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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인간이 일자리 빼앗는다? 즐거운 만큼 갈등도 커진다

입력
2022.09.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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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인간 발전에 '사회적 부작용' 우려도 증가
일자리 갈등·윤리·법적 문제 대표적
정부·기업·학계 참여한 '가이드라인' 구축 필요

미국에서 개발돼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인 가상인간 릴 미켈라. 릴 메킬라 SNS 캡처

미국에서 개발돼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인 가상인간 릴 미켈라. 릴 메킬라 SNS 캡처


인공지능(AI)과 그래픽 기술, 딥페이크 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가상인간 고도화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인간의 얼굴과 목소리를 한 가상인간이 기업 홍보 모델로 활동하고 있고, 뉴스에 출연해 앵커와 인터뷰를 나누는 등 가상인간과 인간의 경계는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기술 발전에 따라 가상인간 자체가 소비자의 대리인 역할을 하고 경제 활동의 중심에 설 것으로 예측되면서 다양한 사회적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자리 갈등부터 외모지상주의 고착화까지"


브이에이코퍼레이션에서 개발한 가상인간 반디. 브이에이 제공

브이에이코퍼레이션에서 개발한 가상인간 반디. 브이에이 제공


전문가들은 가상인간 발전에 따른 부작용을 크게 ①가상인간과 인간의 '일자리 갈등' ②가상인간으로 인한 '윤리적 문제' ③가상인간을 활용한 범죄행위 등 '법적문제'로 분류했다.

가상인간과 인간의 '일자리 갈등'은 실생활에서 피부로 느껴지는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게임사와 가상인간 개발사들이 내놓은 가상인간들이 기업과 제품의 홍보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가수와 연기자 등 활동 폭을 넓히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실제 인간이 맡았던 광고 모델을 가상인간이 대신하면 그 역할을 뺏기는 셈"이라며 "가상인간 때문에 일자리가 위태로워질 경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가상인간 발전으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래픽 전문기업 펄스나인 박지은 대표는 "가상인간의 (행동) 대역이나 스타일리스트 등 가상인간을 지원하는 인력이 필요해질 것"이라며 "노래는 잘하지만 여러 이유로 가수 활동이 어려웠던 사람도 가상인간을 내걸어 자신의 '부캐'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리적 문제는 최근 AI기술을 활용해 얼굴을 합성하는 딥페이크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서 머지않아 가상인간이 특정인의 얼굴과 목소리 등 개인 특징을 상당히 비슷한 수준으로 모사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 과정에서 이미 세상을 떠난 고인이 가상인간으로 재현될 수도 있고, 실존 인물을 본뜬 가상인간이 진짜 인간 행세를 할 수도 있다. 전창배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IAAE) 이사장은 "실존 인물이나 고인을 가상인간으로 만들 경우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면 인격권과 초상권 침해 문제가 생긴다"면서 "가상인간을 통한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은 심각한 윤리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상인간이 '외모 지상주의' 등 부적절한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 최근 가상인간 대부분은 '젊고 예쁜' 여성의 모습이다. 가상인간을 개발하는 기업들은 흥행을 고려할 수는 있지만, 과연 겉모습을 강조해 눈에 띄게 하는 것이 적절한 것이냐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과 브랜드가 지향하는 특성을 잘 반영하는 쪽으로 가상인간이 개발되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비슷비슷한 외모의 '예쁜 가상인간'만 쏟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상인간이 범죄 행위 당사자 될 수도"


가상인간 기술 개발로 인간의 얼굴과 목소리를 상당 수준에서 모사가 가능해짐에 따라 보이스피싱 등 범죄행위에 가상인간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가상인간 기술 개발로 인간의 얼굴과 목소리를 상당 수준에서 모사가 가능해짐에 따라 보이스피싱 등 범죄행위에 가상인간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가상인간이 범죄 행위의 '완벽성'을 높여주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 이사장은 "지금의 보이스피싱은 음성만으로 이뤄지지만 인간과 똑같은 가상인간이 영상통화 등으로 접근하면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며 "가상인간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반대로 가상인간이 범죄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캐릭터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발생한 사례가 있는 것처럼 소비자가 자신의 '대행자'로 지정한 가상인간이 범죄 행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소비자들은 가상인간을 자신을 대행하는 인격체로 여길 것"이라며 "가상인간을 대상으로 한 범죄 피해 충격은 실제 범죄만큼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가상인간이 발전하고 쓰임새가 많아질수록 다양한 문제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가상인간의 정체성과 개념, 활용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 이사장은 "정부와 학계, 민간 기업 등이 모두 참여하는 '가상인간 윤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어야 가상인간 산업도 더 튼튼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곁의 가상인간' 몰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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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사실 저 가상인간이에요" 그녀의 깜짝 고백에도 Z세대는 더 열광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82310450004138

②얼굴 100만개·표정 1500장이 만든 가상인간..."Z세대 마음 얻어야 살아 남아"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82520280002989

③가상 인간이 일자리 빼앗는다? 즐거운 만큼 갈등도 커진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82516050005407

송주용 기자
소진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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