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위기 느낀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
오랜 질서 바뀌는 역사적 전환기 될지도
미중 충돌 원치않는 국가와 협력 강화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G7 정상회의를 9월께로 연기하고 한국도 초청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때리기’에 나서는 심정을 이해한다. 경제가 호황이라 ‘11월 대선은 문제없겠거니’ 하고 있는데, 생각지 않았던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습으로 재선 가도에 빨간 불이 켜졌다.

그런데 길게 보면, 미중 대립에는 지도자의 처지나 성향을 넘는 큰 그림이 있다. 중국의 부상이라는 판이 있고, 그 판을 흔들겠다는 미국의 판단이 있다.

지난해 4월 키론 스키너(Kiron Skinner) 미 국무부 정책기획관이 어느 대담 프로에서 특이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되었다. ‘미국은 지금 역사상 처음으로 다른 문명과 싸우고 있다’고 했다. 문명 충돌론으로 중국을 보는 시각이 미 정부 일각에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5월 20일 백악관이 발표한 ‘대중전략접근’ 보고서도 말은 다르지만 뜻은 같다. 40년 동안 중국이 ‘자유와 개방의 질서’를 수용해 주기 바랐는데, 지금 보니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다. 이제부터 힘을 통해 미국의 생활방식을 지키겠다고 했다. 시진핑의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인류운명공동체 구상’에 대한 날 선 비판도 있었다.

되돌아보면, 미국도, 중국도, 이런 순간이 올 것을 예상했을 것이다. 중국이 더 엄중하게 느꼈을 법하다. 자칫하면 강대국으로 뜨기도 전에 짓밟혀 버릴 수 있다.

그러던 중국이 먼저 움직였다. 급속한 경제성장에 고무되었을까. 후진타오 집권 4년 차인 2006년 11월, 관영 CCTV가 ‘대국굴기(大國崛起)’ 12부작을 방영했다. 스페인, 포르투갈, 네델란드,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러시아, 미국 등 15세기 이래 세계사를 누빈 주인공들의 영욕을 그렸다. 그리고 영원한 제국은 없다고 했다. 우연인지, 이듬해 첫 드라마는, 쓸개를 씹으면서 설욕을 다짐한 월왕(越王) 구천(句踐)의 ‘와신상담(臥薪嘗膽)’을 내보냈다. 당시 중국 경제는 연 10% 이상의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2006년, 2007년, 영국과 독일을 차례로 제쳤고, 2010년에는 일본을 넘어 세계 2위로 올랐다.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2009년 여름, 중국은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를 요구했다. 서로의 체제, 이념, 문화가 다른 것을 인정하고 핵심 이익을 존중하자고 했다. 미국은 ‘아시아 회귀’로 응수했다.

‘중국의 부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오바마 행정부 8년 내내 고심했다. 그러나 명확한 답을 내지 못했다. 대신 그래엄 앨리슨 하버드 교수가 2015년 ‘투키디데스 함정’이라는 논문으로 중간발표를 했다. 15세기 이래 16번의 패권 이동이 있었으며, 그중 12번은 전쟁으로 끝났다는 요지였다.

이번에 나온 ‘대중전략접근’ 보고서는 중국의 ‘신형대국관계’ 요구에 대한 최종 거부인 셈이다.

상황은 엄중하다. 70년 동안 익숙하던 질서가 바뀌려는 역사적인 전환기다. 그렇지만 놀랄 일도 아니다. 이제 시작이고 장기전으로 간다. 트럼프가 변화를 가속하지만, 그가 아니라 해서 없어질 일도 아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 20년 걸렸다. 역사 속의 패권 전쟁은 몇십 년, 길게는 100년 넘게 이어졌다.

일단 전면전은 없다. 경제가 핵심이고 과학기술이 우위를 정한다. 경제의 탈동조화는 계속되겠지만, 글로벌 공급 사슬 조정에는 시간이 걸린다. 대만 반도체업체 TSMC가 120억불을 들여 미국 공장을 짓는다고 하는데, 건설에만 5년이 필요하다. 홍콩은 미국이 특별지위를 철회해도 경제 중심도시로 기능을 이어갈 것이다. 경제는 불확실성보다 안정을 선호한다.

우리는 어떻게 하나? 원칙으로 대응하라지만, 모든 상황에 먹혀드는 그런 원칙이라는 것은 없다. 파벌이나 이념을 넘어 국익을 바라보는 현실 외교, 소중한 것은 어떻게 해서든 스스로 지켜내겠다는 결기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미중 충돌을 바라지 않는 다른 모든 나라와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G7 초청은 잘된 일이다. 가느냐 마느냐보다는 가서 무슨 말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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