유일하게 태국인 여의사 '핌'만이 '케이'를 기억하면서 시작한다. '핌'은 태국 참전용사 손녀로 '리틀 타이거'의 음악에 위로받으며 어려운 유년시절을 극복하며 자라왔다. 마찬가지로 한국 참전용사 후손인 '케이'를 찾기 위해 '핌'이 시간여행으로 한국전쟁 속에 뛰어들어 양국 참전용사의 활약상과 희생을 목격하며 성장하는 줄거리다.

웹툰이 공개되자 태국 주요 언론에 일제히 양국 문화 교류의 새로운 시도로 소개되고 있으며 조회수도 46만여 회에 이르며 인기를 끌고 있다.

문화원은 추후 웹툰을 기반으로 소설과 드라마 등 2차 콘텐츠 제작도 추진할 계획이다.

드라마와 영화로 인해 특정 국가와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는 사례는 태국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2차 대전 당시 태국 여성과 일본군 장교의 사랑을 그린 소설 '차오프라야에서의 일몰'은 '쿠 깜'이라는 제목으로 드라마와 영화로 1970년부터 2013년까지 10여 차례 만들어졌다. '쿠 깜'은 연간 132만 명에 이르는 태국인들의 일본 관광에 큰 영향을 줬다. 중국인 사업가들의 태국 관광을 다룬 영화 '로스트 인 타일랜드'는 치앙마이를 중국 관광객들로 붐비게 했다. 한류팬의 한국여행 대소동을 그린 태국 영화 '헬로 스트레인저'는 태국 관광객들의 한국 방문 계기가 되었고 '이태원 클라쓰'는 태국으로의 고추장 수출이 2배로 늘어나는 데 일조했다고 한다.

이처럼 문화 콘텐츠는 단순히 문화 상품으로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관광과 같은 연관 분야로 이어지고 확산되고 있다. 이번 웹툰도 한국과 태국의 젊은이들이 한국전 당시의 소중한 인연을 확인하고 가까워지는 가교가 되길 바란다. 동시에 K웹툰이 K드라마, K팝 등에 이어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새로운 한류콘텐츠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조재일 주태국 한국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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