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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당신의 바지가 맞지 않는 이유

입력
2015.09.0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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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력 운동을 안 하는 사람들의 여러 핑계 중 하나가 “몸이 커지기 싫어서”다. 몸이 커지면 맞는 옷도 잘 없고 허벅지가 더 굵어지면 청바지가 안 들어간다는 것이다. 옷을 못 입을 정도의 근육량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그보다는 지방 때문에 맞는 옷이 없을 가능성이 더 크다. 골격이 원래 좋아서 기성복을 입기 힘든 사람들이 간혹 있긴 하지만 근력 운동 조금 한다고 해서 오늘 잘 입었던 청바지를 일주일 후 못 입게 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근육이 늘어나고 지방이 빠지면 꽉 끼던 청바지가 되려 헐렁해지는 경우가 있다.

근육운동을 해보자. 몸이 커질 것이라는 걱정은 집어치우자. 지방이 빠져 오히려 바지 입기가 더욱 쉬워질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근육운동을 해보자. 몸이 커질 것이라는 걱정은 집어치우자. 지방이 빠져 오히려 바지 입기가 더욱 쉬워질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나도 한 때 100kg에 육박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허리 사이즈는 36인치. 벨트를 매는 부분에는 아랫배가 삐져나와 있었고 바지 스타일은 허벅지가 들어갈 수 있는 무조건 통이 넓은 바지여야 했다. 허리가 이쯤 되면 바지의 스타일에 신경 쓰기보다는 일단 허리 단추가 잠기느냐 안 잠기느냐, 허벅지가 들어가느냐 안 들어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통이 좁은 바지를 입는다는 것은 아예 상상도 못했고 스키니진을 입는다는 것은 더더욱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이랬던 내가 헬스보이를 통해 허리는 30인치로 줄고 심지어 스키니진도 소화 가능해졌다(잘 어울린다는 말이 아니라 입을 수 있다는 말이다^^;). 뚱뚱했을 때 전혀 하지 않았던 하체 근력운동을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말이다. 문제는 허벅지를 덮고 있는 지방이었던 것이지 근육 때문이 아니었다. 운동을 통해 근육은 이전보다 발달했지만 과도한 지방이 분해되면서 사이즈가 줄어든 것이다.

사실 근육이란 게 운동 좀 한다고 해서 순식간에 엄청난 양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물론 보디빌더들은 맞는 옷이 없을 정도의 근육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들은 프로 아닌가. 자, 만약 허벅지가 더 이상 굵어지면 청바지 입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은 사람들은 자신의 허벅지를 한 번 꼬집어보길 바란다. 허벅지 근육을 덮고 있는 지방이 많이 잡힌다면 하체 근력 운동을 시작해도 된다. 지금까지 단지 허벅지가 더 굵어지면 청바지를 못 입을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 근력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하체 근력 운동은 칼로리 소모가 커서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근육강화운동 중 하나인 케틀벨 운동. 게티이미지뱅크.
근육강화운동 중 하나인 케틀벨 운동. 게티이미지뱅크.

적당히 근육이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옷맵시가 더 나는 법이다. 물론 나와 같이 신체적 한계로 인해서 옷맵시가 반감이 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이런 나조차도 살이 쪘을 때 보다는 지금이 더 낫다. 살이 쪘을 당시에는 상체 사이즈도 무조건 XL 이상이었고 자켓이나 정장은 제대로 입을 수도 없었다. 맞춰서 입거나 아니면 큰옷을 사서 수선을 해야만 했다. 옷 가게에서 파는 프리사이즈의 옷은 도대체 왜 프리사이즈라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100사이즈의 옷을 입으면 다 맞는다. 상체에 있는 모든 근육이 전보다 훨씬 발달했는데도 말이다. 이 역시 근육을 덮고 있는 지방이 문제였던 것이지 근육 때문에 옷을 못 입었던 것이 아니다. 근육 사이즈 때문에 옷을 못 입는 일은 운동에 모든 것을 걸어야 가능해질 일이다. 그렇다면 헬스클럽에서 한 달 운동했더니 평소 입던 옷이 작아진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물을 수 있다. 그건 간단하다. 평소대로 먹거나 더 잘 먹으면서 근력운동을 하면 근육도 늘어나긴 하지만 지방도 같이 늘어나기 때문에 더 커지는 것이다. 하지만 먹는 것을 조절하고 꾸준히 운동하다 보면 지방이 빠져 입었던 옷이 커질 수도 있다. 만약 몸이 지금보다 커지는 것이 목적이라면 평소보다 더 잘 챙겨 먹으면서 운동하면 되겠다.

운동으로 살이 빠졌을 때 가장 기뻤던 것 중 하나가 맘에 드는 옷을 사이즈 걱정 안하고 입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아, 그 쾌감이란. 하지만 안타깝게도 바지 길이를 수선해야 한다는 사실은 아직까지 변함이 없다. 자, 아무튼 운동하면 몸이 커져서 청바지를 못 입을 거 같다는 이유로 운동을 안 했던 사람들은 이제부터 걱정하지 말고 운동을 시작해보자. 아니면 다른 핑계를 찾아보거나.

개그맨

이승윤 '헬스보이 포에버' ▶ 시리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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