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운동, 역사 앞에 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지난달 25일 대구 만촌동 한 호텔에서 두 번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촉발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쟁점 중 하나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을 피해자들에 미리 알렸는지 여부다. 당시 정부 당국자들의 기억과 윤 의원의 반박, 2017년 작성된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 보고서’를 종합하면, 정부는 윤 의원 등에 합의 내용을 일부 알리긴 했지만, 핵심 내용은 누락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 일본이 내놓은 10억엔 사전 인지 여부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달 7일 기자회견에서 “10억엔이 일본에서 들어오는 것을 윤 의원만 알고 피해자들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 주장과 어긋난다. 조태용 미래통합당 의원은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재임 당시 “외교부에서 윤 대표와 위안부 합의 내용을 충분히 논의했다는 내용을 분명히 보고 받았다”고 했다. 당시 외교부 당국자들도 ‘합의 사항을 사전에 들은 윤 의원의 반응이 괜찮았다’는 취지로 최근 언론에 언급했다.

당시 정부가 윤 의원에 설명한 내용에 ‘10억엔’이 포함돼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정의연은 지난달 11일 자료를 내 “합의 발표 전날인 2015년 12월 27일 당시 외교부 동북아국장이 ‘책임 통감ㆍ사죄 반성ㆍ일본 정부의 국고 거출’이라는 합의 내용을 기밀 유지를 전제로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외교부 인사와 민간위원 9명으로 구성된 TF가 2017년 12월 발표한 보고서에는 “한일 외교당국의 협상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피해자로부터 돈의 액수에 관해 의견을 수렴했다는 기록은 보지 못했다”고 돼 있다. 이 TF에 참가한 한 인사는 본보 통화에서 “10억엔이라는 구체적 조치는 합의 직전에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고, 외교부가 윤 의원에게만 미리 알린 상황은 아니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 의원이 10억엔 합의의 존재를 혼자만 알고 있었다거나,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과는 거리가 있는 발언이다.

◇정부는 피해자들의 의견을 들었나

윤 의원은 합의 발표 전날 외교부에서 관련 내용을 전달 받을 때 ‘최종적ㆍ불가역적 해결, 국제사회 비난ㆍ비판 자제, 소녀상 해결’ 등은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TF 보고서 역시 “외교부는 협상 진행 과정에서 피해자 쪽에 때때로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 그러나 최종적ㆍ불가역적 해결 확인, 국제사회 비난ㆍ비판 자제 등 한국 쪽이 취해야 할 조치가 있다는 것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TF 보고서에 따르면, 외교부는 이 같은 내용이 거센 반발을 부를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었다. 주요 합의 내용은 2015년 4월 열린 한일 제4차 고위급협의에서 잠정 타결됐는데, 이때 양국은 ‘최종적ㆍ불가역적 해결, 소녀상 문제, 국제사회의 비난ㆍ비판 자제와 관련 단체 설득’에 의견을 모았다. 외교부는 잠정 합의 직후 “소녀상 부분과 ‘불가역적’이라는 표현 등을 수정하거나 삭제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당시 박근혜 청와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TF 보고서는 박근혜 정부가 “피해자 단체 설득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실제로 의견을 수렴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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