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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트렌드, NOW] 자신이 연루된 감청 자료 조작하다가 들통난 FBI 직원

입력
2019.05.07 18:06
수정
2019.05.07 20:1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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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연방법원 전경.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연방법원 전경.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자신에게 걸려온 테러 용의자의 음성 메시지 내용을 고의로 왜곡ㆍ누락한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60대 소말리아 출신 감청담당 직원이 쇠고랑을 찰 위기에 놓였다. 이에 앞서 그의 두 아들도 테러 관련 혐의로 당국의 수사를 받은 전력이 있어 이 사건의 향후 추이에 미 언론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6일(현지시간)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소말리아 출신인 아브디리자크 차치 라게브 웨헬리(66)는 FBI와 계약을 맺고 소말리아 언어로 오간 감청 자료를 영어로 옮기는 번역가로 활동했다. 그런데 2012년 12월 문제가 터졌다. 소말리아 테러그룹 ‘알샤바브’에 협조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용의자 A가 웨헬리의 휴대폰에 음성 메시지를 남긴 게 FBI 감청에 포착된 것이다. 당시 메시지에서 용의자 A는 부친의 친구인 웨헬리 이름까지 직접 언급했다.

웨헬리는 국가 안보와 직업적 양심보다는 두려움에 굴복했다. 상부에 보고하는 대신, 감청 내용을 조작했다. 음성 메시지 중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오는 부분을 변경하고, FBI에는 ‘신원 불특정 남성’으로 표기해 번역본을 넘겼다. 이후 FBI가 이를 알게 되자 웨헬리는 애초 “A와 대화한 적이 없고, 그로부터 음성 메시지 하나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으나 결국 은폐 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또 FBI에 “A의 부친과 매우 가까운 사이이며, A와는 2013년 11월~2017년 4월 10차례에 걸쳐 이야기를 나눴다”고 털어 놓았다. 다만 “테러 활동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폈다.

2017년말 거짓 진술, 수사 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였지만 웨헬리는 소말리아로 건너갔고, 현지 대학에서 9개월간 강의를 한 뒤 지난 4일 미국으로 귀국했다. 귀국 즉시 곧바로 체포돼 6일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연방법원에 출두한 그는 일단 보석 석방됐지만, 앞으로 본격적인 재판을 받아야 할 처지다.

현재로선 웨헬리와 테러 조직의 긴밀한 연관성을 단정하기 어렵지만, 주목할 대목은 미국 수사 당국이 오래전에 그의 가족을 수사선상에 올려뒀다는 점이다. 작은 아들 유서프(28)는 FBI의 함정 수사로 이슬람국가(IS)와 관련한 총기 운반을 시도한 사실이 포착돼 2017년 7월 징역 10년형이 선고됐다. 큰아들 야햐(35)는 2008년 유서프와 함께 예멘으로 건너가 18개월간 체류한 적이 있는데, 2010년 귀국길에 경유한 이집트에서 ‘탑승 거부’ 조치를 당한 뒤 현지에서 FBI의 심문을 받으며 장기간 억류된 바 있다.

하지만 웨헬리의 가족은 “셋째 아들은 이라크 주둔 미군에 복무했고, 국토안보부에 근무 중인 가족도 있다. 우리는 이슬람 극단주의를 반대한다”며 FBI가 과잉수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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