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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사막 위 산 뚫은 터널... '불가능을 현실로' 네옴, 한국이 첫걸음

입력
2022.11.11 04: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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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네옴시티를 가다]
수도 리야드에서 서쪽으로 1,500㎞
나무와 모래, 전신주만... 無人 사막
삼성·현대 컨소시엄 8일 터널 첫 발파
네옴 관계자 "불가능하다는 생각 깬다"
"네옴 전시회, 한국을 최우선시하겠다"

네옴으로 향하는 덤프트럭들의 모습. 리야드=서현정 기자

네옴으로 향하는 덤프트럭들의 모습. 리야드=서현정 기자

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쪽으로 2시간(1,300㎞), 차로 2시간(200㎞)을 달려 도착한 타북(Tabuk) 지역의 끝자락. 지평선 너머 뻗은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2차선 아스팔트 도로가 깔렸고, 흙을 실은 덤프트럭이 두세 대씩 줄지어 간간이 다녔다. 도로의 이름은 '8784'. 인구 900만 명을 수용할 미래 도시, 네옴(Neom)으로 향하는 길이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정부가 추진하는 초대형 스마트 신도시 조성 사업이다. 사우디의 실질적 통치자 모하메드 빈살만 왕세자가 2016년 석유 의존형 경제구조에서 벗어나고자 발표한 범국가적 프로젝트 '비전 2030'의 핵심으로, 사업부지는 2만6,500㎢, 사업비만 5,000억 달러(약 700조 원)에 달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리야드와 타북, 네옴시티의 위치. 그래픽=박구원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리야드와 타북, 네옴시티의 위치. 그래픽=박구원 기자

네옴으로 뻗은 길목에는 아직 사람이 사는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사막, 마른 나무들과 사람 주먹만 한 돌 섞인 흙 그리고 공사를 위한 전신주들만 지킬 뿐이었다. 대신 공사 전 기초 작업인 터파기 작업이 한창인 듯 흙을 나르는 덤프트럭들이 오갔다. 네옴시티는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네옴으로 향하는 사우디아라비아 타북지구 내 8784도로에 차가 달리고 있다. 타북=공동취재단

네옴으로 향하는 사우디아라비아 타북지구 내 8784도로에 차가 달리고 있다. 타북=공동취재단

샌드스톤으로 불리는 갈색의 거친 흙 지대를 지나자 높이 100~200m의 돌산들이 나타났다. 최대 1,800m까지 솟은 산이 모여 만든 골짜기를 지나면 네옴시티의 스마트 도시 '더라인' 공사 현장이 나온다.

네옴시티는 ①길이 170㎞, 높이 500m, 너비 200m의 거대 거울벽을 세워 만드는 도시 '더라인' 프로젝트와 ②홍해 해안에 있는 부유식 산업단지 '옥사곤' ③산악 지역 내 관광단지 '트로제나'로 나뉜다.사우디 내 유일하게 눈이 내리는 이곳에선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이 열릴 예정이다.

네옴시티 개요. 그래픽=김문중 기자

네옴시티 개요. 그래픽=김문중 기자

더라인 프로젝트는 일렬로 뻗은 거울벽 안에 도시를 다층적으로 만든다는 구상으로 일각에서는 '실현 불가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네옴 더라인은 이미 현실화를 위한 첫 발걸음을 뗐다. 그 시작의 주인공은 우리 기업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현지 업체 아키로돈과 컨소시엄을 맺어 네옴시티 더라인 프로젝트의 핵심 기반시설인 철도 터널을 만든다. 최대 1,800m까지 솟은 산에 터널을 뚫어 사람과 공사에 필요한 물자가 오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8일 양사는 산을 뚫기 위한 발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우리 기술력이 들어간 네옴 더라인 프로젝트의 첫 착공이다.

네옴 전시회장에 전시된 네옴 공사 현장의 모습. 리야드=서현정 기자

네옴 전시회장에 전시된 네옴 공사 현장의 모습. 리야드=서현정 기자

높이 10m, 폭 15m, 총 길이 28㎞의 전체 터널 중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우측 12.5㎞의 시공을 맡는다. 나머지는 스페인, 중국 업체가 담당한다. 사업비는 13억7,000만 달러, 한화로 약 1조9,500억 원 규모다. 사람이 다니는 하이스피드(highspeed), 물자가 다니는 화물(Freight) 터널을 합쳐 두 개의 터널로 구성됐다. 완공 목표는 2025년 12월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자재 공급을 위해 콘크리트 배합기 두 대를 들여왔다. 허허벌판이던 사막에는 1~2년 사이 20개 넘는 콘크리트 배합기가 생겼다. 기초 터파기 공사가 끝나고 골조 공사에 들어갈 콘크리트를 만들기 위해 대기 중이다.

네옴 전시회장에 모형으로 구현된 더라인 내부 모습. 리야드=서현정 기자

네옴 전시회장에 모형으로 구현된 더라인 내부 모습. 리야드=서현정 기자

이날 네옴 더라인의 실제 완성 모습을 보기 위해 리야드에 있는 네옴 전시회장을 찾았다. 전시회에는 500m 높이의 거울벽 내에 들어설 다층의 도시 모습이 그대로 재현됐다. 이곳에서 만난 타렉 캇두미 네옴 도시계획 수석 디렉터는 "더라인은 토지의 2%만 사용해 도시의 오염이나 과밀, 교통 체증을 막는다"며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어려움은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사람들의 생각"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이어 "이 프로젝트는 하나의 쇼가 아니라 지구를 지키고 사람과 환경을 위한 것"이라며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20분 안에 병원, 박물관, 경기장 등에 갈 수 있고, 경제적 부유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타렉 캇두미 네옴 도시계획 수석 디렉터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네옴 전시장에서 네옴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리야드=서현정 기자

타렉 캇두미 네옴 도시계획 수석 디렉터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네옴 전시장에서 네옴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리야드=서현정 기자

관건은 네옴 부지 내 한국 기업의 사업 유치 여부다. 중국, 유럽, 미국 등 각국 기업이 네옴 사업을 탐하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도 추가 수주에 도전하고 있다. 타렉 캇두미 디렉터는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 회사를 만났다"며 "파트너십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나드미 알나스르 네옴 최고경영자(CEO)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네옴 전시회를 국외에서 개최한다면 한국을 최우선시하겠다"고 약속했다.

리야드·타북(사우디아라비아)=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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