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본 바 없다” 다음날에 北 “남측이 파견 간청” 신뢰 타격
윤도한 “北 전례없는 비상식 행위”… “은밀히 진행” 일각선 불통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17일 춘추관에서 북한의 막말을 비판하는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북한은 17일 “15일 남조선(남한) 당국이 특사 파견을 간청했다”고 공개했다. 청와대도 부인하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대북 특사 파견은 들어본 바 없다”고 했었다. 청와대가 하루 사이에 다른 메시지를 낸 것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극소수 인사만 관련 내용을 공유하며 일을 긴박하게 진행했기 때문인지, 특사 관련 사실을 공개하는 게 외교 관례에 어긋나 함구한 것인지를 두고 관측이 엇갈린다.

청와대의 같은 핵심관계자는 16일 “문재인 대통령의 4차 남북 정상회담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불과 30분 만에 북한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도 입길에 올랐다. 단순 해프닝으로 보기에는 극도로 민감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했거나 메시지 관리에 소홀했던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주말 이후 ‘핵심 보직’에 있는 관계자조차 문 대통령의 특사 파견 제안을 알지 못했을 정도로 은밀하고 긴박하게 일이 진행됐다는 데 일단 무게가 실린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13일 담화 이후 현재까지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총 3번 소집했다. 여기서 관련 논의가 이뤄졌거나,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소수 참모와의 별도 회의를 통해 결정됐을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 참모들 사이의 ‘불통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물론 남북관계가 엄중한 국면에 놓여 있는 만큼 특사 파견 제안을 확인하는 것이 적절치 않았다고 보고 의도적으로 부인했을 수도 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17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우리측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북 특사 파견을 비공개로 제의했는데, 북측이 이를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은 전례 없는 비상식적 행위”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 있다.

청와대가 부인한 진짜 이유가 무엇이든, 북한의 ‘공개 거절’ 형식으로 남한의 특사 제안 사실이 밝혀지면서 청와대의 대북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남한과 소통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했거나, 청와대 내부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특사 파견과 같은 중대한 사안을 ‘모른다’고 일축하다 북한에 ‘망신’을 당한 듯한 모습이 연출된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청와대 대북 정책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를 스스로 낮추게 됐기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6일 같은 자리에서 “(정상회담 제안은) 당연히 유효하다”고 말했는데, 이 또한 논란이 됐다. 기자들 질문에 ‘제안을 철회한 적이 없으니, 당연히 살아있는 제안’이라는 원론적 차원의 답변을 한 것이나, 30분 만에 북한으로부터 연락사무소 폭파라는 기습 공격을 받은 모양새가 됐다. 문 대통령의 구애를 북한이 거부한 것처럼 비친 것도 청와대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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