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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저리 타임도 흘려보낼 건가

입력
2022.12.05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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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8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심사소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이철규 간사(가운데)가 더불어민주당 박정 간사(오른쪽)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은 인저리 타임(injury time)을 전보다 후하게 주고 있다. 인저리 타임 도중 경기가 중단되면 인저리 타임의 인저리 타임까지 줘 ‘노래방 추가시간 수준’이라는 말까지 회자될 정도다.

대한민국 국회도 지금 인저리 타임을 맞고 있다. 새해 예산안 법적 처리 시한(12월 2일)을 넘기면서다. 여야에 주어진 인저리 타임은 딱 1주일. 정기국회 회기(9일) 내라도 예산안을 통과시키면 파국은 면할 수 있다. 자칫하면 전년 예산에 준해 예산을 집행하는 초유의 준예산 사태를 맞을 수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몰입이 필요한 시기다.

정부·여당은 예산 정국이 벼랑 끝까지 온 책임을 야당에 돌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는데도 야당이 사실상 대선불복 상태라는 것이다. 그런 오해를 살 대목이 없지 않다.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났지만 정부 제출 법안 77건 중 한 건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예산 정국에선 대통령실 용산 이전,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설치, 원전사업 등 상당수 ‘윤석열표’ 예산이 상임위에서 대폭 삭감됐다. 반면 야당이 요구하는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6조 원 증액됐다. 야당은 '이재명표' 지역화폐 예산의 복원도 벼르고 있다.

헌법은 국회에 예산안을 심의, 확정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동의 없이 지출예산을 증액하거나 새 비목을 만들지는 못하도록 했다. 예산편성권은 정부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새로 출범한 정부의 국정과제 예산 정도는 통과시켜주는 게 맞다. 지금처럼 '윤석열표' 예산이라면 칼질부터 하려는 태도는 도가 지나치다.

정부·여당도 책임이 작지 않다. 국정에 무한책임을 지는 쪽은 정부·여당이다. 하지만 예산안 처리가 발등의 불이 됐어도 장관이나 수석이 국회를 들락거리면서 야당을 설득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미국에선 법안이나 예산 처리를 위해 대통령이 수시로 야당 의원을 불러 점심을 먹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 대표가 요구한 회동마저 '사법리스크'를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여당 내부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초·재선 의원은 용산 대통령실만 바라보고, 대통령실과 윤핵관은 합리적 성향의 원내지도부를 몰아붙이며 협상 공간을 좁히곤 했다. 그러고선 야당 때문에 초유의 준예산 사태를 맞을 수 있다고 볼멘소리만 하고 있다. 혹시라도 다음 총선에서 '야당 발목 잡기로 국정 운영이 안 된다'며 표를 호소하는 전략이라면 무책임하다.

지금의 여소야대는 예상 못한 변수가 아니다. 정부 출범 때 예고된 숙명적 정치 환경임에도 야당 탓만 하는 것은 무능의 자인이다. 1987년 36.6% 득표율로 집권한 노태우 대통령은 여소야대 4당 체제를 겪었지만 집권 초기 1년은 가장 많은 법안이 통과된 시기였다. 결국 국정의 성패를 가르는 건 협치의 태도다.

마침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를 위해 야당이 요구한 2일 본회의 개의를 거절하고 정기국회 막바지인 8일과 9일 본회의를 개최하겠다고 공고했다. 친정에서 욕을 먹더라도 예산안 처리가 먼저라는 대승적 결단이었다. 국회의장이 판을 깔았으니, 야당도 도울 건 돕고 정부ㆍ여당은 해임건의안 문제로 실타래처럼 꼬인 예산 정국을 먼저 푸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인저리 타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김영화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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