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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가 송강호가 약한 술로 갈아탄 이유는

입력
2021.07.03 12:00
수정
2021.07.03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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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여러분의 주식 계좌는 오늘도 안녕하십니까? 25년 연예 전문기자 김범석씨가 좌충우돌하며 겪은 스타들의 이야기와 가치투자 도전기를 전해드립니다.


배우 송강호. 한국일보 자료사진

배우 송강호.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배우는? 아마 이 물음에 답을 망설이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넘버3'로 얼굴을 알린 지 22년 만에 '기생충'으로 칸과 아카데미로 배우 인생의 정점을 찍은 송강호다. 그런 국민 배우에게도 약점이 있었으니 바로 술이다.

그가 "요즘 백세주만 마십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던 때가 있었다. 실제로 국순당 모델이기도 했지만, 이 말의 속뜻은 "요새 참이슬, 윈저 안 마시니까 권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이었다.

워낙 사람들과 술자리 갖는 걸 좋아하는데 간혹 언쟁이나 험악해지는 분위기가 연출될 때가 있어 스스로 절주를 선언한 거였다.

기자도 술 때문에 그와 불편해질 뻔한 사건이 하나 있었다. 비록 전화 통화를 통해서였지만 배우에게 험한 소리를 들은 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다행히 오해가 풀렸지만, 한동안 그를 피해 다녀야 하나 걱정했던 게 사실이다.

때는 로또 복권 광풍이 불던 2000년대 중반, 스포츠지도 연일 로또 관련 뒷얘기를 지면에 쏟아내던 무렵이었다. 당시 로또 광고 모델이던 송강호로 기삿거리를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에 소속사 별모아엔터테인먼트 심필보 대표에게 전화했다.

"혹시 송강호씨도 로또를 구입하나요?", "5,000원이라도 당첨된 적이 있을까요?" 물었지만 "개인 사생활이라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취재에 응하고 싶지 않다는 얘기였다.

여기서 멈췄어야 했는데 어떻게든 프로야구 경기가 없는 날 1면 톱기사를 쓰고 싶었다. 결국 송강호의 따옴표를 동원해 '로또 기금사업이 공익성이 있는 만큼 국민 여러분 로또 애용해주세요'라는 취지로 기사를 썼고 전국판 1면에 실렸다.

그런데 다음 날 오전 8시 송강호가 직접 신문사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어 불길하게 나를 찾았다.

"여보세요. 나 송강혼대요. 혹시 김범석 기자십니까?" "네, 이른 시간에 어쩐 일이신지." "이거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온 이 기사 뭡니까? 내가 언제 이런 말을 했지요?" "아, 그게요, 선배님. 그게 저기 말입니다." "뭐라고요? 선배? 내가 왜 그쪽 선배죠?"

일을 키우고 싶지 않을 땐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얘기를 최대한 빨리 하며 납작 엎드리는 게 상책인데 타이밍을 놓쳤다. 소속사에 양해를 구했고 유익한 내용이라고 변명했지만, 그는 언성을 높였고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매우 짧지만 강렬한 비속어를 전광석화처럼 쏟아냈다. 비현실적이고 몽롱해지는 순간이었다.

자초지종을 들은 심필보 대표는 "어휴, 왜 그러셨어요? 밤샘 촬영하고 새벽에 들어가셨는데 하필 현관 앞에 배달 온 신문을 보셨나 봐요. 근데 선배님이 다시 전화할 수 있으니 피하지 말고 받아보세요"라며 위로해줬다.

그런데 진짜 퇴근 무렵 그로부터 다시 전화가 왔다. 심호흡한 뒤 받았는데 수화기 너머의 톤 앤 매너가 180도 달라져 있었다.

"아, 김 기자님. 제가 아까는 큰 결례를 범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새벽까지 스태프들과 소주를 마셨는데 제가 하지도 않은 얘기가 기사로 나와 화가 났던 것 같습니다. 한숨 자고 다시 보니 어떤 취지로 쓰신 건지 알겠고요. 아까 욱해서 했던 말은 본심이 아니니까 면목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얼마 뒤 '남극일기'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 장소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 "제가 더 죄송했다"며 허리를 굽혔고 어색하게 사진까지 찍는 퍼포먼스를 끝으로 해프닝은 일단락됐다.

이 사건 후 칸영화제에 참석한 송강호는 필자를 먼저 알아보고 "김 기자님, 우리 집사람인데 부부 동반으로 왔다고 기사 좀 써줘요"라며 직접 아내를 소개해주기도 했다. 그 순간 방정맞게도 내 머리에 스친 건 형수님이 얼마나 애주가 남편을 위해 아침마다 북엇국을 끓였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송강호의 음주 소란 해프닝은 잊을 만하면 영화계에 한 번씩 등장하지만 구전되는 과정에서 다소 윤색되거나 부풀려졌을 것이다. 만약 심각했다면 '송강호 심야 충돌'이란 제목으로 유튜브를 달궜을 게 분명하다.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 그러나 많은 이들의 우려를 의식한 송강호는 10년 전부터 독주를 끊고 대신 캔맥주만 마신다고 전해진다.


송강호 화보가 시선을 끌었다. 데이즈드 제공

송강호 화보가 시선을 끌었다. 데이즈드 제공

한국인의 알코올 소비량은 여전히 아시아 1위인데 눈에 띄는 건 송강호처럼 소주 대신 맥주나 와인 같은 저도주로 갈아타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저도주의 인기는 건강과 웰빙 영향도 있지만 술을 좋아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고 한다.

요즘 주류업계의 최대 이슈는 지난해 5월 나온 곰표 수제 맥주의 돌풍이다. 편의점에서 맥주가 품귀 사태를 빚고 1인당 판매량을 제한할 정도로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간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한국 수제 맥주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제 맥주 시장 규모는 1,180억 원. 전년 대비 47.5% 급성장세다.

곰표맥주 관련주는 곰표 브랜드를 갖고 있는 대한제분과 독점 판매처 CU편의점의 관리 사업자 BGF리테일이다. 곰표맥주 위탁 생산업체인 롯데칠성음료도 수혜주로 거론된다.

제주맥주도 국내 수제 맥주 점유율을 3분의 1이나 차지하며 지난해 5월 코스닥에 입성했다. 주력 상품 제주위트에일은 올해부터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 롯데칠성 충주공장에서 위탁 생산중이다.

자사 제품 클라우드의 판매가 고전 중인 롯데칠성이 공장을 빌려주며 수제 맥주 주문자상표부착(OEM) 사업을 통해 적자를 메워 보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수제 맥주가 인기라고 해서 묻지마 투자에 뛰어들면 안 된다. 제주맥주는 2017년 창사 이래 매년 적자 상태이며 지난해에도 43억 원의 영업 적자가 났다. 코스닥에 입성한 건 이익을 내진 못했지만, 성장성과 사업 확장성을 인정받은 ‘이익 미실현 특례 상장’ 제도 덕분이었으니 참고하자.

제주맥주 주가는 5월 상장 후 최고점을 찍은 뒤 하락, 6월 현재 4,000원대에서 횡보중인데 업계에선 올해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측한다.

장밋빛 근거는 두 가지다. 주세가 제조사에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기존 주세는 제조 가격에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였는데 주류 양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로 개정돼 캔 4개에 1만 원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롯데칠성을 등에 업은 대량 생산 및 물류비 절감에 따른 실적 개선 전망도 주가 상승 동력이 될 전망이다.

배당에 관심 있는 애주가 투자자라면 진로발효를 관심 종목에 추가하자. 진로의 계열사로 곡물을 발효시켜 술의 원료인 에탄올을 추출해 진로에 공급하는 주정 회사인데 크린콜이라는 살균소독제도 만든다.

국내에는 총 9개의 주정사가 있는데 진로발효는 생산 설비와 점유율 면에서 창해에탄올에 이어 2위다. 경기 방어주인 만큼 매출과 영업이익 등락폭이 적지만 실적이 꾸준하고 배당 성향이 60%나 된다.

최근 5년 동안 평균 배당 수익률은 3.9%. 7월부터 식당, 술집의 영업시간이 연장되고 테이블에 진로 두꺼비 이즈백 소주가 많이 보인다면 진로발효 투자로 연결해보자.

사람들이 먹고 마시는 라이프 스타일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얻는 피터 린치식 투자법은 멀리 있지 않다.

김범석 전 일간스포츠 연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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