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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음벽 공화국' 벗어날 대안 없나

입력
2020.07.20 12:50
수정
2020.07.20 13:2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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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음 포장은 빗길ㆍ빙판 사고 예방도
저소음 타이어ㆍ방음터널 설치도 거론
"지형과 주변 구조물 특성 맞춰 정해야"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지난해 8월 환경부가 발표한 ‘2018년 소음진동 관리시책’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전국 시도 내에 설치된 방음벽 길이는 1,721㎞에 달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전국 방음벽 중 고속도로에 설치된 방음벽 길이만 해도 1,087㎞로 나타났다. 지역도로, 간선도로 구분 없이 소음방지책으로 방음벽 설치가 우선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방음벽의 실효성 여부다. 방음벽은 조망권 침해, 여름철 내부 온도상승 등의 문제뿐 아니라 도시미관을 해치고 바람길을 막아 통풍을 어렵게 하는 등의 문제을 수반한다. 정일록 한국환경피해예방협회 고문은 “방음벽은 주변 여건에 따라 효과가 좌우되는데, 통상 5층 이하 건물은 방음벽으로 인한 소음저감 효과가 5~15㏈A로 기대되지만, 10층 이상 건물이 대부분인 한국에선 소음 경로가 다양해서 방음벽 저감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방음벽 공화국’을 탈피하기 위한 소음 저감대책으론 저소음 포장도로가 우선적으로 검토된다. 일반 도로와 달리 도로 표면의 공극(틈)을 통해 소음을 흡수할 뿐 아니라, 배수 기능도 뛰어나 빗길과 빙판사고 예방효과도 있다.

저소음 도로 이외에도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최근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기술은 저소음 타이어다. 타이어 내부에 흡음재를 넣어 공기 진동소리를 최소화하거나 외부 패턴모양을 바꿔 마찰음을 줄이는 방식이다. 타이어 소음을 줄이려는 이유는 도로소음의 절반 이상이 타이어로부터 유발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의 2001년 조사에 따르면 시속 40㎞ 이상으로 달리는 자동차가 내는 소음 중 타이어 소음이 차지하는 비율은 45~97%에 달한다.

이 때문에 유엔 산하 유럽경제위원회(ECE)는 2001년부터 타이어 소음 관련 법령을 제정해 점진적으로 규제기준을 강화했다. EU가 이 기준을 받아들여 2003년 세계 최초로 ‘타이어 소음성능 표시제도’를 도입했고, 2016년엔 소음 기준을 기존보다 4~5데시벨(㏈A) 강화했다. 일본도 2018년부터 신차를 시작으로 저소음 타이어 장착을 의무화했다.

한국도 올해 1월부터 타이어 소음 성능표시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재원이 변경(풀체인지)되는 신차는 저소음 타이어를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한다. 승용차용 타이어의 기존 소음허용 기준치는 타이어 단면 너비에 따라 70~74㏈A였는데, 이보다 3㏈A 이상 낮으면 AA등급, 1~2㏈A 낮으면 A등급을 부여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A등급 기준치에 도달했다고 신고한 타이어는 총 20개로 집계됐으며, AA등급 타이어는 아직 없었다.

하지만 저소음 타이어를 장착해도 엔진 등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줄일 수 없는 탓에 속도제한 등의 저감방법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럽 환경보호국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차량속도를 10% 줄일 경우 1~1.5㏈A의 소음저감효과가 나타났다. 실제로 유럽의 다양한 도시들이 참여 중인 ‘자동차 배기가스 및 소음감소를 통한 건강한 환경 구축(HEAVEN) 프로젝트’는 화물차량 통행이 많은 독일 베를린시 일부 지역에 시속 30㎞의 속도제한을 도입해 1~3㏈A의 저감효과를 보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국토교통부가 2014년 평택제천 고속도로의 과속단속카메라 설치구간과 미설치구간을 비교ㆍ분석한 결과, 단속카메라 설치구간을 지나는 차들의 소음이 미설치 구간 이동 차량에 비해 1㏈A 낮게 나타났다.

영동고속도로 수원 광교 구간에 설치된 방음터널 모습. 도로소음 저감대책의 하나로 방음터널 설치 요구가 늘어나고 있지만, 방음벽이나 저소음포장보다 설치비용이 훨씬 많이 들기 때문에 가성비 측면에선 한계가 있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영동고속도로 수원 광교 구간에 설치된 방음터널 모습. 도로소음 저감대책의 하나로 방음터널 설치 요구가 늘어나고 있지만, 방음벽이나 저소음포장보다 설치비용이 훨씬 많이 들기 때문에 가성비 측면에선 한계가 있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최근에는 완벽한 소음차단을 위해 방음터널을 설치해달라는 요구도 늘고 있다. 2018년 경기 수원의 한 아파트연합회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서수원~의왕 고속도로 일부 구간을 방음터널로 덮어달라고 요구한 게 대표적이다. 방음터널은 소음발생지역(도로)을 터널형태로 덮기 때문에 소음도달지역(주택, 상가 등) 앞에 세우는 방음벽보다 소리의 전파 범위가 현저히 좁아진다. 또 방음터널 설치시 최소 25㏈A의 저감효과가 있어 방음벽(높이 1m당 대략 1㏈A)보다 소음차단 효과가 큰 것도 장점이다.

문제는 높은 설치 단가다. 왕복 4차로를 방음터널로 1m 덮으려면 3,500만원 정도가 들고, 왕복 6차로로 넓히면 4,500만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터널길이가 300m라면 설치비로 100억원 이상이 필요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전국 고속도로에 설치된 방음터널은 6곳(총 길이 2,904m) 뿐이다.

이처럼 도로소음 대책의 장단점이 뚜렷한 만큼 전문가들은 지형이나 주변 구조물에 맞춰 저감책을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정일록 고문은 “소음이 심한 고층 아파트 밀집지역은 (저소음포장, 방음벽, 저소음 타이어 등) 두 가지 이상의 저감책을 접목하고, 저층 아파트가 많고 간선도로가 아닌 곳은 저소음 포장만 하는 게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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