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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삼성→구글... 프로이직러 김은주가 말하는 '변신의 조건'

입력
2022.09.20 11:10
수정
2022.09.20 16:09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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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히든챔피언]
회사 다니다 미국 유학 가 모토로라 도전
글로벌 대기업 등 10번 회사 옮기며 변신
이직 잘하는 법=실패를 잘 극복하는 법

편집자주

세계 최고 테크기업 본사와 연구소가 모인 실리콘밸리. 테슬라 구글 애플이 둥지를 튼 기술 천국이죠. 빅테크의 혁신이 세상을 바꾸지만, 결국 혁신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됩니다. 이서희 특파원이 도전 정신과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실리콘밸리 숨은 혁신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김은주 구글 수석 디자이너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의 구글 베이뷰 캠퍼스에서 구글을 상징하는 G 모양 조형물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이서희 기자

김은주 구글 수석 디자이너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의 구글 베이뷰 캠퍼스에서 구글을 상징하는 G 모양 조형물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이서희 기자


1990년대 후반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다 미국 시카고의 대학원(일리노이 공대)으로 진학한 김은주씨에게 모토로라는 '꿈의 기업'이었다. 스타텍, 레이저(RAZR) 등 당대 최고의 휴대폰을 잇달아 내놓은 모토로라는 자타공인 세계 최고 이동통신기기 회사였다.

그 모토로라의 본거지가 바로 시카고였다.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마침내 입사 기회가 생겼지만, 결과는 낙방이었다. 면접에서 너무 긴장해 덜덜 떨었던 탓이다.

상처가 될 법도 했지만, 그는 탈락의 수렁에 오래 빠져있지 않았다고 한다. 어쩌면 안 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안 되는 사람이 훨씬 많은데, 나라고 그중 하나가 되지 말란 법 있어?"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단다.

10번 회사 옮긴 프로이직러

한곳에 미련을 두지 않는 것. 바로 이게 지금의 김은주씨를 있게 한 원동력 중 하나다. 올해 쉰 살이 된 김씨는 현재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서 사용자 경험(UX) 담당 수석 디자이너로 일한다.

11곳. 그가 거친 회사의 수다. 구글에 오기 전엔 삼성전자와 퀄컴을 다녔다. 그가 거친 수많은 회사 중엔 모토로라도 있었다. 대학원생 김은주를 놓쳤던 모토로라는 2004년 다시 김씨를 기꺼이 모셔갔다. 그는 지난해 한 예능 프로그램('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하며 해외 취업을 꿈꾸는 청년들의 취업 멘토로 떠올랐다. 글로벌 대기업을 두루 거친 화려한 이력 덕에 '프로 이직러'로도 불린다.

그러나 열 번의 이직 뒤엔, 그 몇 배에 해당하는 '탈락의 경험'이 숨겨져 있다. 어쩌면 열 한 번의 기쁨보다 컸을 수십 수백 번의 좌절. 김씨는 그 실패를 어떻게 극복해 냈던 걸까? 구글 캠퍼스에서 만난 김씨는 '이직 잘하는 법'만큼 '넘어졌을 때 일어나는 법'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다음은 김씨와 나눈 일문일답.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구글 캠퍼스의 김은주 구글 수석 디자이너. 그는 "도전조차 하지 않으면 가능성은 0%"라며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일단 해보라고 조언한다. 김은주씨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구글 캠퍼스의 김은주 구글 수석 디자이너. 그는 "도전조차 하지 않으면 가능성은 0%"라며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일단 해보라고 조언한다. 김은주씨 제공


-한 회사에서 인정받으며 안정적으로 다닐 수도 있었을 텐데, 계속 이직한 이유가 있나요?

"실제로 경력이 쌓일수록 회사 생활이 굉장히 안정적이었어요. 그런데 너무 편하게 일하다간 5, 10년 뒤 경쟁력이 없을 것 같더라고요. 물론 새 직장에 적응하는 거, 쉽지 않아요. 그래도 몇 번 해보니 도전을 해야만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죠. 단 이직하려는 이유가 현 직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면 절대 추천하지 않아요. 하려는 일이 매력적이어야 이직 스트레스도 견딜 수 있어요."

-직장을 옮길 때마다 면접 스트레스도 컸을 텐데요.

"13살부터 10년간 일기를 썼어요. 내가 만든 가상의 친구와 대화하듯 내 이야기를 하는 식이었는데, 자기 객관화 훈련이 된 것 같아요. 내가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지, 궁극적으로 뭘 하고 싶은지, 지금 시장에서 보는 나의 가치가 어떤지를 생각하는 연습이 되는 거죠. 이게 면접 준비나 탈락 후 스트레스를 이기는 데 도움이 됐죠."

-이직은 하고 싶은데 '준비가 안 됐다'는 생각에 주저하는 경우도 많아요.

"내가 준비가 됐느냐, 안 됐느냐는 회사가 판단하는 거예요. 스스로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하고 지원조차 안 하면, 가능성은 0%예요. 일단 지원해야 가능성이 생기죠."

김은주 구글 수석 디자이너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구글 베이뷰 캠퍼스에서 안드로이드 조형물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실리콘밸리=이서희 특파원

김은주 구글 수석 디자이너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구글 베이뷰 캠퍼스에서 안드로이드 조형물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실리콘밸리=이서희 특파원


-영어를 못해도 실리콘밸리 회사에 지원할 수 있을까요?

"엔지니어, 디자이너 등 언어보다 전문성이 중요한 직군이 있어요. 영어를 잘 하면 좋지만, 아니어도 괜찮아요. 구글에 다닌 지 4년 됐지만 저도 여전히 영어가 편하지 않아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편해지겠지' 생각했던 적도 있는데, 직급이 올라갈수록 제게 기대하는 영어 능력치도 높아지기 때문에 만족하기 쉽지 않더라고요. 도전을 못 하는 이유가 영어라면 지금이 아니어도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에요."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것의 장단점은 뭘까요?

"구글같이 큰 글로벌 회사는 1인에 대한 기대치 자체가 월등히 높아요. 그만큼 힘들 수 있어요. 반면에 자기 주장이 확실하고, 한국에선 과하다 싶을 만큼 적극적인 사람들이 잘 적응하고 존중받을 수 있는 문화예요."

남들은 평생 한 번도 하기 힘든 이직을 열 번이나 해냈지만, 스스로도 이렇게나 '다이내믹한' 인생을 살 것이라 생각하진 못했다. 20대 후반까지 한국에서 대기업과 언론사에서 일하던 자신이 20년 후 실리콘밸리에 있을 거라고도 상상할 수 없었다.

"전 별로 특별한 사람이 아니에요. 그렇지만 조금 다른 게 있다면,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란 생각으로 도전하고, 안 되면 '그럴 수 있다'고 여기며 버틴 거죠.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왔어요. 고통이 저만 피해 가란 법이 있나요. 일단 해보자고요."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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