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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의 초록 방벽(6.9)

입력
2020.06.09 04:30
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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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사막 남쪽 경계 4만km를 거대한 숲의 방벽으로 막는 사업이 2007년 시작됐다. 그 계획을 처음 제안한 이는 1954년의 리처드 베이커였다. unccd.int
사하라 사막 남쪽 경계 4만km를 거대한 숲의 방벽으로 막는 사업이 2007년 시작됐다. 그 계획을 처음 제안한 이는 1954년의 리처드 베이커였다. unccd.int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폴리네시아의 섬들뿐 아니라 대륙들의 윤곽도 미세하게나마 바뀌기 시작했다. 공룡 멸종 가설의 하나인 소행성 충돌 같은 우주적, 찰나적 아포칼립스와 달리 바다의 느린 내습은 이미 시작됐다.

사막화도, 잦아진 가뭄과 겹쳐 사막 경계의 사바나 사헬(sahel) 지역 주민 생존권을 위협하는 절박한 문제다. 유럽을 비롯한 서구 사회도 아프리카 등지의 난민 사태라는 간접 영향을 받고 있다. 거대 인구 이동은 이제 갓 시작됐지만, 지중해 너머 유럽으로선 먼 남태평양 작은 섬나라들의 사정보다 더 충격적인, 문명사적 위협일 수 있다.

남극 다음으로 넓은 지구의 사막 ‘사하라’는 해마다 2만여㎢씩 적도 쪽으로 확장되고 있다. 사하라의 공식 면적은 950만㎢지만, 2018년 미국 메릴랜드대 연구팀이 1923년 이래 수집된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현재는 약 980만㎢에 이른다. 사막에 닿아 있는 국가는 대륙 서부의 세네갈서부터 동부 지부티까지 약 20개 국. 수천만 명이 그 경계에서 농사를 짓는다. 사막화는, 북극 해빙이 녹는 속도에 비례해 가속화할 것이다.

사하라 이남 경계선 약 4만km를 숲의 장벽으로 두르자는 계획이 2007년 아프리카 연합기구(AU)와 사막 인접국의 주도로 시작됐다. 이른바 ‘그레이트 그린 월(Great Green Wall) 프로젝트’다. EU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지속가능개발위원회 등이 그 프로젝트에 가담해왔다. 숲을 가꾸는 과정 자체는 사막화에 대한 저항의 방편이면서, 고용과 토지 자원 보전, 지구온난화에 대응하는 수단도 된다. 2030년 완수를 목표로 진행 중인 그 프로젝트는 2016년 현재 약 15%를 달성했다고 한다. 10년 뒤 ‘그레이트 그린 월’은 호주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 산호지대보다 3배나 큰 지구 최대 생태 지대가 될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한 이는 ‘세계 숲 재단(IFF)’ 설립자인 영국 식물학자 겸 환경운동가 리처드 베이커(Richard Barbe Baker, 1889.10.9~ 1982.6.4)다. 1920년대 영국 식민지 케냐에서 나무 심기 운동을 시작해 세계를 누비며 숲 전도사로 활약한 그는 54년에 사하라의 ‘그린 프런트(Green Front)’, 즉 50km 폭의 숲 방벽을 제안했다. 인류는 50여년 뒤에야 그의 말에 주목했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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