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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울리는 한 줄] 종교의 자리

입력
2015.12.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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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간 조계사에 은신했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떠난 뒤, 11일 기자회견을 연 도법 스님은 "왜 종교계가 사회 현안에 목소리를 내려 하느냐"는 사람들에게 "고통의 문제를 떠난다면 이 세상에 종교가 존재해야 할 이유는 무엇이며, 고통의 현장을 떠난다면 종교가 있어야 할 자리는 어디냐”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24일간 조계사에 은신했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떠난 뒤, 11일 기자회견을 연 도법 스님은 "왜 종교계가 사회 현안에 목소리를 내려 하느냐"는 사람들에게 "고통의 문제를 떠난다면 이 세상에 종교가 존재해야 할 이유는 무엇이며, 고통의 현장을 떠난다면 종교가 있어야 할 자리는 어디냐”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대한불교 조계종 산하 사회 갈등 중재기구인 화쟁위원회는 지난 24일간 논쟁의 한 가운데 서 있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조계사로 피신하고, 조계사와 화쟁위가 그를 품자 “범법자를 내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화쟁위는 호소했다.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부처님은 삶에서 살인마도 제자로, 공동체 식구로 품어 안았다.”

한 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준법 집회, 평화 집회, 사회적 대화 등을 위해 중재에 나서 온 화쟁위가 2차 민중총궐기 이후 “극한 대립은 피하고 제3의 길을 모색하자”며 한 위원장의 경찰 자진 출석을 설득하자, 이번에는 반대 편에서 “약자를 끝까지 보호하는 것이 종교인의 소명아니냐”는 반발이 나왔다.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은 해명했다. “한 위원장의 바람을 십분 이해하고 공감한다. 하지만 편을 갈라 세력을 규합하고, 싸워서 상대를 제압하고, 승부를 내는 방식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다. 역량과 실력이 부족하지만 화쟁위는 노동현실에 희망을 열기 위해 적극적으로 역할을 모색할 것이다.”

그렇게 한 위원장이 조계사를 떠난 다음 날, 화쟁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노동관련법 개정을 유보하고 야당, 노동계, 종교계, 재계, 청년세대, 비정규직 등 당사자들이 폭넓게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마당을 열어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노동개혁안을 만들어달라”고 공개 요구했다.

그리고 종교계가 정치적 혹은 사회적 현안에 개입하는 이유를 따지는 이들에게 도법 스님은 반문했다. “불평등이 진리, 제도, 문화, 뿌리, 풍토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우리는 평등하다’고 말한 부처님의 발언은 과연 정치적 발언입니까. 싸움의 불길이 타오르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것은 약자, 가난한 자라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현실을 떠나선 종교도 그 존재의 이유를 논할 수 없습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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