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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일터뷰]막판 ‘빅딜’을 거친 가습기법 뒤에서 활약한 전현희 의원

입력
2020.03.21 04:30
수정
2020.03.23 15:0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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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무실에서 전현희 의원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 기자
13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무실에서 전현희 의원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 기자

“이 분들이 무슨 죄를 지었다고 무릎을 꿇어야 하나요.”

지난 1월 9일 국회에서 전현희(재선ㆍ서울 강남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 10명과 함께 무릎을 꿇고 이같이 울먹였다. 신속한 피해자 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기업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본회의 직전 좌초되자, 처리를 간곡하게 호소한 것이다. 대부분 의원들이 4월 총선에 시선이 꽂혀 있던 시기, 전 의원이 특정 법안 처리에 매달린 이유가 무엇일까.

전 의원이 개정안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활동을 시작한 2018년 7월이었다. 사실 전 의원은 초선이었던 2011년 국감 당시 ‘원인 미상의 폐질환’ 주범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지목하며 이를 처음 공론화한 장본인이다. 하지만 이후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자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선 것이다. 이후 1년간 간담회 등 10차례에 걸쳐 피해자들과 만났다. 전 의원은 “정부와 국회에 실망한 피해자 마음을 열기가 어려웠다. 욕도 많이 먹었다”고 회상했다.

개정안 처리에 있어 문제는 두 가지였다. 먼저 불합리한 정부 보상이 문제였다. 폐질환 피해자는 1단계(가능성 거의 확실)~4단계(거의 없음)로 분류된다. 1~2단계는 정부 예산(구제급여)으로, 3~4단계는 기업 분담금(구제계정)으로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구제계정 대상자는 정부의 ‘건강피해 인정증명서’를 받지 못해 소송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전 의원은 “같은 피해자인데, 구제는 차별적”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가해 기업의 손해배상을 받기도 어려웠다. 피해자가 살균제 사용으로 건강이 악화된 점을 ‘상당히 개연성’ 있게 입증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점들을 반영해 지난해 10월 구제급여ㆍ계정 통합과 살균제 노출 이후 질환이 발생한 사실만 입증하면 피해 인정 등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이 발의됐다.

지난 1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법안 통과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법안 통과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정안 발의 이후 논의도 순탄치 않았다. 첫 관문인 환노위에서부터 “너무 파격적”이라는 이유로 반대가 많았다. 결국 집단소송제와 사망자 위로금 등이 빠진 수정안이 지난해 12월 환노위를 통과했다. 하지만 1월 9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입증책임을 지나치게 완화하면 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또다시 제동이 걸렸다. 이에 피해자들은 “원안 통과가 어렵다면 구제급여ㆍ계정 통합이라도 지켜달라”고 요청했고, 법무부ㆍ기재부 등과의 협의를 거쳐 입증책임 부분에 ‘역학적 상관관계 증명’이란 단서조항이 신설됐다. 전 의원은 입증책임 부분에 단서 조항인 ‘역학적 상관관계 증명’을 신설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냈다. 전 의원은 법안 처리를 위해 민주당 원내지도부에도 ‘법사위 통과를 위해 힘을 써달라’고 당부했다. 이런 노력 끝에 개정안은 이달 6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10월 전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한 지 5개월 만이다. 치과의사 출신 변호사인 전 의원은 “기존엔 의료소송에서 의학적 지식이 없는 피해자가 이기기 쉽지 않았는데 이번 개정안 통과로 입증책임의 상당 부분이 기업의 몫으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 한국일보의 ‘여의도 일터뷰’는 정쟁과 정치공학 그 너머, 여의도 1번지 국회 구석구석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일에 관한 인터뷰’, ‘일터에 관한 조망(View)’을 통해 한 발 가까이에서 들여다 본 ‘일하는 여의도’의 표정을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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