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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한 노래방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QR코드 방식의 전자출입명부가 시범 운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QR코드 방식의 다중이용시설 전자출입명부가 서울 인천 대전 등지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다. 이런 19개 다중이용시설엔 단란주점, 노래연습장 같은 ‘고위험 시설’뿐 아니라 교회 성당 영화관 도서관 음식점도 포함돼 있다.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안본)는 정례브리핑에서 ‘일반 시설’까지 전자출입명부 시범 도입 대상에 포함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저희들이 QR코드 사용을 고위험 시설뿐만 아니라 일반 시설에까지도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흠칫하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휴대폰 기지국과 폐쇄회로(CC)TV에 동선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마당에 일상적으로 찾는 시설을 드나들 때마저 내 흔적을 남겨야 하나, 찜찜해서였을 것이다. 이런 반응을 예상한 듯 당국은 QR코드를 찍더라도 개인정보와 방문기록이 분산 보관된다고 강조했다. 또 역학조사에 필요할 때만 두 정보를 결합해 개인을 식별할 것이며, 4주가 지나면 정보가 자동 파기된다고 덧붙였다.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 정부가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설명에 다소 소홀하다고 거센 반발을 샀을 성싶진 않다. 그렇더라도 신분증에 개인정보를 저장하는 이른바 ‘전자주민등록증’ 발급 논란으로 시끌벅적했던 게 10년도 안된 일이니 상황이 그새 극적으로 달라진 건 분명해 보인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개인정보 노출의 불편은 당분간 감수하겠다는 집단적 판단의 발로일 테고, 방역당국이 그런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는 신뢰의 표현이기도 할 것이다.

다만 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개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볼 수 있는 현실에 경계감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국제앰네스티, 휴먼라이츠워치 등 130여 개 인권단체는 최근 공동성명을 내고 “국가는 공중보건상 위기에 대처한다는 명분으로 사생활, 표현의 자유와 같은 권리를 쉽게 무시해선 안 된다”며 코로나19 시대의 당부 메시지를 보냈다. 라샤 압둘 라힘 국제엠네스티 부국장은 “9ㆍ11 이후 시대의 역사적 교훈은 정부가 일단 감시 조치를 취하면 그걸 되돌리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런 걱정을 마냥 기우로 치부할 수도 없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캄보디아에선 코로나 방역을 명분으로 통신 감시, 언론 통제, 사유재산 압류, 이동 제한 등의 광범위한 권한을 정부에 부여하는 법이 제정됐다. 인권단체들은 이 나라 정부가 새로 얻은 권한을 반정부 활동가 탄압에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정보기관이 테러방지 시스템으로 국민들의 휴대폰을 추적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스라엘은 또 자국에 사는 팔레스타인인에게 거주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앱을 휴대폰에 설치하도록 명령했다. 이스라엘군은 앱을 통해 이들이 어디로 이동했고 어떤 메시지를 주고 받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극우 성향의 헝가리 정부는 의회를 무력화한 상황에서 자가격리된 국민의 통화 및 인터넷 접속 기록을 파악할 수 있는 감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불가리아에선 경찰이 새로 제정된 비상법에 따라 통신사에 6개월 분량의 개인 통신기록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 통신사는 해당 가입자가 코로나 검역 대상인지 여부도 모른 채 자료를 내주고 있다고, 현지 인권변호사가 폭로했다.

정부가 수집한 개인정보를 사심 없이 활용한다고 해도 데이터가 한곳에 집중된 이상 해킹에 따른 신상정보 유출 위험도 신경쓰인다. 블루투스 기반의 스마트폰 앱을 통해 코로나19 감염자와 접촉하면 경보를 알리는 방역 체제를 구축하려 하는 영국에선 특히 이런 염려가 크다. 시스템이 작동하려면 정부가 국민들의 연락처 정보를 한데 저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 역시 방역과 기본권 보호 사이에서 ‘비례원칙’을 지킬 필요가 있다. 권리 제약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 선을 넘어 정부가 ‘빅브러더’로 등극하려는 의심이 확산된다면 ‘K방역’의 존립 기반인 국민과 정부의 신뢰엔 금이 갈 수 있다.

이훈성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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