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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제조사도 모른다는 이상반응, 피해자가 입증하라고요?"

입력
2022.04.19 10:0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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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일상, 남겨진 상흔] <1> 백신피해자들

편집자주

코로나19가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일상이 2년여 만에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상처마저 회복된 건 아니다. 제대로 돌보지 않은 상처는 덧나고 곪아 사회적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다. 또 다른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남은 문제들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백신 피해자, 후유증, 의료 인력, 교육 문제 등 4회에 걸쳐 알아본다.


김두경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이 2021년 11월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 피해보상확대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김두경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이 2021년 11월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 피해보상확대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120일 정도면 나온다던 인과성 판정 결과가 7, 8개월이 지나도록 안 나와요. 지난해 8월에 접수한 분은 아직도 결과를 못 받았답니다."

18일 김두경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 회장은 정부의 늦장대응이 가장 갑갑하다고 했다. 지금 가장 시급한 일로는 △인과성 여부를 최대한 빨리 해줄 것 △인과성 평가가 나오기 전이라도 치료비 등을 우선 지급해 줄 것을 꼽았다.

백신 접종 이후 가정 파탄… 최저 생계비라도 먼저 지원해줘야

백신을 맞고 심근염 증상을 보인 지모씨는 지금까지 병원비로만 1억2,500만 원이 들었다. 남편은 간병 때문에 일을 그만뒀고, 자녀들은 친척집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지난달 들어서야 정부는 백신과 심근염의 인과성을 인정했다. 보상금도 내놨다. 하지만 이미 파탄 난 가정은 원상태로 쉽사리 회복되지 않는다.

코백회 회원 중엔 지씨 같은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가장을 잃어 생활고에 시달리고, 치료비 부담에 빚을 떠안고, 파산 신청으로까지 이어진다. 피해자들을 위해 최저 생계비나 사망 위로금이라도 우선적으로 먼저 지급해 달라는 요구는 이 때문이다.

"백신 제조사도 모르는 이상반응, 피해자가 입증하는 게 합당한가"

인과성 입증도 문제다. 백신 피해가 발생하면, 일단 피해보상을 신청하고, 기각되면 두 번에 걸쳐 이의 신청을 한다. 그래도 안 되면 행정소송을 내야 한다. 절차 자체도 복잡하지만, 이 과정에서 의학적 지식이 부족한 피해자 가족들이 인과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는 게 큰 부담이다.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모임'의 고문 이인재 변호사는 "이번에 국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다음 팬데믹 때는 어떻게 또 백신을 맞으라고 요구할 수 있겠나"라며 "백신 제조사도 명확하게 말하지 못하는 이상반응을 피해자더러 입증하라 하지 말고, 일정한 시간적 근접성이 있다면 인과성 있다고 추정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인수위 '피해 보상 확대 방안' 내놨지만 ...

그나마 정권교체기를 맞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백신 피해자 지원 확대 방안을 내놨다. 인수위는 △'인과성'에 더해 '관련성' 질환도 추가해 피해 보상 확대 △사인 불명의 경우 접종 후 30일 이내 돌연사는 위로금 지원 등의 내용이 담긴 방안이다.

하지만 이 또한 현실화될지는 지금으로선 아무도 알 수 없다. 코백회 관계자는 "현재까지 인과성심의위원회에서 '관련성 질환'에 대한 심의를 내린 적이 없다"며 "30일 이내 돌연사의 경우도, 청소년의 경우 60일 이후에 이상반응을 보인 사례가 다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간을 명시하는 걸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수위가 현 정부보다 더 무심해"

김 회장은 코백회의 가장 강력한 요구사항을 '특별법 제정'으로 꼽았다. 특별법에는 백신 부작용 지정병원 선정, 치료 의사에게 백신 이상반응 신고 자율권 부여, 피해보상전문위원회 심의내용 공개 등이 담겨야 한다. 국회도 백신 피해보상 문제, 치료비나 간병비 우선 지원 문제를 논의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은 없다.

김 회장은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윤석열 당선인에게 서한문을 보냈지만 아무런 답이 없다"며 "우리가 체감하기론 지금 정부보다 더 무심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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