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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꼭 닫고 소음도 측정... 이해 못 할 주택건설 승인 기준

입력
2020.07.16 12: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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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창문 닫고 사나" 현실과 괴리
수치만 맞춰 건설 허가 내주는 꼴
부처별로 제각각인 기준도 문제

소음피해는 겪어보지 않고는 그 고통을 짐작하기 쉽지 않다. 소음은 평온한 일상을 불시에 파고들어 스트레스와 수면장애, 고혈압 등 장기 치료를 요하는 질병을 유발하는 심각한 오염원이다. 그럼에도 주택건설 허가를 위한 도로소음 기준과 실제 환경소음을 관리하는 기준이 달라 혼선을 주고 있다.

국내 소음 관련 법규는 크게 환경부 법령인 ‘환경영향평가법’과 ‘환경정책기본법’, ‘소음진동관리법’, 그리고 국토교통부 법령인 ‘주택법’과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 있다. 환경정책기본법상 정부가 적정하게 유지하도록 정한 교통 소음기준은 낮(6~22시) 65데시벨(㏈A), 밤 55㏈A이다. 이 수치는 소음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때 주된 근거로 활용된다. 2017년 광주광역시의 기아 챔피언스필드 야구장 인근 주민 600여명은 야구장 신설로 인한 소음피해와 교통불편을 호소하며 구단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그러나 당시 주민들이 사는 아파트에서 측정된 야구장 소음은 62.9㏈A로, 환경기준치(65㏈A)을 넘지 않아 패소했다. 이럴 경우 주민들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소음을 참고 지내거나 스스로 방음창과 같은 저감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15일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와 주택들이 방음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경인고속도로와 접해 있는 모습. 방음벽보다 훨씬 높은 고층아파트가 눈에 띈다. 고층일수록 소음원이 다양하고 소리의 경로도 완벽히 차단되지 않아 소음에 매우 취약하다. 서재훈 기자

15일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와 주택들이 방음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경인고속도로와 접해 있는 모습. 방음벽보다 훨씬 높은 고층아파트가 눈에 띈다. 고층일수록 소음원이 다양하고 소리의 경로도 완벽히 차단되지 않아 소음에 매우 취약하다. 서재훈 기자


환경기준을 초과한 소음 발생이 인정되더라도 즉각 구제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기준치보다 3㏈A 높은 낮 68㏈A 또는 밤 58㏈A을 초과할 때만 소음관리진동법에 근거해 적극적으로 규제에 나선다.

주민들이 소음피해를 심각하다고 느끼는 또다른 이유는 주택건설 승인 단계에서는 환경기준치와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영향도 있다. 소음진동관리법은 소음원에 가까운 주거지 외부에서 소음도를 측정하는 반면, 주택법과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은 6층 이상 주택에서 창문을 모두 닫고 실내에서 측정해 45㏈A 이하가 되면 승인하도록 정하고 있다. 아파트 저층부를 제외하면 소음이 유입되는 경로를 차단한 채 피해 정도를 파악하는 셈이라, '반쪽 짜리' 기준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처럼 소음 기준이 창문을 모두 닫고 생활하는 상태를 전제로 만들어진 까닭에, 주민들은 창문을 열었을 경우 극심한 소음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결국 현행 법률은 주민들에게 답답해도 창문을 닫은 채 참으면서 지내거나, 창문을 열고 싶으면 소음은 기꺼이 감수하라고 강요하는 셈이다. 국토교통부는 이에 대해 사람들이 실제 생활하는 환경에 맞추기 위해 창문을 닫고 소음을 측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파트 저층부는 창문을 열면 직접적으로 소음에 노출되지만, 6층 이상은 소리가 굴절돼 상대적으로 낮은 소음에 노출된다는 점을 고려해 6층 이상만 창문을 닫고 측정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환경부와 국토부가 적용하는 소음기준이 다른 상황에서, 소음피해 분쟁을 다루는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판단 기준도 현실과 다소 괴리가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어 혼선을 더하고 있다. 조정위는 통상 환경소음기준인 65㏈A를 기준으로 초과구간을 1~5㏈A로 나눠 피해를 살펴보는데, 3㏈A을 초과하면 심각한 피해로 판단한다. 3㏈A은 소리에너지가 2배로 증가할 때 증폭되는 소음도로, 수치로는 심각해 보이지 않아도, 피해 체감도는 상당하다. 예컨대 실내에서 진공청소기를 1대 가동할 때 발생되는 소음이 60㏈A이라면, 같은 청소기를 동시에 2대 가동할 경우 소음도는 3㏈A 높은 63㏈A이 된다. 소음피해 집단소송 경험이 있는 공대호 변호사는 “소음 분쟁을 다뤄보면 주민들이 체감하는 소음도가 실제 측정된 소음도와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며 “소음측정 위치, 측정시점과 기간에 대한 기준도 법률마다 차이가 있거나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이 같은 혼선을 의식해 엄격하고 통일된 기준을 적용하고 싶지만, 주거지가 밀집한 대도시의 특성도 무시할 수 없어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를 비롯한 수도권은 차량 통행이 워낙 많고 간선도로가 거미줄처럼 뻗어 있어 환경부에서 정한 소음관리 기준을 애초에 충족하기 어려운 지역이 많다. 소음진동 분야 기술사들은 “환경기준을 100% 따르려면 도로에서 수백미터 이내에는 아파트를 지을 수 없게 된다. 현실적인 여건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소음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는 만큼 환경부 기준에 맞춰 기준을 통일하고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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