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굴뚝에 측정기도 미부착…
포스코 “관련법규 위반 없어 수사기관에 소명”
경북 포항시 남구 송도동 포항운하관 인근에 사는 주민이 지난해 6월26일 주차된 차량에 쌓인 검은 가루를 손가락으로 닦아 내 보이고 있다. 독자 제공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10년간 굴뚝 15곳에 대기오염물질 자동측정기를 부착하지 않아 검찰에 고발된 가운데, 포항지역 주택가에 포항제철소의 그라파이트(흑연) 분진이 날아 들어 경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3일 경찰에 따르면 경북 포항남부경찰서는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포항시 남구 송도동과 해도동 지역 주민들은 지난해 6월25일 주차한 차량과 주택 창문 등에 검은색 가루가 쌓였다며 포항시에 신고했다. 당시 주민들은 “새까맣고 빛에 반사돼 반짝거리는 물질이 집 안팎에 잔뜩 묻어 있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신고 한달 뒤인 7월11일에는 포항시 남구 청림동 일대에서도 같은 내용의 민원이 시에 접수됐다. 포항시는 분진이 발생한 원인으로 포항제철소 내 1제강공장을 주목하고 경찰에 고발했다.

지난해 6월 2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송도동 포항운하관 인근에 주차된 차량 유리에 검은색 가루가 쌓여 있다. 독자제공

포항시가 송도ㆍ해도동과 청림동 주택가로 날아 든 분진과 1제강공장 내 분진을 채취해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에 성분분석을 맡긴 결과 모두 같은 성분의 그라파이트로 확인됐다.

포항시 관계자는 “그라파이트는 일상 생활에서 흔하게 날아 오는 분진이 아니다”며 “배출 경위는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를 곧 마무리하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대기업인 포스코에 대한 대기오염물질 배출 민원이 끊이지 않으면서 환경부와 경북도, 포항시 등 행정기관이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포항제철소는 지난 10년 간 굴뚝 15곳에 대기오염물질 자동측정기기(TMS)를 설치하지 않아 이미 말썽이 되고 있다. 포항제철소는 코크스 인출 냉각 시설 굴뚝 15곳에 TMS를 설치하지 않은 채 가동해 오다 청와대 국민신문고를 통해 경북도에 적발됐고, 검찰에 고발됐다. TMS는 지난달에야 모두 설치됐다.

경북 포항시 남구 송도동 포항운하관에서 바라 본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포항=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이는 최근 4년간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32%가량 늘어난 것과 맞물려 비난을 받고 있다. 환경부 TMS 측정 결과에 따르면 포항제철소는 지난 2015년 대기오염물질 1만3,247톤 가량 배출했으나 지난해는 이보다 32.4% 늘어난 1만7,540톤 가량을 내뿜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국 사업장별 배출량으로 따졌을 때 포스코 광양제철소,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 이은 전국 3위 규모다.

황병열 포항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은 “경북도가 지난해 포항제철소 블리더 개방에 따른 오염물질 배출 사실을 확인하고 조업정지 처분을 내리기로 했지만 끝내 처분을 취소했다”며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지 않으니 불법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제강공장 내 공정에서 그라파이트 분진이 발생하지만 집진설비를 가동해 외부 유출이 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없고 수사기관에 이를 소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TMS 미부착도 그 동안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고의는 없었다”며 “생산량 증가 등으로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이 늘어났지만 하반기 선택적 촉매환원(SCR) 설비 등이 완공되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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