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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ㆍ조국 사태 교훈 잊었나

입력
2022.10.26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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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치고 국회를 떠난 뒤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한호기자

25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치고 국회를 떠난 뒤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한호기자

두 달 전 더불어민주당 고위관계자로부터 여권 인사에게 한명숙 전 총리 문제로 선처를 부탁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 전 총리가 추징금 미납 문제로 고충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한 전 총리는 2010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정치자금 9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 형기를 꼬박 채웠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서는 무죄’라고 항변했다. 급기야 전 정부 시절 검찰이 증인에게 위증을 강요했다며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했지만 결론을 바꾸지는 못했다. 1억 원 수표가 한 전 총리 친동생 전세자금으로 사용된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을 깨는 건 그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한 전 총리 명예회복 시도는 이제 미완의 상태로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중이다.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불법 투자, 증거인멸 혐의 등으로 부인이 징역 4년을 확정받아 복역 중인 '조국 사태'가 남긴 상흔은 더 깊고 진하다. 조국 일가를 옹호하면 사회의 공정 가치가 무너진다는 우려가 진보 내부에서도 나왔지만 민주당은 ‘검찰개혁·조국수호’로 돌진했다. 결과는 익히 아는 대로다. 대선 직전 20대 청년 비대위원장이 ‘조국 사과’를 공개적으로 요구했지만 누구도 반대하지 못했다. 검찰의 표적 과잉수사가 입시비리 자체를 무마할 수는 없다는 상식에 기반한 요구였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이 ‘이재명 사법리스크’라는 딜레마 앞에 다시 놓였다. 대선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아 구속된 김용과, 유동규가 술을 100번, 1,000번은 마셨다고 폭로한 정진상은 자타공인 이 대표의 최측근이다. 비리공무원에게 대장동 사업의 전권을 맡기고 측근들이 개발 이익의 떡고물을 나눠먹었다면 이 대표도 관리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이번에도 민주당의 대응은 과거와 판박이다. 이 대표가 대선 패배 넉 달 만에 당대표에 출마하면서 예상은 됐지만 169석 거대야당의 운명은 또다시 검찰과의 숙명적 대결로 속절없이 이끌려가고 있다. 민주당은 헌정사 처음으로 대통령 시정연설도 보이콧했다. ‘김건희 수사’에는 소극적인 행보와 비교되면서 검찰이 빌미를 제공하긴 했어도 지금 민주당은 위태로운 길을 가고 있다.

김용, 정진상이 이 대표의 측근이 아니라면 대장동 일당이 왜 돈과 향응을 주겠느냐는 게 세간의 시선이다. '오래 믿고 함께 한 사람'이라며 감싸기만 할 사안이 아니다. "공영개발로 전환해 사업이익을 빼앗은 원수 같은 내게 그들이 대선자금을 줬을까”라는 이 대표의 해명은 여전히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후보에게 보고하지 않고 측근이 마음대로 대선자금을 거둬 몰래 사용했다는 주장 또한 믿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의심을 거두려면 민주당이 자신에게 더 엄격한 춘풍추상의 잣대를 보여야 한다.

한명숙ㆍ조국 사태의 교훈이 가리키는 바는 분명하다. 검찰 수사가 야당 탄압이라는 주장만 앵무새처럼 외쳐서는 국면 반전이 어렵고, 기득권 검찰과 맞서겠다는 명분을 세웠다면 스스로 청렴과 도덕성으로 무장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게 자신 없다면 민주당은 진영논리를 앞세워 정치를 전쟁터로 몰고 가는 모험을 해선 안 된다. 이 대표도 위기 모면용 특검 제안 같은 걸 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여론의 법정에서 차분히 결백을 증명하는 게 낫다. 그게 민주당과 이재명이 사는 길이다.

김영화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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