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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먹칠 마라” 아동학대 내부고발에 호통·회유한 포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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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먹칠 마라” 아동학대 내부고발에 호통·회유한 포항시

입력
2020.06.18 16:33
수정
2020.06.18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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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자, 추가 조치 요구에 “대책도 없이 했냐” 호통

인권단체 기자회견에 ‘유엔 지정 코앞인데’ 전전긍긍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 포항시청과 시설 현장방문 실태조사 개시

경북 포항의 아동보호시설에서 장기간 아동학대가 이뤄져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포항시가 내부고발자의 계속된 감독 요청을 묵살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 당국은 인권단체가 실상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준비하자 내부고발자 회유를 시도하는 등 사태를 축소하는 데 급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내부고발자인 A씨에 따르면 시설장을 맡고 있던 지난 4월17일 포항시청을 직접 방문해 실태를 알렸지만 진척이 없었다. 이후 전화로 해당 업무를 맡은 공무원들에게 여러 차례 감독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담당부서인 포항시청 교육청소년과 공무원들은 A씨가 4월24일 112로 아동학대 신고를 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A씨는 신고 후 내부고발자라는 사실이 드러났고, 아동학대를 일삼은 전 시설장과 시설을 소유한 사회복지법인 대표의 강압에 못 이겨 사직서를 냈다. 이후 아이들이 걱정돼 포항시에 대체인력 파견을 요구했지만 담당공무원으로부터 “예산이 없다. 대책도 없이 신고했느냐”는 호통을 들어야 했다.

A씨는 “아동학대 신고는 했지만 감금됐던 아이 한 명만 다른 시설로 가고 다른 아이들은 그대로 남아 걱정이 됐다”며 “포항시에 재차 감독을 요구했더니 ‘문제가 있으면 사진을 찍어 보내라’는 황당한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장기간 아동학대가 이뤄진 것으로 드러난 경북 포항의 한 아동보호시설. 포항=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장기간 아동학대가 이뤄진 것으로 드러난 경북 포항의 한 아동보호시설. 포항=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포항시는 학대 실상을 알리는 인권단체의 기자회견이 예정되자 A씨에게 연락했다. 포항시 담당공무원은 “아동학대가 연간 수백 건 일어나는데 때마다 기자회견을 하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1년6개월 준비한 아동친화도시 인증이 코앞인데 이런 일이 알려지면 포항시 이미지에 먹칠이 된다”는 등 달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8년 2월 이강덕 포항시장은 공약으로 아동친화도시 조성을 내걸었다. 또 유엔 산하 유니세프가 지정하는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기 위해 조직 내부에 아동친화정책팀을 신설했다. 아동친화도시 인증은 유니세프가 정한 기준에 충족한다는 인정을 받는 것일 뿐, 금전적 지원 등의 실익은 없다.

이에 해당 공무원은 “어떤 단체에서 아동학대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한다고 해 어떤 일인지 알아보려고 연락한 것이고 다른 뜻은 없었다”며 “관리감독에 소홀한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겠지만 주말도 없이 일했는데 이런 일이 터져 안타깝고 속상하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시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북 포항시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해당 시설은 2년 전 시설장이 보조금 6,300만원을 횡령한 사실도 당시 내부고발자가 포항시에 알렸다가 묵살당해, 이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해 드러난 것으로 밝혀졌다.

박재희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포항시가 즉각 확인하고 조치했더라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복지사업이란 탈을 쓴 아동학대 범죄자와 이를 방조한 행정기관 때문에 아이들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는 본지 보도 등이 잇따르자 18일 포항시청과 시설 현장을 방문, 아동학대 실태 조사에 들어갔다.

포항=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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