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리딩방 사기와 진실 편향

입력
2024.05.09 16:00
수정
2024.05.09 16:08
26면
0 0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심무송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 피싱범죄수사계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서 리딩방 사기단 검거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리딩방 유료회원을 대상으로 코인 피해보상을 빙자해 80여 명의 피해자들로부터 54억 원을 편취한 신종 피싱 범죄단체를 적발, 37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15명을 구속했다. 뉴시스

심무송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 피싱범죄수사계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서 리딩방 사기단 검거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리딩방 유료회원을 대상으로 코인 피해보상을 빙자해 80여 명의 피해자들로부터 54억 원을 편취한 신종 피싱 범죄단체를 적발, 37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15명을 구속했다. 뉴시스

투자전문가, 경제학자, 연예인 등 유명인을 사칭해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에 계정을 만들고, 투자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온라인 단체 대화방(일명 주식 리딩방)에 초대한 뒤 돈을 가로채는 사기가 극성이다. 최근에는 외국인 교수 행세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외국 기업 주식을 추천해 국내 투자자를 동원, 주가를 띄우고 팔아 치운 뒤 잠적하는 등 리딩방 사기 무대가 해외로 확대됐다. 경찰에 들어온 리딩방 피해신고는 올 들어 3월까지 3,235건으로 작년 4분기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명망 있는 사람이 확신에 차 얘기할 때 이를 의심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1990년대 나스닥 증권거래소 위원장을 지낸 버니 메이도프는 폰지 사기(신규 투자자 돈으로 기존 투자자 배당을 지급하는 사기)를 30년 가까이 지속했다. 그의 의심스러운 행각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조사에 나섰는데, 메이도프가 “트레이딩룸에 앉아 있으면, 시장을 느낄 수 있고 언제 사고팔아야 할지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당당히 말하자, 조사관은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미국 심리학자 대니얼 사이먼스와 크리스토퍼 차브리스는 신간 ‘당신이 속는 이유’에서 사람들이 잘 속는 이유를 ‘진실 편향’이라는 인간 본성에서 찾는다. 주변 사람들이 진실하다는 가정을 공유하지 않는다면 사회생활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듣는 즉시 믿어버리며, 나중에 가끔만 확인한다는 것이다. 진실 편향은 특히 권위자를 상대로 더 강하게 작동한다. 유명인 사칭 리딩방이 활개를 치는 이유다.

□이런 사기를 피하는 방법은 결국 일상이 다소 불편해지더라도 ‘덜 믿고, 더 확인하라’는 것이다. 사이먼스와 차브리스는 “문제는 균형을 찾는 것이다. 삶을 적절히 영위할 정도로 타인을 믿으면서도, 동시에 속을 가능성이 있는 때와 즉시 확인해 얻는 이득이 큰 때를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은 판단을 유예하라”고 조언한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거짓 정보가 훨씬 많이 빠르게 유포되는 오늘날 이런 판단 유예 사고훈련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정영오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