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그 무대 그 소품] 뮤지컬 ‘엘리자벳’의 또 다른 주인공, 별 드레스

입력
2019.02.28 04:40
22면
0 0

 

 ※ 공연 소품을 눈 여겨 본 적 있나요? ‘공연 무대에서 쓰이는 작은 도구’를 뜻하지만, 그 역할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소품으로 공연을 읽어 보는 ‘그 무대 그 소품’이 격주 목요일에 찾아 옵니다. 

엘리자벳 황후의 초상화(왼쪽)와 이를 모티프로 해 만든 뮤지컬 '엘리자벳'의 별 드레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엘리자벳 황후의 초상화(왼쪽)와 이를 모티프로 해 만든 뮤지컬 '엘리자벳'의 별 드레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엘리자벳’의 주인공은 당연히 엘리자벳.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 프란츠 요제프 1세의 황후다. 뮤지컬엔 또 하나의 주인공이 있다. 엘리자벳의 ‘별 드레스’. 엘리자벳이 1막 하이라이트 넘버인 ‘나는 나만의 것’을 부르며 당당한 황후로 성장하겠다고 굳게 다짐하는 장면에서 입는 백색 드레스다.

‘엘리자벳’은 1992년 오스트리아에서 초연된 대형 뮤지컬이다. 한국 라이선스 초연은 2012년이었다. 380벌에 달하는 의상 제작을 처음부터 한정임(50) 의상디자이너가 맡았다. 그는 뮤지컬 의상 분야의 ‘신의 손’이다. ‘엘리자벳’으로 2012년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의상상을 받았다. ‘삼총사’ ‘모차르트!’ ‘몬테 크리스토’ ‘레베카’ ‘프랑켄슈타인’ ‘마타하리’ 등 대극장 뮤지컬 의상이 대부분 그의 작품이다.

뮤지컬 '엘리자벳' 오스트리아 프로덕션의 별 드레스.
뮤지컬 '엘리자벳' 오스트리아 프로덕션의 별 드레스.

한 디자이너는 오스트리아 원작의 드레스를 그대로 가져다 쓰지 않았다. 실존 인물인 엘리자벳 황후의 초상화 속 드레스를 기본으로 디테일을 바꿨다. 오스트리아 드레스는 이름 그대로 별 드레스다. 금빛 별로 장식했다. 한국 드레스는 엄밀히 말하면 별 드레스가 아니다. 별 대신 에델바이스 꽃을 썼다. 에델바이스는 황후가 어린 시절 가장 좋아한 꽃이란다. 레이스로 만든 에델바이스 꽃 500송이를 촘촘하게 달았다. 에델바이스 꽃은 한 땀 한 땀 만든 수제품. 한 디자이너와 의상 제작팀 6명에 외부 바느질 전문가들이 매달렸다. 꽃 제작이 까다로워 한 명이 종일 꽃 3송이를 겨우 만들 수 있을 정도였다.

별 드레스에는 비즈와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같은 장식들이 ‘아낌없이’ 사용됐다. 한 벌 제작비는 3,00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브랜드의 오트쿠튀르 드레스와 맞먹는 가격이다. 한 디자이너가 매긴 드레스의 ‘진짜 가격’은 물론 3,000만원 이상이다. “드레스에 가격을 매길 수 없어요. 엄청난 열정과 노력을 담았으니 굳이 가격을 따지자면 훨씬 높겠죠.”

별 드레스의 또 다른 포인트는 풍성한 치마 볼륨이다. 엘리자벳 황후가 살았던 19세기 중엽 유행한 양식이다. 드레스 안에 와이어 패티코트와 속치마, 밑단 드레스 망사 등을 겹겹이 껴 입어야 나오는 실루엣이다. 눈부신 아름다움을 위해, 황후 역을 맡은 배우들은 10㎏나 되는 ‘드레스의 무게’를 견뎠다. 올해 2월까지 엘리자벳으로 무대에 선 배우 신영숙의 말. “그 아름다운 드레스를 절대로 밟지 않는 게 목표였어요. 아름다움을 깨뜨릴까 봐 걱정이었어요. 어떻게 해야 드레스를 잘 잡고 무대로 걸어나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수없이 연습했죠.”

뮤지컬 '엘리자벳' 한국 초연 당시 드레스(왼쪽)와 지난해 드레스. 에델바이스 꽃, 드레스의 색감, 소매 디자인 등이 달라졌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엘리자벳' 한국 초연 당시 드레스(왼쪽)와 지난해 드레스. 에델바이스 꽃, 드레스의 색감, 소매 디자인 등이 달라졌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드레스의 백색도 그냥 백색이 아니다. 한국의 별 드레스는 유럽 라이선스 공연에 오르는 별 드레스보다 ‘차가운’ 백색이다. 한 디자이너가 지난해 공연부터 색을 미세하게 바꿨다. 드레스 치마 안쪽에 회색 실크 원단을 써서 겨울의 눈 혹은 형광등 같은 백색을 만들었다. “엘리자벳에게 별 드레스는 갑옷이 아니었을까요? 황실에서 무수히 싸워야 했던 황후가 자신의 아름다움을 무기로 활용했으니까요. 그런 황후의 아름다움을 차가움으로 해석하고 표현했어요.”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