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연천군 삼거리 복합 유적에서 출토된 '르발루아 몸돌'. 백두문화재연구원 제공
르발루아 몸돌 속성 설명 그림. 백두문화재연구원 제공

유럽ㆍ아프리카에서 주로 발견된 30만~4만년 전 구석기의 대표적 유물 ‘르발루아(Levallois) 몸돌’이 국내에서도 처음 출토됐다.

백두문화재연구원은 임진강변 선사 유적지인 경기 연천군 군남면 삼거리 복합 유적에서 르발루아 수법으로 제작된 몸돌(바탕 돌)을 발견했다고 19일 밝혔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에서 발굴된 구석기 유적 수백 군데 중 르발루아 수법이 확인된 곳은 임진강 삼거리 유적이 처음”이라는 게 연구원 측 설명이다.

르발루아 수법은 유럽과 아프리카의 중기 구석기 시대(약 30만~4만년 전)를 대표하는 석기 제작 방법이다. 독특한 몸돌과 격지(剝片ㆍ몸돌에서 떼어낸 돌 조각)가 프랑스 파리 근교 르발루아에서 발견돼 이렇게 불린다. 몸돌은 격지를 만드는 데 쓰이는 돌인데, 몸돌에서 떼어낸 격지도 각종 석기를 제작하는 데 이용된다.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하기 이전인 중기 구석기는 유럽에서 네안데르탈인이 번성한 시기다.

르발루아 수법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확인된 건 최근이다. 2012년 중국 수이둥거우(水洞溝) 유적(4만6,000~3만3,000년 전)과 2019년 구안인둥(觀音洞) 동굴 유적(17만~8만년 전)에서 출토된 구석기에 르발루아 제작 기술에 의한 석제품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구안인둥 유적은 유럽의 중기 구석기와 시대를 공유하는 석기 문화가 동아시아에서도 전개됐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이번에 연천에서 나온 르발루아 몸돌도 한국 중기 구석기 문화 연구에 획기적 전환점이 되리라는 게 학계 평가다.

연구원에 따르면 삼거리 복합 유적에는 구석기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는 문화층이 섞여 있는데, 르발루아 몸돌은 상ㆍ하부로 나뉘는 구석기 문화층 중 하부에서 출토됐다. 연구원이 가속질량분석기(AMS)로 문화층 연대를 측정했더니 상부 구석기 문화층은 후기 구석기(2만9,000~2만8,000년 전)에, 하부층은 중기 구석기 말기(4만4,000∼4만년 전)에 해당하는 것으로 각각 밝혀졌다.

이번에 출토된 르발루아 몸돌은 ‘반복적 중심 방향 떼기 르발루아 몸돌’(Levallois recurrent centripetal core)로 분류된다고 한다. 화산암 일종인 응회암으로, 121×93×61㎜ 크기에 무게가 454g이다. 몸돌은 중간 가름면을 기준으로 윗부분은 떼기면, 아랫부분은 격지 떼기를 위한 때림면이다. 윗부분에는 격지를 반복적으로 떼어냈던 자국이 뚜렷하게 남아 있다.

경기 연천군 삼거리 복합 유적 전경. 백두문화재연구원 제공

연구원은 문화재청 허가를 받아 2016, 2017년 ‘연천 임진강유원지’ 조성 사업 부지에 대한 정밀 발굴 조사를 시행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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