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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역 47배 늘었지만 '사드 보복'에 휘청...시험대 놓인 한중 경협

입력
2022.08.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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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경협 30년, 양적 교류 47배 급팽창
2017년 기점 냉각기 전환.. '탈중국' 러시
"전략적 협력 모델 한계...새 연결고리 찾아야"

6월 20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중수교 30주년 기념화보 발간 기념식에서 김한규 21세기한중교류협회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국제강은 지난달 21년 만에 중국 현지 제조 사업을 접었다. 최근 3년 동안 700억 원에 달하는 누적 손실을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2001년 처음 중국에 진출할 때는 중국 철강 산업의 기술이나 제품 수준이 떨어져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은 빠르게 추격해왔다. 동국제강은 중국 대신 베트남과 멕시코, 미국 등 다른 나라 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24일 한중수교 30주년을 맞는 경제계 분위기는 잔칫집이 아닌 초상집에 가깝다. 과거 경제 분야에서 '중국'은 성장과 기회를 상징하는 단어였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이 아니라 '탈중국'이 대세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앞다퉈 중국 내 사업 비중을 줄이거나 철수하는 데 속도를 높이고 있다. '수출 효자' 역할을 한 중국과의 무역 수지도 28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설상가상 미국이 중국 배제 기조를 강화하면서 정책 면에서 불확실성까지 갈수록 짙어지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탈중국이냐 아니냐를 넘어 거시적 안목에서 통상 협력의 새 비전을 세울 때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30년 동안 이어온 전략적 동반자 모델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인정하고, 새로운 경제적 연결 고리를 찾을 때라는 얘기다.



63억→3,105억 달러...세계 유례없는 초고속·초밀착 협력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에서 현지 직원들이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수교 후 30년 동안 두 나라의 경제협력 규모는 전례를 찾기 힘들 만큼 가파르게 커졌다. 한국의 대중국 교역량은 1992년 64억 달러에서 2021년 3,015억 달러로 47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기준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23.9%)이자 최대 수출·수입국(25.3%, 22.5%)이다. 중국에도 한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무역 파트너다. 한국은 중국 교역 총액에서 6% 비중을 차지하는 3대 교역국인데, 중국은 올해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2대 교역국 자리에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다.

빠른 성장의 이유는 서로가 서로에 도움이 되는 '동반 성장'이 가능해서였다. 시장 경제 체제가 막 갖춰진 1990년대 초반의 중국은 공장과 자금을 유치해 경제 규모를 키우는 게 지상 과제였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임금 등 비용 상승이 고민이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원재료나 반제품을 가져가 중국 공장에서 제품화한 뒤 국내나 해외에 파는, 가공무역 중심의 협력 구조가 자리를 잡았다. 한국의 기술과 자본, 중국의 광대한 시장이 만나 시너지를 일으킨 것이다. 가죽·섬유·종이 중심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무선통신 기기 등의 중간재로 협력 분야는 갈수록 넓어졌다.



사드 보복으로 생긴 균열...28년 만에 대중 무역적자

6월 15일 중국 베이징에서 보호복을 입은 근로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제를 위해 봉쇄한 주택가 입구에 앉아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하지만 2017년을 기점으로 거대한 균열이 발생했다. 기폭제가 된 것은 이른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였다. 2016년 9월 정부가 한반도 내 사드 배치를 공식화하자 중국 정부는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령)을 선포하며 한국을 경제적으로 보복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때 20%를 찍었던 삼성전자의 중국시장 휴대폰 점유율은 지난해 1% 미만으로 추락했다.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중국 판매량이 전년 대비 23% 줄어 점유율이 1.8%로 내려앉았다. 사드 보복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친 유통사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롯데는 150곳 넘던 현지 백화점과 대형마트 점포 영업을 중단했고,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내 매장 1,000곳 이상을 폐쇄했다.

악재들이 쌓이자 대중국 무역수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대중 무역수지는 지난달 5억7,000만 달러 적자로 5, 6월에 이어 석 달째 적자다. 3개월 연속 대중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2년 8~10월 후 처음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대중 무역 흑자로 다른 나라에서 생긴 적자를 메워 왔는데, 중국으로의 수출이 줄면 전체 교역에서 적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마지막 남은 수출 효자 상품인 반도체마저 미·중 무역 갈등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섰다. 미국이 이끄는 반도체 동맹인 '칩4'에 한국이 참여를 결정할 경우 중국이 이를 빌미로 경제 보복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 1,280억 달러 가운데 중국·홍콩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이른다.



전통적 협력 모델 종료...소비재 수출 돌파구 삼아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아 24일까지 중국 국영 유통기업인 화룬완자그룹과 함께 현지에서 한국 식품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중국 '올레' 점포에 마련된 한국 식품 판촉행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제공


다만 미중 갈등과 같은 외부적 요인이 본질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중국의 인건비 상승과 구인난, 중국 기업들의 성장 등 경제 환경이 구조적으로 달라진 점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산업 구조가 고도화되면서 한국이 중국보다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산업은 반도체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거의 모든 산업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만큼 과거와 같은 전략적 협력 모델을 지속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제품별로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그래서 나온다. 예를 들면 중간재는 '탈중국' 전략이 유효하지만 소비재는 오히려 중국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중국의 대한국 수입총액 중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83.7%에 달한다. 2019년 일본의 보복성 수출 규제에 맞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자립'을 외치면서 역설적으로 대중 의존도가 크게 높아진 탓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대중국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어서 중국이 수출 부진을 겪으면 한국 경제도 덩달아 휘청이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의 내수 시장을 겨냥한 소비재 수출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에는 더욱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돌고 돌아 다시 '중국 시장에 기회가 있다'는 말을 되새길 때라는 말이다. 전보희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는 반도체·석유화학 등 특정 중간재 품목에 쏠린 대중국 수출 구조에서 탈피해 소비재를 포함한 최종재의 수출 비중을 키워야 한다"며 "중국의 소비재 수입 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어 수입 대체가 어려운 제품과 기술, 브랜드 경쟁력을 갖춘 고급 소비재를 개발해 중국 내수 시장의 틈새를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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