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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소에서 '새우꺾기' 당한 모로코 난민… 법원 "국가 배상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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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소에서 '새우꺾기' 당한 모로코 난민… 법원 "국가 배상책임"

입력
2024.05.0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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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외국인보호소 인권침해 사건


'새우꺾기' 자세로 포박된 채 독방에 수감된 모로코인 A씨 모습. A씨에 대한 가혹행위를 두고 심각한 인권 침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사단법인 두루 제공

'새우꺾기' 자세로 포박된 채 독방에 수감된 모로코인 A씨 모습. A씨에 대한 가혹행위를 두고 심각한 인권 침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사단법인 두루 제공

'새우꺾기' 자세라는 것이 있다. 두 손목을 등 뒤로 돌려 수갑을 채운 다음, 다시 두 발목을 포승줄로 묶은 뒤 손목과 발목의 결박 부위를 서로 줄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요가에서 배를 바닥에 대고 두 손으로 발목을 잡는 '활 자세'와 비슷한 장면이 연출된다. 새우꺾기는 그 상태로 사람을 묶어, 전혀 저항이나 반항을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리는 가혹행위다.

외국인보호소에서 '보호'를 받던 외국인 난민 신청자가 이 새우꺾기를 당한 사건에서, 법원이 국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71단독 김영수 판사는 모로코 국적의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김 판사는 "국가는 A씨가 청구한 4,000만 원 중 1,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난민 신청자 자격으로 체류하던 A씨는 2021년 3월 강제퇴거명령을 받고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됐다. 그러나 직원과 갈등을 빚다가 독방에서 손발이 등 뒤로 묶이며 새우꺾기를 당했다. 보호소 측이 특별계호를 명목으로 그에게 머리보호장비와 포승줄 등을 사용한 사실도 알려졌다.

논란이 불거지자 법무부는 "난동과 자해를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했지만, 진상조사 후 보호소는 법령 근거 없는 인권침해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보호소 측이 A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고발한 사안에 대해선, 경찰과 검찰이 혐의 대부분을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소송에 나선 A씨는 "국가의 불법 행위 때문에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받았다"며 법무부에 사과를 요구했다. 다만 1심 진행 중 A씨가 자발적으로 출국하며 재판은 A씨를 대리한 인권 변호사들이 도맡아 진행했다.

A씨를 대리한 변호인단은 1심 선고 직후 "외국인보호소에서 가혹행위를 당한 피해자들에게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라면서 "법무부는 항소하지 말고 철저히 반성해 다시는 이런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사건 발생 이후 외국인보호규칙을 개정해 특별계호 절차 및 규정을 신설하고, 보호장비의 종류 및 사용여건 등을 구체화했다. 보호시설 내 전반적 인권상황을 점검하고 시정조치 등 관련 업무를 맡는 인권보호관 제도도 도입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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